반도체주 급락 3가지 이유…외부 자금에 의존하는 AI 투자, 커지는 우려

권성희 기자
2026.10.23 12:14
아이셰어즈 세미컨덕터 ETF(SOXX) 올들어 추이/그래픽=윤선정

AI(인공지능) 투자 열풍으로 급등했던 반도체주가 AI 투자 우려로 추락하고 있다. 반도체주는 AI 자본지출을 줄인다는 소식에도 하락 압력을 받지만 자본지출을 늘린다는 소식도 호재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상황이다.

미국 반도체주가 22일(현지시간) 또 다시 급락했다. NYSE 반도체지수를 추종하는 아이셰어즈 세미컨덕터 ETF(SOXX)는 이날 6.8% 급락한 475.69달러로 마감했다. 이는 지난 7월29일 이후 최저치다. SOXX는 10월 들어서 16.3% 떨어졌다.

마켓워치에 따르면 이번주 들어 반등 시도를 하던 반도체주가 이날 급락한 이유는 3가지로 추정된다. 첫째는 테슬라가 전날 장 마감 후 실적 발표에서 올해 자본지출 전망을 기존 250억달러에서 200억달러로 낮춘 것이다. AI 시대가 개막한 이후 기술기업이 자본지출 전망을 축소하기는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바이바브 타네자 테슬라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전날 실적 콘퍼런스 콜에서 자본지출 조정의 이유에 대해 "자본 배분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지출 계획을 좀더 엄격하게 관리하겠다는 방침이 AI 투자 전반에 문제가 생겼다는 의미, 즉 경고 신호인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다만 JP모간의 애널리스트인 라자트 굽타는 테슬라의 이번 투자 전망 하향이 일시적인 조정일 것이라며 내년과 2028년에는 자본지출을 늘릴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테슬라는 로보택시와 휴머노이드 로봇인 옵티머스, 반도체 제조공장인 테라팹 건설 등으로 향후 막대한 투자가 예상된다.

스톤X의 애널리스트인 미키 레그도 보고서에서 테슬라의 이번 자본지출 축소는 잠시 동안의 "유예"에 가까워 보인다며 테슬라가 사업 전반에 투자하면서 자본지출을 다시 늘릴 것이라고 밝혔다.

그럼에도 테슬라의 올해 자본지출 전망 하향은 반도체주를 비롯한 AI 수혜주 전반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제프리스의 주식 애널리스트인 제프리 파부자는 전날 장 마감 후 반도체 장비업체인 램 리서치가 실망스러운 실적 전망을 제시한 것도 반도체주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램 리서치는 실적 콘퍼런스 콜에서 공급망의 단기적인 제약 때문에 올해 10~12월 분기 매출 전망이 예상보다 약해졌다고 밝혔다. 램 리서치 주가는 이날 11.8% 급락했다.

메타의 실적 발표를 계기로 AI 투자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불거진 점도 반도체주에 하락 압력을 가했다. 메타는 전날 장 마감 후 실적 발표에서 막대한 규모의 AI 투자로 지난 3분기 잉여현금흐름이 마이너스 21억2000만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런 상태에서 올해 자본지출 가이던스는 1350억~1450억달러로 제시했다. 이는 상단은 기존 그대로 유지한 것이지만 하단은 기존 1300억달러에서 상향 조정한 것이다.

메타는 또 의결권이 없는 새로운 종류의 C종 보통주를 발행하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이는 잉여현금흐름이 마이너스인 상태에서 외부에서 AI 투자자금을 조달하기 위한 통로를 확보해둔다는 의미다.

에버코어 ISI의 애널리스트인 마크 마하니는 보고서에서 메타가 향후 3~6개월 안에 부채와 주식 발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미즈호의 트레이딩 데스크 애널리스트인 대니얼 오리건은 메타의 실적 발표 자체가 AI 투자 열풍을 뒷받침해 온 막대한 자본지출과 차입에 대한 기존 우려를 더욱 키웠다고 분석했다. 그는 보고서에서 "더 큰 문제는 자본시장이 AI 관련 기업을 점점 더 선별적으로 평가하고 있다는 점"이라며 "특히 외부 자금 조달에 의존하는 기업에 대해 더욱 그렇다"고 밝혔다.

이어 데이터센터에 투자되는 자금 상당 부분이 기업의 영업현금흐름이 아니라 부채와 주식 발행을 통해 조달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AI와 관련한 자금 조달 비용이 높아지거나 자금 확보가 어려워질 경우 기업들의 자본지출 계획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자금 조달이 힘들어지면서 자본지출이 둔화되면 이는 반도체주에 직격탄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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