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K웨이브 올라탄 K이니셔티브 현장을 가다] 농심

지난 17일(현지시간) 오전 호주 시드니 이스트우드에서 열린 그래니 스미스 페스티벌. 빨간색으로 무장한 농심 푸드트럭에서 신라면 김치볶음면 한컵을 받아 든 한 중학생 소년은 매콤함에 눈을 번쩍 떴다. 면발을 후루룩 빨아들이더니 예상보다 강렬한 맛에 혀를 내밀고 손으로 부채질을 시작했다. 이내 천천히 맛을 음미하고는 한컵을 더 받겠다며 다시 긴 줄 끝에 섰다.
축제장은 오전부터 인파로 붐볐다. 이스트우드역 앞 도로를 막고 들어선 놀이기구와 공연장, 푸드트럭 사이로 가족 단위 방문객이 오갔다. 농심 푸드트럭 앞에는 갓 조리한 라면을 맛보려는 대기줄이 꼬불꼬불 이어졌다. 푸드트럭에서 라면을 끓여 건네는 농심 호주법인 직원들은 더운 공간에서도 미소를 잃지 않았고 표정에선 뿌듯함이 묻어나왔다.

그래니 스미스 페스티벌은 이 지역 청사과 품종을 길러낸 마리아 앤 스미스를 기리는 행사로 최대 10만명이 찾는 시드니의 대표 거리축제다. 농심은 올해로 3년 연속 이 축제에 참여했다. 주최측에서 행사장 초입 명당 자리도 줬다. 이번 축제를 위해 농심은 신라면 툼바와 신라면 김치볶음면 등 라면 32봉이 든 박스 약 30개, 총 1000봉에 가까운 물량을 준비했다
박성진 농심 호주법인장은 "2021년 처음 부임했을 때만 해도 야외 행사를 섭외하기가 정말 쉽지 않았는데 지금은 효과를 따져보고 행사를 고를 정도"라며 "대학 행사와 대형 슈퍼마켓 판촉을 이어가며 인지도가 높아졌고 행사 주최 측에서 먼저 참여 제안들을 보내온다"고 말했다.
박 법인장은 인기의 핵심 요인으로 외국인들이 매운맛을 받아들이는 태도가 달라졌다고 분석했다. 그는 "2019년 미국 법인에 있었을 때 했던 행사에서는 매운맛을 견디지 못하는 아이들도 있었다"며 "최근에는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젊은 해외 소비자들 사이에서 매운맛이 하나의 즐기는 요소가 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호주 소비자들이 국물 없는 제품을 선호하다 보니 지난해부터 판매를 시작한 신라면 툼바에 관심이 쏟아졌다. 제품명에 호주 퀸즐랜드주 남동부 내륙 고지대 도시 '투움바'(Toowoomba) 지역명을 차용했다는 점도 마케팅 포인트다. 연말엔 '신라면 로제'를 호주 시장에 선보일 계획이다.
호주에서 농심 제품의 인기는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 8월 브리즈번에서 처음 연 팝업스토어에는 7일간 약 3500명이 방문했고 지난해 멜버른에서 진행한 행사에는 라면을 맛보려는 방문객이 몰려 대기시간이 최대 4시간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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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법인장은 "한국에서는 신라면이 오래된 스테디셀러 이미지가 강하지만 호주에서는 젊은 소비자가 찾는 '힙한' 제품"이라며 "예전에는 농심과 신라면이라는 브랜드를 알리는 데 집중했다면 지금은 현지인들이 장바구니에 담는 1등 라면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