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데이 모닝 인사이트] 방콕 IMF 총회서 드러난 AI 성장의 이면…투자는 성장률로, 대가는 빚과 약정으로

AI 투자가 세계 성장을 떠받치고 있지만, 그 대금이 생산성으로 돌아올 '선금'인지 빚과 전망에 기댄 '외상'인지를 가를 첫 청구서는 2027년부터 본격적으로 돌아온다. 12~18일 태국 방콕에서 열린 2026년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연차총회에 모인 세계 경제 수장들의 엇갈린 시각이 이 질문의 무게를 보여준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IMF 총재는 12일 세계은행 패널에서 "AI를 사랑하든, 미워하든, 두려워하든 AI는 이미 와 있다"며, 에너지 공급 충격에도 세계경제가 3% 안팎의 성장을 이어가는 것은 AI 투자가 성장의 "기어를 한 단 올렸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닷새 뒤인 17일 국제통화금융위원회(IMFC) 기자회견에서는 "하나의 성장 동력에 의존하는 것은 한 다리로 서 있는 것과 같다"고 경고했다. 두 발언은 모순이라기보다 같은 현상의 양면에 가깝다. AI 투자가 생산성으로 바뀌기 전까지는 성장의 버팀목이 곧 약점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IMF는 세계경제전망(WEO)에서 올해 세계 성장률을 3.1%, 내년을 3.4%로 제시했다. 실바나 텐레이로 IMF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에너지·원자재 가격 상승을 부정적 공급 충격으로, AI 중심 기술 붐을 가격과 경제활동, 특히 무역과 투자를 끌어올리는 긍정적 수요 충격으로 설명했다. IMF에 따르면 2023~2025년 AI 관련 상품 무역은 29% 늘어 같은 기간 세계 무역 증가율(8.3%)을 크게 웃돌았다. AI 관련 품목을 빼면 세계 무역 증가율은 4.6%로 낮아진다.
성장은 소수에 몰렸다. 15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세계 성장의 95%를 만드는 나라는 4월 54개국에서 32개국으로 줄었다. 텐레이로는 "위험을 집중시켜 세계경제의 확장을 소수의 기업·부문·경제에 지나치게 의존하게 만들고 있다"고 썼다.
문제는 성장의 성격이다. 지금 성장률에 반영된 것은 AI가 기업 생산성을 이미 끌어올린 결과라기보다 칩, 메모리, 데이터센터, 전력, 클라우드에 쏟아진 투자 지출 효과에 가깝다. IMF도 WEO 기준 시나리오에 AI의 추가 생산성 효과를 반영하지 않았다.
방콕의 논쟁은 AI 낙관론과 비관론의 충돌이 아니었다. 같은 숫자를 어떤 회계로 읽느냐의 문제였다. [선데이 모닝 인사이트]는 두 시각이 가장 크게 엇갈리는 AI 투자의 회수 가능성과 그 사이를 메운 빚의 구조, 한국 경제에 미칠 파장을 짚어봤다.
①같은 숫자, 다른 시계
방콕에서 AI의 잠재력을 부정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갈린 것은 주로 시간표였다.

케빈 워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16일 게오르기에바 총재와의 대담에서 AI를 "아마도 내 생애에서 미국과 세계경제에 가장 중대한 변화"라고 평가했다. 그는 AI가 지금은 투자를 통해 수요 쪽에 먼저 영향을 주지만 중기적으로는 긍정적 공급 충격이 될 것이라며, 10년 뒤 돌아보면 엄청나게 중대한 변화로 평가될 것이라고 했다. 데이터센터·반도체·클라우드·전력망에 몰린 투자가 지금 성장률을 밀어 올리고, 이 투자가 기업의 업무 방식과 비용 구조를 바꾸면 노동생산성과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리는 공급 측 충격으로 바뀐다는 논리다. 다만 그도 현재에 대해서는 "총수요가 늘고 있다. 그게 현실"이라고 했다.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그 사이의 공백에 주목했다. 16일 WSJ에 따르면 그는 신기술의 효과가 단기에는 과대평가되고 장기에는 과소평가되는 경향, 이른바 '아마라의 법칙'을 들며 이렇게 말했다. "처음엔 기대가 크지만 생산성은 곧바로 오르지 않는다. 실망하면 손을 떼고, 그러면 그 문제는 우리 몫이 된다." 실망이 투자 회수로 이어지면 시장 조정의 부담이 정책당국과 실물경제로 넘어올 수 있다는 경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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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의 시계는 더 짧다. 주식시장은 10년 뒤 생산성보다 다음 분기 매출, 내년 설비투자, 차입 비용, 고객 계약의 질을 먼저 본다. AI 투자가 결국 생산성을 높인다고 해도, 그 사이에 현금흐름과 부채 만기가 맞지 않으면 금융시장은 먼저 가격을 조정한다. 기술이 맞느냐보다 더 빠른 질문은 누가 먼저 돈을 냈고, 누가 언제 갚느냐다.
이 간극이 AI 붐의 핵심 위험이다. 장기적으로 맞는 기술이라도 단기적으로 비싼 자금조달 구조 위에 세워지면 조정은 먼저 금융시장에서 온다. 닷컴 버블 때 인터넷은 틀리지 않았다. 틀린 것은 많은 기업의 가격, 부채, 현금흐름이었다. AI도 같은 검사를 받기 시작했다.
②돈은 칩에서 먼저 회수된다
AI 산업의 현금흐름은 반도체와 메모리에서 시작해 클라우드(하이퍼스케일러·네오클라우드), AI 랩, 최종 사용 기업으로 이어진다. 전력과 데이터센터는 이 사슬을 떠받친다. 규모부터 크다. 스테인 판니우어뷔르흐 미국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WSJ 인터뷰에서 2025~2032년 미국의 AI 데이터센터·전력·칩 투자가 10조3000억 달러, 연평균 국내총생산(GDP)의 3.63%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이 사슬에서 돈을 가장 먼저 회수하는 쪽은 칩과 메모리 공급자다. 엔비디아, AMD, SK하이닉스, 삼성전자, 마이크론 같은 공급자는 제품을 인도하면 매출을 잡는다. 공급 부족 국면에서는 장기 공급계약과 예치금도 붙는다. 반면 사슬의 오른쪽으로 갈수록 현금 회수는 늦어진다. AI 랩과 최종 사용 기업이 AI로 생산성을 얼마나 높일지, 그 효과가 언제 매출과 이익으로 돌아올지는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
사슬의 끝으로 갈수록 수익과 지출의 간극은 벌어진다. 오픈AI의 올해 매출은 약 360억 달러로 추산되지만 컴퓨팅 지출은 약 500억 달러에 이른다.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한 내부 추산에 따르면 오픈AI의 2026~2030년 인프라 지출 계획은 약 8560억 달러, 같은 기간 누적 잉여현금흐름은 -2780억 달러다. 수요는 현재형이지만, 현금 회수는 미래형이다.
하이퍼스케일러도 투자가 현금흐름을 앞지르기 시작했다. 모건스탠리는 8월 보고서에서 하이퍼스케일러의 현금 설비투자가 2027년까지 1조2000억 달러를 넘는 반면 같은 기간 영업현금흐름은 약 1조 달러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제이슨 우 IMF 국제시장분석과 부국장은 "AI 수익화에 의문이 생기면 지분투자의 가치는 줄어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③빚은 공개시장보다 보이지 않는 장부에 쌓인다
핵심은 AI 수요가 없다는 게 아니다. 수요가 현금흐름으로 바뀌는 속도보다 투자와 약정이 더 빠르게 늘고 있다는 점이다. 회수까지 시간이 걸리면 누군가는 그 사이를 빌린 돈으로 메워야 한다. 그 빚은 공개 회사채 시장뿐 아니라 장부 밖 리스, 구매 약정, 사모대출, 비공개 등급 채권으로 나뉘어 쌓이고 있다.

공개시장에서도 AI 비중은 빠르게 커졌다. IMF 글로벌금융안정보고서(GFSR)에 따르면 세계 투자등급 회사채 발행에서 하이퍼스케일러 비중은 2024년 1% 미만에서 10%로 뛰었다. 아타나시오스 밤바키디스 IMF 통화자본시장국 부국장은 AI 관련 시장 조정을 단기 위험 1순위로 꼽으며 "매우 낙관적인 이익 전망"을 배경으로 들었다. IMF가 그린 조정 시나리오는 아래 박스에서 다룬다.
장부 밖 약정은 과장과 과소평가가 동시에 발생하는 영역이다. WSJ는 8월 17일 주요 기술기업 9곳의 장부 밖 약정을 약 3조 달러로 합산했다. 다만 대부분은 아직 개시되지 않은 리스와 구매 약정으로, 회계기준상 장부 밖에 두는 것이 정상이다. 공시 집계 사이트 에드가스탯에 따르면 구매 약정만 알파벳 8624억 달러, 메타 3640억 달러, MS 2286억 달러다. 현금이 풍부한 기업의 미이행 계약을 통째로 '숨은 부채'로 읽는 건 과장일 수 있다. 앗시 셰스 무디스 레이팅스 최고신용책임자(CCO)는 16일 WSJ에 "대형 하이퍼스케일러들은 상당한 현금을 쥔 채 이 국면에 들어왔다"고 말했다.
문제는 약정 자체가 아니라 이를 차입으로 메우는 구조다. 메타의 루이지애나 '하이페리온' 데이터센터는 블루아울 측 특수목적법인(SPV)이 273억 달러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해 건설하고 있다. 이 부채는 메타의 장부에는 잡히지 않지만, 메타가 16년간 잔존가치를 보증하는 만큼 위험은 결국 메타의 신용과 연결된다.
국제결제은행(BIS)은 3월 계간보고서에서 이런 구조를 '그림자 차입'으로 불렀다. 밴더빌트대 정책연구소는 기술기업의 장부 밖 SPV 부채를 최소 1200억 달러로 추산했다. 오라클, 코어위브, 오픈AI로 이어지는 클라우드 계약도 겉으로는 장기 매출이지만, 실질적으로는 미래 현금흐름을 담보로 현재 설비투자를 앞당기는 구조에 가깝다.
④장부는 오픈AI로 모인다
AI 생태계의 취약점은 돈을 갚을 쪽과 받을 쪽이 자주 같은 회사라는 데 있다. IMF는 2023년 이후 공개된 AI 순환금융 거래 14건에서 약 3000억 달러의 지분 투자와 6500억 달러의 부채 조달이 이뤄졌고, 그 대가로 약 1조4000억 달러의 미래 매출 약정이 묶였다고 집계했다. 클라우드·칩 공급자가 AI 랩에 투자하고, AI 랩은 다시 투자자의 클라우드와 칩을 사는 구조다.

MS는 오픈AI 지분을 보유하고 있고(2025년 10월 기준 약 27%), 오픈AI는 MS의 클라우드 애저(Azure)를 2500억 달러어치 추가 구매하기로 약정했다. 엔비디아는 당초 오픈AI에 최대 1000억 달러를 단계적으로 투자하는 방안을 추진했으나 이를 접고, 올해 2월 오픈AI의 대규모 자금 조달에 약 300억 달러를 넣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아마존도 약 500억 달러를 투자했고, 오픈AI는 아마존웹서비스(AWS) 인프라를 쓰기로 했다. 투자받은 쪽이 흔들리면 투자한 쪽은 투자자산 손상과 미래 매출 감소를 동시에 맞을 수 있다. IMF가 투자한 쪽과 투자받은 쪽의 위험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잘못된 방향의 위험(wrong-way risk)'을 경고한 이유다.
고리는 결국 소수의 고객으로 모인다. 오라클의 잔여이행의무(RPO)는 2026 회계연도 4분기 말 6380억 달러까지 불어났다. 시장에서는 이 중 상당 부분, 많게는 절반가량이 신용등급이 없는 오픈AI 관련 물량일 가능성을 거론한다. 코어위브도 비슷하다. 이 회사가 오픈AI와 맺은 계약은 지난해 세 차례에 걸쳐 최대 224억 달러로 불어났고, 코어위브는 이를 뒷받침하려고 오픈AI 계약을 담보로 SOFR+4.00% 조건의 지연인출 기간대출을 조달했다. 코어위브의 계약 매출 중 오픈AI 비중이 커질수록, 코어위브의 신용은 오픈AI의 현금흐름과 더 강하게 묶인다. 오픈AI가 아직 대규모 현금흐름 흑자를 내지 못하는 기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AI 생태계 안의 여러 장부가 사실상 한 고객의 성장 가정 위에 서 있는 셈이다.
시장은 이 차이를 이미 신용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 16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15일 코어위브의 5년물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1000bp를 넘었고, S&P글로벌마켓인텔리전스 집계로는 1100bp를 웃돌기도 했다. CDS 가격으로 환산하면 시장이 5년 안에 부도가 날 확률을 약 64%로 본다는 뜻으로, 1년 전엔 약 30%였다. 같은 보도에 따르면 코어위브의 2031년 만기 채권 수익률도 장중 16%까지 올랐다. 14일 배런스 기준으로는 2032년 만기 무담보채(표면금리 9.625%) 수익률이 약 15%였다.
반면 투자등급 고객 계약을 담보로 한 대출은 훨씬 낮은 금리에 조달된다. 코어위브 공시에 따르면 3월 조달한 투자등급 대출은 SOFR+2.25%였지만, 오픈AI 계약 담보 대출은 SOFR+4.00%였다. 블룸버그는 앞의 대출 담보가 메타 계약이라고 보도했다. 고객의 신용도가 곧 데이터센터 금융의 금리가 된 셈이다.
선불금과 보증도 리스크를 지우지는 않는다. 오라클은 6월 실적 발표에서 대형 AI 계약 가운데 고객이 GPU 대금을 선불하거나 하드웨어를 직접 공급한 몫이 750억 달러라고 밝혔다. 이는 오라클의 직접 자금 부담을 낮추지만, 동시에 특정 고객의 자금력과 수요 지속성에 대한 의존도를 높인다. 7월 30일 WSJ에 따르면 모건스탠리가 이끄는 은행단은 앤스로픽이 쓸 텍사스 허버드 데이터센터 캠퍼스에 약 150억 달러를 빌려주는 방안을 논의했고, 구글은 앤스로픽이 리스료와 전력대금을 내지 못할 경우 일부를 보증하기로 했다. 보증은 위험을 없앤다기보다 위험을 AI 랩의 장부에서 하이퍼스케일러나 공급자의 장부로 옮기는 장치에 가깝다.
따라서 AI 장부에서 봐야 할 것은 총계약액이 아니라 외상 비율이다. 투자등급 고객이 선불로 낸 잔고, 대형 클라우드가 보증한 잔고, 무등급 AI 랩의 미래 매출에 기대는 잔고는 같은 1달러가 아니다. 문제는 이 구분이 재무제표에 선명하게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RPO, 선불금, SPV 부채, 고객 보증, 칩 구매 약정은 서로 다른 회계 항목에 흩어져 있다. AI 붐의 숫자는 커 보이지만, 그 숫자 안에서 누가 최종적으로 갚을지, 누가 손실을 떠안을지는 아직 충분히 공시되지 않고 있다.
⑤만기: 첫 청구서는 2027년

약정은 이미 지급 일정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문제는 그 일정이 2027년 전후에 몰린다는 점이다.
S&P글로벌 분석에 따르면 오라클은 2027년부터 오픈AI로부터 연 600억 달러 안팎의 클라우드 대금을 받게 된다. 뒤집어 보면 오픈AI에는 그때부터 같은 규모의 지급 의무가 시작된다는 뜻이다. 코어위브 2분기 보고서(10-Q)에 따르면 이 회사는 올해 하반기 약 44억 달러, 2027년 약 62억 달러의 부채 원금 만기를 맞는다. 2027년 말까지 18개월 동안 원금의 29.8%인 약 106억 달러가 돌아오는 셈이다. 2028년에도 약 44억 달러가 기다린다. 차환 창구가 열려 있는 한 버틸 수 있지만, 그 사이 미래 매출 약정이 얼마나 현금흐름으로 바뀌느냐에 따라 차환 조건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자본시장 창구도 변수다. FT와 블룸버그는 오픈AI가 이르면 2027년 상장을 추진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지금의 외상 구조를 공개시장 지분으로 바꿀 수 있는지 가늠할 시험대다. 창구가 좁아지는 신호도 있다. 16일 WSJ에 따르면 호주의 데이터센터 업체 두 곳은 시장 변동성을 이유로 기업공개(IPO) 계획을 보류했다. 투자자들의 시선이 성장률에서 현금흐름과 만기 구조로 옮겨가는 모습이다.
2029년에는 또 다른 회계상의 변화가 온다. 메타가 하이페리온 데이터센터에 내는 임차료는 2029년 6월부터 시작된다. 리스가 개시되면 장부 밖에 있던 약정 일부가 메타의 리스부채와 사용권자산으로 장부에 오른다. 다만 임차 계약이 4년 단위로 갱신되는 구조여서 장부에 들어오는 것은 확정된 임차 기간분이 중심이 될 전망이다. 이를 실패의 예고로 볼 필요는 없다. 다만 지금까지 '미래 성장'으로 읽히던 계약들이 특정 시점부터 '지급 의무'와 '상환 일정'으로 바뀐다는 뜻이다.
AI 붐의 지속 가능성은 상당 부분 이 시간표에 달려 있다. 투자는 이미 집행됐고, 약정은 지급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생산성 회수보다 청구서가 먼저 오느냐, 청구서가 도착하기 전에 AI가 충분한 현금흐름을 만들어내느냐가 남은 질문이다. IMF가 경고한 위험도 AI 기술의 실패라기보다, 기술이 수익으로 회수되기 전에 금융시장의 청구서가 먼저 도착하는 상황에 가깝다.
⑥한국은 먼저 받지만, 뒤에서 물릴 수도 있다

한국은 AI 장부의 한쪽에만 서 있지 않다. 실물 장부에서는 먼저 돈을 받는 공급자이고, 금융 장부에서는 해외 AI 투자 사이클에 돈을 댄 채권자일 수 있다.
실물 경로의 수혜는 숫자로 확인된다. IMF WEO에 따르면 대만과 한국이 AI 관련 컴퓨팅 하드웨어 순무역의 62%를 차지한다.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한국의 9월 수출은 1209억4000만 달러로 1년 전보다 83.5% 늘었고, 반도체 수출은 262.8% 급증했다. 다만 16일 WSJ는 아시아의 수출 호황이 소비 등 다른 성장 동력의 약세를 가리고 있다고 짚었다.
먼저 돈을 받는다고 위험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SK하이닉스는 7월 29일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핵심 고객을 포함한 약 10곳과 장기공급계약(LTA) 협상을 마쳤고, "계약 이행과 수요 가시성을 강화하는 예치금 같은 장치"를 넣었다고 밝혔다. 외상보다 선금에 가까운 구조다.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최대 고객 매출 비중도 1년 전 27.31%에서 13.35%로 낮아졌다. 그러나 최종 수요의 신용 사슬은 여전히 길다. AI 랩과 네오클라우드가 장기계약을 맺고, 그 계약을 담보로 GPU 대출을 일으키며, 그 돈이 엔비디아를 거쳐 메모리 공급망으로 흘러간다.
네오클라우드의 자금줄이 막히면 충격은 신규 GPU 발주를 거쳐 메모리 주문으로 번질 수 있다. 장기계약과 예치금이 첫 충격을 늦추겠지만, 증설 속도와 재고에는 시차를 두고 반영될 수 있다. 상류 공급망에 있는 만큼 수혜가 빨랐던 것처럼 조정도 수출과 재고를 통해 빠르게 전이될 수 있다.
금융 경로는 더 불투명하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2월 말 국내 금융권의 해외 사모대출 익스포저는 30조5000억원이고, 이 가운데 보험이 20조6000억원(67.4%)이다. 연기금 25조4000억원을 더하면 약 55조9000억원이다. IT 업종 비중은 금융권 14.8%, 연기금 21.8%다. 그러나 이 가운데 AI 데이터센터와 네오클라우드, GPU 담보대출에 들어간 돈은 따로 공개되지 않는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3월 재간접·재재간접 구조여서 기초자산을 파악하기 어렵고, 손실은 해외에서 확정된 뒤에야 국내에 드러난다고 지적했다. 앞문으로는 메모리 수출 대금이 들어오고, 뒷문으로는 해외 AI 신용상품의 손실 위험이 들어올 수 있는 구조다.
한국에 필요한 질문은 두 가지다. 지금의 성장률이 국내 생산성 혁신의 결과인지, 글로벌 AI 설비투자의 납품 효과인지. 그리고 해외 AI 외상 장부에 국내 자금이 얼마나 들어가 있는지다. 앞의 질문은 반도체 경기가 꺾일 때, 뒤의 질문은 해외 사모대출 손실이 확정될 때 드러난다. 둘 다 사후에 확인하기에는 비싼 질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