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장미란씨 실종사건'을 계기로 경찰의 성인실종 대응체계가 도마에 올랐다. 실종자를 직접 만나 안전을 확인하는 게 원칙이지만 현장에서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고 담당자가 허위로 처리할 경우 이를 걸러내기 어렵다는 게 문제로 지적됐다.
제주경찰청은 24일 직무유기와 공전자기록 위작·행사, 위계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긴급체포된 제주서부경찰서 부모 경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5월에 실종신고된 장미란씨(37)의 안전 여부를 확인하지 않고 신고자에게 "연락이 닿았다"는 취지로 거짓말한 뒤 사건을 자체 종결한 혐의를 받는다. 실종 프로파일링 시스템 관리목록에서도 장씨 관련 자료를 삭제한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법원이 24일 체포적부심에서 인용 결정을 내려 부 경장은 석방됐다.
지난달 2일에 접수된 60대 A씨 실종사건도 비슷한 방식으로 처리한 혐의를 받는다. 부 경장은 가족에게 "실종자와 연락이 닿았지만 경찰관과 만나기를 원하지 않고 가족에게 위치도 알려주지 말라고 했다"며 허위로 말한 뒤 사건을 종결한 것으로 전해졌다.
허위종결의 대가는 참혹했다. 경찰은 이날 오전 제주시 한림읍 인근 숲에서 장씨로 추정되는 시신을 발견했다. 지난 5월12일 집을 나선 뒤 연락이 끊긴 지 104일 만이다. 시신이 발견된 곳은 장씨가 머물던 숙소에서 걸어서 10여분 거리에 불과했다. A씨 역시 지난 22일 제주 모처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제주 실종사건 허위종결 사태와 관련해 경찰은 감찰에 착수했다. 경찰청 감찰담당관실은 이날 "사건처리, 지휘관리 감독체계 전반에 대한 사실관계 확인 등을 위해 감찰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부 경장이 실종자들의 안전을 확인하지 않고 사건을 끝내는 과정에서 별다른 제동이 걸리지 않았다는 점이 문제로 꼽힌다. 경찰에 따르면 실종업무 관련 내부 매뉴얼은 실종자를 직접 대면해 안전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원칙이다. 성인 실종자가 경찰과 만나기를 거부하는 등 직접 확인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전화나 영상통화 등 다른 방법으로 안전을 확인할 수 있지만 대면하지 못한 사유를 남겨야 한다.
하지만 담당자가 허위로 보고하고 전산에도 같은 내용을 입력할 경우 이를 가려내기 쉽지 않다는 한계가 있다. 전산상 실종해제 처리도 담당경찰관이 직접 할 수 있다. 경찰 관계자는 "대면확인이 원칙이고 사건을 종결할 때 과장·팀장의 검토를 받게 돼 있다"면서도 "담당자가 보고서를 모두 허위로 작성하면 사실 여부를 확인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도 이날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부 경장 사건 처리과정에 대해 "매우 잘못됐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경찰은 담당자가 사건해제를 요청하면 관리자급이 해제 사유와 조치내용을 확인한 뒤 최종승인하도록 제도를 개편한다. 전체 실종사건에 대한 전수점검도 진행 중이다.
경찰 안팎에서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성인 실종사건이 상대적으로 소홀히 다뤄질 수 있는 현행 대응체계도 보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실종아동 등의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은 18세 미만 아동과 지적·자폐성·정신장애인, 치매환자 등을 보호대상으로 규정했다. 일반성인을 포괄하는 별도의 실종 관련 법률은 없다. 이 때문에 경찰 실무에서는 일반성인을 '가출인'으로 분류, 관련 업무를 처리한다. 박정보 서울경찰청장도 이날 열린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성인의 경우 대부분 일반가출로 확인·처리되는 경우가 많다"며 "방심할 수도 있는 부분인데 철저히 관리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