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머리의사 김수균의 모발이야기⑩
흔히 가발이라면 한 가지인 줄 아는데 실은 위그(WIG)와 투페이(TOUPEE) 두 가지가 있다. 위그는 통가발로서 머리 전체를 가리게 하는 것이고, 투페이는 탈모 부위만을 가리는 부분가발이다.
70년대 멋쟁이 여성들이 헤어스타일 변화를 위해 흔히 사용하던 미용가발이 위그에 해당하고 요즘 대머리들이 주로 사용하는 가발이 투페이라고 보면 된다.
위그를 최초로 사용했던 시기는 문헌상 BC 30세기경으로 고대 이집트에서 장식용, 또는 햇볕으로부터 머리를 보호하기 위해 사용했다. 재료로는 사람의 털이나 양털, 종려나무 잎의 섬유가 주로 이용됐다. 그러던 위그가 다시 활발하게 사용되기 시작한 것은 16세기에 들어서부터다. 16세기 무렵부터 가발이 재등장하여 17세기 초엔 프랑스의 궁전에서도 가발을 쓰는 것이 유행이었다.
이 시기에 가발이 크게 유행한 데는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이라는 역사적인 사건이 개입된다. 콜럼버스가 1492년에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하고 나서 유럽에 선물한 2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매독이고 나머지 하나가 담배였다.
그 당시 유럽의 상류사회는 성적으로 조금 문란했기 때문에 매독이 크게 유행했다. 매독 2기가 되면 머리에도 부분적인 탈모가 일어나는데, 군데군데 머리가 빠지다보니 남들 보는 눈은 있고, “높으신 분이 뭐 저래!”라는 이야기는 듣기 싫고 하여 위그가 유행했다고 한다.
한편 그 당시 여자들 사이에서는 앞가슴과 등이 깊게 패인 옷이 유행했는데, 이것 역시 여자들이 “내 피부는 깨끗해. 나는 매독에 안 걸렸어!”를 자랑하는 것이라고 한다.
반면 투페이는 고대 로마 때 남자들이 대머리를 숨기거나 변장을 위해 가끔 사용됐다. 몇 년 전에 본 ‘글래디에이터’에서 검투사들이 싸우고 난 뒤 한 변사-요즘으로 치면 장내 아나운서라고나 할까-가 투페이를 벗고 땀을 닦는 장면이 기억난다.
생활수준이 향상되고 문명의 이기가 발달함에 따라 가발 분야도 괄목할 진전이 이루어졌다. 요즘 광고하는 것을 보면 투페이가 많이 발전하여 보기에도 정말 감쪽같이 보인다. 심지어 음부 무모증 때문에 고민하는 여성들이 사용하는 투페이까지 개발되었으니 세상 참 많이 좋아졌다고 해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