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에 막힌 IPO] ①정치권 '상장 중단' 압박에…시장 평가 이뤄지기도 전에 좌초

SK하이닉스가 미국 반도체 계열사 솔리다임의 기업공개(IPO) 검토를 중단하면서 중복 상장 딜레마가 현실화 됐다. 중복 상장으로 기존 주주들이 피해를 받는다는 비판과 자금 조달 통로가 막히면서 성장 기회를 놓칠 수 있다는 우려 사이에서다. 특히 구체적인 상장 계획이나 심사가 이뤄지기 전 정치권의 공개적인 반대와 금융당국의 사전적인 판단이 상장 포기로 이어지면서 향후 자본시장 자금 배분 기능과 기업 자본 유치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SK하이닉스는 23일 솔리다임의 IPO와 상장 전 투자 유치(프리IPO) 검토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지난 8일(현지시간) 솔리다임이 내년 미국 증시 상장을 위해 대표 주관사를 선정했다는 외신 보도 이후 15일 만이다. 정치권에서 국정감사 기간 솔리다임 상장에 대해 비판을 쏟아내면서 부정적인 여론이 확산한 데 따른 결정으로 보인다. 여기에 더해 금융당국 수장들까지 중복상장 가이드라인에 따라 규제한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히면서 상장 추진에 대한 부담이 커졌다.
솔리다임 상장 검토가 중단되면서 중복 상장에 대한 우려는 줄었지만 자금 조달 여력이 축소돼 투자와 성장 고민은 커졌다. SK하이닉스가 향후 자금조달 방안을 계속 검토하겠다고 밝혔지만 외부 자본 조달 기회가 줄어든 것은 사실이다.
그동안 중복상장이 모회사 주가 하락으로 이어지며 금융당국이 규제를 강화해 온 상태에서 구체적인 상장 구조나 주주 보호 방안, 자금 사용 계획 등이 발표하기도 전 상장 계획이 무산되면서 기업들의 운신의 폭이 좁아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당장 해외 증시 상장으로 투자금을 조달하고 신사업 경쟁력을 강화하려던 다른 기업들의 전략에도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는 관측이다.
결국 주주보호 강화와 기업의 원활한 자금 조달은 동시에 추구해야 할 과제라는 지적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기존 주주의 권익을 보호하되 기업의 상장과 자금조달에 따른 경제적 효과는 예측 가능한 기준과 절차를 통해 평가할 필요가 있다"며 "정치권의 문제제기가 제도적 판단을 보완하는 역할을 넘어 기업의 선택 자체를 위축시키지 않도록 하는 것이 향후 중복상장 제도 운영의 과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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