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금이라도 과천청사나 중앙청사 구내식당에 예고와 함께 미국산 쇠고기 꼬리곰탕이나 내장탕을 올릴 용의가 있냐.”(한나라당 이계진의원)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합니다. 그럴 용의가 있습니다.”(정운천 농림수산식품부장관)
7일 국회 농림해양수산위원회의 청문회에서 정운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은 하루 종일 진땀을 뺐다. 잠을 제대로 못 잔 듯 피곤함이 얼굴에 가득 묻어났다. 그도 그럴 것이 며칠째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 논란으로 국민의 따가운 여론에 시달린 탓이다.
급기야 한 국회의원이 정부 청사 구내식당에 미국산 쇠고기를 등장시키는 건 어떠냐는 제안에 정장관은 단비라도 만난 듯 선뜻 좋은 아이디어라고 화답했다.
그러나 정작 과천정부종합청사와 정부중앙청사에 위탁급식을 맡고 있는 풀무원계열의 위탁급식업체 ECMD(이씨엠디) 관계자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고개를 가로저었다. 급식업체로서 브랜드 이미지 관리가 가장 중요한 데 미국산 쇠고기를 식재료로 사용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었다. 설사 고객사가 미국산 쇠고기 사용을 요청한다하더라도 받아들이지 않는 게 기본 원칙이라고 했다.
정 장관은 과장된 불안을 그렇게라도 꺼보려는 좋은 뜻으로 말했지만 결과적으로 체면을 구기게 됐다. 혹자는 미국과의 협상도 이런 식으로 즉흥적으로 한 게 아니냐고 가혹하게 힐난했다. 과천청사에 근무하는 공무원들도 “장관들만 모여 무거운 표정으로 꼬리곰탕 먹는 이상한 장면을 볼 뻔 했다”고 한마디씩 던졌다. 오죽 답답했으면 장관이 몸을 던져 그랬겠는가라는 시각도 있다.
‘농림수산식품부’라는 긴 명칭에서도 알 수 있듯이 정장관의 어깨에 지워진 책임은 천근만근이다. 화난 민심을 자기 몸이라도 던져 풀어보려는 정 장관의 답변이 되레 애처롭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