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자본창업, 불황과 '맞짱'뜨다

소자본창업, 불황과 '맞짱'뜨다

이정흔 기자
입력 2008.11.17 04:01 드롭다운 아이콘 수정 2008.11.17 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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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위크 커버스토리]불황 창업

지난 11월2일 일요일 서울 대치동의 SETEC(서울무역전시장). 지난 10월31일부터 3일 동안 펼쳐진 ‘제3회 서울특별시 소상공인창업박람회’의 마지막 날이어서인지 이른 아침부터 이곳을 찾은 많은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연신 수첩을 펼쳐가며 꼼꼼하게 전시 내용을 메모하는 젊은 남자에서부터 쉼 없이 의견을 주고받으며 박람회장 이곳저곳을 둘러보는 중년부부, 그리고 포대기에 어린아이를 감싸 안은 새댁까지. 사람들은 저마다 열정 가득한 표정으로 박람회장 이곳저곳으로 분주하게 발을 옮기는 모습이었다.

서울시가 주최하고 서울신용보증재단과 서울소상공인지원센터가 주관한 이 행사는 164개 업체가 참가해 320개 부스를 채운 국내 최대 규모의 창업박람회다. 그래서인지 관람객들의 관심은 뜨거웠다. 그 어느 때보다 불황이 깊었던 올해에도 이 박람회를 찾은 관람객 수는 1만700여 명. 창업 시장이 꽁꽁 얼어붙기 전인 지난해와 비교해도 약간 늘어난 수치다.

최근 경기가 나빠지면서 고용불안이 심화되자 소위 ‘백수’가 아닌 ‘직딩’들까지 창업 시장을 기웃거리는 경우가 많아졌다. 어쩔 수 없이 창업을 선택하는 이들은 점점 늘어나는데, 소비자들은 지갑을 꽁꽁 닫아버렸다. 그러니 지금으로선 ‘돈 되는 사업’을 찾아 나서는 것이야말로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기 위해 예비 창업자들이 취할 수 있는 최선의 방책인 건지도 모른다.

부쩍 차가워진 날씨만큼이나 싸늘하게 식어버린 경기에 한숨 소리만 점점 깊어져가는 늦가을. 그럼에도 희망을 잃지 않고 새로운 꿈을 찾아 나선 예비 창업자들의 열기로 뜨거웠던 창업박람회 현장을 찾아 ‘불황 속 유망 아이템’을 짚어봤다.

◆리스크 적은 소자본 창업 강세

이번 박람회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다름 아닌 ‘소자본 창업’ 분야의 강세다. 박람회 측은 지난해의 ‘여성창업관’을 올해는 ‘소자본창업관’으로 바꿔 운영했다.

강영욱 서울소상공인진흥센터 창업박람회 사무국 홍보팀장은 “경기 상황이 안 좋아지면서 소자본창업에 관심이 점차 높아지고 있는 상황을 반영한 결과”라며 “ 많은 자본을 투자해 높은 수익률을 내는 업종 보다는 적은 돈을 투자해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적은 아이템을 선호하는 것이 최근의 경향”이라고 설명한다.

이 같은 소자본창업에 대한 높은 관심은 관람객의 수만 보더라도 분명하게 나타난다. 강 팀장은 “기본적으로 예비 창업자들로부터 가장 많은 관심을 받는 곳이 외식산업관인만큼 다른 관과 비교했을 때 관객 수에서 2~3배의 차이를 보이는 게 보통이었다”며 “하지만 올해는 소자본창업관의 방문자 수가 외식산업관과 거의 차이가 나지 않을 정도”였다고 전했다.

점포 없이 기계만 구입하더라도 사업을 운영할 수 있는 자판기 사업이라든지 코인 세탁, 쌀 도정기 등에 투자하는 것이 소자본 창업의 대표적인 예. 최근에는 웰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청소 대행 서비스나 실내 환경개선업도 많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번 박람회에서는 실내 오염도를 측정하고 미세먼지를 제거해 주는 친환경 기술 ‘반딧불이’가 예비창업자들의 높은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이번 박람회에서 ‘창업 트랜드와 아이템 선정’이라는 주제로 강의를 진행한 이강천 창업시스템연구소장은 "소자본 창업은 규모보다는 제품과 서비스의 경쟁력이 더 중요하다"며 "선택한 아이템을 완벽히 소화할 수 있도록 기술이나 노하우를 배우고 익히는 것이 성공의 관건"이라고 조언했다.

◆외식산업 키워드는 '컨버전스'

"여기가 맥주집이야 체육관이야?"

맥주집 한 귀퉁이에 자리한 농구골대. 그 앞에서는 한 손에 맥주를 든 손님들이 저마다 소리를 질러가며 농구 내기에 한창이다. 치어리더 복장을 한 종업원들이 맥주와 음식을 서빙하고 아이스하키며 축구, 농구 등의 스포츠 용품이 가게 곳곳을 꾸미고 있다.

외식산업관에 들어서자마자 가장 먼저 보이는 입구 정면에 전시, 관람객들의 호기심을 한 몸에 받은 국내 최초의 스포츠&맥주점인 ‘서유기’는 최근의 외식 산업 트렌드를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맥주와 스포츠라는 전혀 새로운 두 분야의 만남, 바로 ‘컨버전스’다.

강영욱 홍보팀장은 “올해 같은 경우 아이스크림과 콘피자, 그리고 커피를 함께 판매하는 ‘베리어스’를 비롯해 커피와 죽, 커피와 액세서리 등 전혀 다른 업종을 한 곳에서 동시에 소화하는 멀티 복합형 매장이 눈에 많이 띄었다”며 “이 같은 매장들은 변화에 능동적이고 다양한 재미를 추구하는 젊은 층에서 특히 높은 호응을 얻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상헌 창업경영연구소장은 “지난 해에는 한식과 일식, 한식과 중식 등을 섞은 퓨전이 강세를 보였다면 이미 외식산업에서는 큰 흐름이 ‘컨버전스’로 바뀐 것으로 보인다”며 “불황 때문에 알뜰한 소비를 추구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면서 한 번에 여러 가지 서비스를 동시에 받을 수 있다는 편리함과 색다른 재미가 소비자들에게 어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유행 업종이 아닌 유망 업종을 찾아라

“요즘 뜨는 사업이 뭡니까?”

박람회장 한쪽에 마련된 창업전문컨설팅 부스에 마련된 아이템 상담실을 찾은 이들 중 '열에 아홉'이 가장 먼저 던지는 질문이다. 사실 예비창업자들의 입장에서는 이것이야말로 가장 궁금한 질문이 아닐 수 없다.

강영욱 홍보팀장은 "박람회 기간 동안 이루어진 상담내용을 분석한 결과 아이템>창업자금>상권입지 순으로 질문 수가 많았다"며 "창업에 대한 리스크가 커진 상황에서 실패를 줄이기 위해 아무래도 창업 아이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이강천 창업시스템연구소장은 “예비 창업자들이 유행 아이템과 유망 아이템을 확실하게 구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단순히 ‘뜨는 아이템’이라고 그것을 '유망하다'고 섣불리 판단하는 것은 위험하다. 자신의 성격과 취향, 창업 지역의 시장 분석과 타깃 등을 철저히 조사한 뒤 가장 잘 할 수 있는 업종이야말로 '유망 업종'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그는“특히 이 과정에서 전문가로부터 자신이 미처 생각지 못한 부분까지 꼼꼼하게 점검 받을 수 있다” 며 "요즘처럼 경기가 어려울 때일수록 전문가의 조언을 얻어 보다 철저한 준비를 거쳐 창업 시장에 진입을 해야 실패 요인을 최소화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상헌 창업경영연구소장은 “특히 단기간에 점포수가 급속도로 늘어난 '유행 아이템'은 가급적 배제하는 것이 좋다"며 “지금 같은 때는 높은 수익성을 기대하는 것 보다는 적더라도 꾸준히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함으로써 오래도록 생존할 수 있는 업종을 선택하는 게 현명하다”고 말한다. 소비자들의 취향에 따라 변동 가능성이 높은 아이템일수록 불황기에 소비자들이 허리띠를 조이는 순간, 외면 받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는 "불황기일수록 먹거리, 세탁, 패션 등 의식주와 관련된 업종이나 전자상거래, 피부 등 오랫동안 시장에서 살아남은 기본업종 내에서 신중하게 사업 아이템을 선택하는 게 도움이 된다"며 "분식이나 한정식 같은 음식점의 경우 경쟁이 보다 치열하긴 하지만 오랫동안 흔들림 없는 안정적인 기본업종 중의 하나"로 꼽았다.

이 소장은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투자금액대비 2.8~3.5% 정도만 수익률만 나와도 성적이 꽤 좋은 편"이라며 "수치에 연연하기 보다는 현재 자신의 상황을 냉정하게 파악하고 현실적인 목표치를 설정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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