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위크 커버스토리]르뽀, 창업교육 현장
2008년 11월. 창업시장은 이미 동토(凍土)의 땅이다. "외환위기 때보다 더 힘들다"는 한숨이 깊게 배어나온다.
그렇다고 마냥 경기가 풀리기만을 기다릴 수는 없는 일이다. 꽁꽁 얼어붙은 시장 여건임에도 용기를 내 도전하는 예비 창업자들의 행보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10곳 문 열면 8~9곳은 망한다는데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해야 어려운 시절을 정면 돌파할 수 있을까?' 예비 창업자들의 고민은 깊어간다.
BBQ로 널리 알려진 제너시스의 예비 창업자들을 위한 교육시설인 경기 이천의 '치킨대학'을 찾아 창업자들의 눈물과 열정, 그리고 희망에 관해 들어봤다.

◆"두렵지만, 막상 부딪히니 자신감 붙어요"
11월5일 오후 BBQ 실습훈련실. 이달 중하순께 창업을 앞둔 예비 창업자들이 실습에 한창이다.
"점포당 닭다리 후라이드 한마리씩 완성하세요. 마리네이션(간이 속살까지 배도록 하는 과정)된 닭을 꺼내오세요."
교육담당자의 지시에 20여명의 실습훈련생들의 손놀림이 바빠진다.
"이렇게 집어넣으면 되는 거지?"
"배터믹스(튀김옷을 입혀서 튀김가루에 묻히는 과정)는 몇번이지?"
예비창업자들이 배운 내용을 서로 확인하며 '작품'에 공을 들인다.
딸깍딸깍, 타이머의 맞춤 시간은 13분. 튀김옷을 입고 기름 속에서 후라이드로 태어나는 치킨을 창업자들은 마치 자식 대하듯 흐뭇한 시선으로 바라본다.
11월 하순 창신동에서 가맹점을 열 계획인 장재광 예비 사장은 "매뉴얼대로 만드니 사먹는 치킨보다 맛있다"며 "사실 치킨대학에 들어오기 전에는 잘 할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했는데 막상 부딪혀보니 자신감이 붙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포천에서 가맹점을 준비중인 박성원(51) 사장도 "이젠 선수 다 됐다"며 웃었다.
지난 11월3일 4박5일의 훈련과정으로 입소, 3일째 과정이다. 첫날은 이론 수업이어서 실습은 이제 겨우 이틀째이건만, 치킨 다루는 솜씨가 제법 늘었다고 입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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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브랜드 연습실 또한 마찬가지. 포항에서 참숯바베큐 가맹점을 준비중인 김성열(54) 사장은 "이론은 자고 나면 잊어버려 시험에서 50점밖에 못 받았지만 기술적인 것은 열심히 반복해서 익히기만 하면 되니까 초보도 도전해 볼만하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그러나 제아무리 사서 하는 고생이라고 해도 훈련과정이 쉬운 것만은 아니다.
"냉장닭 만지려니 손이 시려워요." "단순할 줄 알았는데 메뉴도 많고 손도 많이 가요." "하루종일 서 있어 온몸이 부어요." 하소연도 줄을 잇는다. 오전 6시40분 기상으로 시작돼 오후 9시가 넘어야 끝나는 훈련일정도 빡빡하다.
이러한 훈련과정에 대해 "정신력으로 버틴다"는 한 예비 사장은 "실제 오픈하면 더 오랜 시간 일을 하는 날이 많을 것이다. 더 치열한 삶의 현장에 대비하기 위해 연습에서도 긴장을 늦출 수 없다"며 각오를 다졌다.
◆대출ㆍ경기 꽁꽁 "마진 적어도 위험도 적은 창업 선호"
최근 경기가 나빠지면서 은행 등 금융기관의 돈줄도 말라붙었다. 예비 창업자들을 가장 힘들게 하는 건 바로 이 '돈' 문제다.
P시에서 개점을 준비중인 예비 사장은 "인테리어 등 다른 준비과정에선 큰 어려움이 없었지만 가장 큰 것이 돈 문제였다"면서 "대출이 묶여 P시에서는 안돼 다른 지역으로 가서 자금을 마련하느라 애를 먹었다"고 털어놨다. 또 다른 예비 사장도 "가족에게 일부 도움을 구했다"며 "은행 대출 등은 생각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뿐만 아니라 불황으로 창업시장 전반에 만연해 있는 불안 심리도 첫발을 내딛는 예비 창업자들의 고민을 더욱 커지게 한다. 교육생 중에는 이미 다른 사업에서 고배를 마신 후 '폐업 후 업종 전환' 또는 일반 음식점에서 브랜드 사업으로 방향을 돌린 경우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구두→원단→화장품→노래방 등 창업 5수에 도전한다는 한 예비 창업자는 "동료 중에는 먹거리 파동으로 2억원 가까이 날리고 온 사람도 있다"면서 "불안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마진이 적지만 위험도 적은 프랜차이즈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럼에도 대다수 예비 창업자들은 '실패로 인한 포기'보다는 '위기가 기회'라는 말에 마음의 중심을 두고 있었다.
"요즘같이 어려울 땐 외식도 어렵잖아요. 3~4인 가족이 어디 음식점가서 먹으려면 10만원은 기본인데, 치킨은 1만~2만원이면 되니 불황에 오히려 경쟁력이 있죠."(BBQ 예비 창업자)
"불황에는 주머니 가벼운 직장인을 위한 맥주집이 더 잘되는 법이죠."(BBQ 치킨 앤 비어 예비창업자)
제너시스에 따르면 BBQ의 배달점포(26.44㎡ 기준) 영업이익은 월 평균 600만원선. 최근 내점고객까지 겨냥한 새로운 카페형 점포(49.58㎡ 이상)의 경우 월 1000만원을 기대한다.
이에 대해 20년 레저업체 관리직 생활을 접고 창업에 뛰어든 한 예비 창업자는 "직장생활하던 만큼 열심히 하면 평균 이익은 달성하지 않겠냐"며 "지금 중3인 아들이 대학에 갈 때까지 교육비를 마련하는 것이 우선의 목표"라고 말했다.
부부 모두 쉰살이 넘어 창업에 도전했다는 한 예비 창업자는 "당장의 매출 목표보단 환갑 넘게 롱런 하는 것을 목표로 세웠다"고 말했다.
젊은이들의 포부는 보다 패기가 넘친다. 서울 강서지역에서 오픈하는 한 30대 예비 창업자는 "가맹점 일을 시작으로 제너시스의 윤홍근 회장처럼 프랜차이즈 사업을 일구고 싶다"고 꿈을 밝혔다.
불황의 깊은 골에서도 예비 창업자들의 꿈은 그렇게 '기회'라는 이름으로 쉼 없이 피어나고 있었다. 치킨대학에서 교육을 받은 예비 창업자만도 11월 첫주 BBQㆍBHCㆍ델리아띠 등 6개 브랜드 50여명, 한 해 2500여 명이 새롭게 창업 현장의 격전지로 나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