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스 멍거, 버핏의 2인자로 사는 법

찰스 멍거, 버핏의 2인자로 사는 법

김성휘 기자
2009.07.13 13:26

멍거 버크셔 헤서웨이 부회장, 버핏과 신뢰·존중

워런 버핏은 알아도 찰스 멍거(Charles Thomas Munger)란 이름은 낯설다. 하지만 버크셔 헤서웨이의 주주총회를 본 사람이라면 늘 버핏 옆에 앉아 있는 백발의 노신사를 기억할 것이다.

최근 '워런 버핏의 그림자', '버핏의 동업자'라는 별명으로만 알려졌던 멍거 회장을 재조명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미국 투자회사 웨스코 파이낸셜의 회장이자 버크셔 헤서웨이 부회장인 멍거는 13일 파이낸셜타임스(FT)와 인터뷰에서 버핏과 관계에 대해 "우리는 각자의 일하는 방식이 있다"고 말했다.

▲워런 버핏 버크셔 헤서웨이 회장(왼쪽)과 찰스 멍거 부회장ⓒ김준형 뉴욕특파원
▲워런 버핏 버크셔 헤서웨이 회장(왼쪽)과 찰스 멍거 부회장ⓒ김준형 뉴욕특파원

버핏보다 6살 많은 '고향선배'

버핏과 마찬가지로 멍거 회장도 네브라스카주의 오마하가 고향이다. 1924년생으로 1930년생인 버핏보다 6살 많다. 미시건대 출신으로 미 공군 복무후 하버드 로스쿨에 들어가 법학박사가 됐다.

변호사로 일하던 멍거는 1959년 버핏과 인연을 맺었다. 버핏이 지역의 신참 주식매니저 시절 '버핏과의 점심'을 함께 계획하면서 친밀해졌다. 이 조합은 대히트를 쳤고 이후로 두 사람은 평생 친구가 됐다.

버핏에게 벤저민 그레이엄이 '가치투자'를 일깨운 멘토로 알려져 있지만 실상 '싼 주식'만 찾아다니던 젊은 시절 그에게 "괜찮은 기업을 적당한 가격에 사는 것도 중요하다"고 설득한 사람이 멍거 회장이다. 멍거의 조언 덕분에 버핏은 코카콜라 주식을 매입했고 이것은 장기투자의 모범사례로 남았다.

멍거 회장은 "모든 현명한 투자는 가치투자"라며 "그렇지 않다면 어떻게 투자라고 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멍거 회장에 대한 관심이 높은 것은 '2인자'에 대한 인식이 바뀌면서다. 2인자는 그동안 1인자를 향해 가는 과정이자 1인자가 되지 못한 비운의 지위로 여겨졌다.

'성공'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며 2인자의 지위도 변했다. '용'이라는 1인자가 되지 못한 '이무기'가 아니라 2인자라는 그 자체로 훌륭한 목표가 됐다. 멍거 회장의 '2인자론'에 관심이 쏠리는 것도 자연스럽다.

버핏 "나도 멍거의 팬클럽"

2인자로서 멍거는 늘 버핏을 칭찬하고 버핏에게 공을 돌린다. 그런데 버핏도 마찬가지다. 1인자니 2인자니 하는 것보다 두 사람간 신뢰관계가 돋보인다.

멍거 회장은 "버핏은 계속 변하고 있고 지금도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버핏 회장은 "찰리(찰스의 애칭)를 대신할 사람은 없다"며 "그만한 사람을 찾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멍거 회장은 인터뷰에서 "진작에 버크셔헤서웨이와 합쳤어야 했다"고 말했지만 멍거 회장에 대한 절대적인 신뢰 때문인지 버핏은 웨스코 주식을 더 사들이지 않고 있다. 현재 버크셔는 웨스코 지분 80%를 갖고 있다.

버핏은 오마하에, 멍거는 웨스코의 본사가 있는 캘리포니아 패서디나(Pasadena)에 머문다. 2400㎞나 떨어져 있고 서로 매일같이 연락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지금도 두 사람은 자주 서류를 보내고 서로에게 읽어보라고 책도 보낸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멍거 자신이 버핏 못지않게 투자자로서 성공했고 추종자도 적지 않다는 점이다. 버핏이 쓴 '그레이엄-도드 마을의 위대한 투자자들'에 따르면 1962~75년에 멍거는 연간 19.8% 수익률을 거뒀다. 2인자라고 해서 1인자보다 결코 실력이 모자라지 않다는 얘기다.

웨스코의 주주총회는 버크셔 해서웨이의 주총처럼 엄청난 규모를 자랑하거나 떠들썩하지는 않다. 그러나 여기선 멍거를 따르는 투자자가 많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버핏조차 "멍거에게 팬클럽이 있는데 나도 그 중 한 명"이라고 말했다.

버크셔 해서웨이 주총에서 버핏 회장과 나란히 앉은 그에게선 버핏에게 밀리지 않는 카리스마가 느껴진다. 버핏은 주주들의 질문에 멍거와 함께 답변하는데 때로 자신이 대답하기 전에 마이크를 멍거 회장에게 먼저 넘기기도 한다. 신뢰와 존경의 표현이자, '2인자'라는 수식어로 한정할 수 없는 멍거 회장의 존재감을 확인하는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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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휘 국제부장

머니투데이 미래산업부(유니콘팩토리) 김성휘입니다. 국회/정당/청와대를 담당했고(정치부) 소비재기업(산업부), 미국 등 주요증시/지정학/국제질서 이슈를(국제부) 다뤘습니다. EU와 EC(유럽연합 집행위), 미국 워싱턴DC 싱크탱크 등을 경험했습니다. 벤처스타트업씬 전반, 엔젤투자, 기후테크 등 신기술 분야를 취재합니다. 모든 창업가, 기업가 여러분의 도전과 열정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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