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기술+관객'이 만드는 새로운 경험

'예술+기술+관객'이 만드는 새로운 경험

이재경 기자
2009.08.12 11:02

[머니위크]인천디지털아트페스티벌

예술과 공학이 만나면 어떤 모습일까? 예술과 기술은 어떻게 접목될 수 있을까?

만약 영화 <사랑은 비를 타고>(Singing in the rain)의 그 유명한 우산만 스크린 밖으로 가지고 나오려면?

여러개의 우산에 각각 슬라이더와 공압펌프, 공압 파이프를 연결하고 마이크로 프로세서로 타이밍을 조절하면 그 우산은 음악에 맞춰 살아 움직이는 놀라운 대상으로 전환된다. 피터 윌리엄 홀덴의 작품이다.

사람의 움직임을 인식해 배경스크린에 사람의 움직임에 따라 형이상학적인 선들을 그려주는 것은 어떨까? 배우의 몸짓 하나하나에 몽환적인 선들이 따라붙는 새로운 예술이 탄생한다. 클라우스 오베마이어의 작품이다.

이렇게 기존 예술에 기술 및 공학의 힘을 더해 새로운 예술로 승화한 것을 디지털아트라고 부른다.

8월7일 인천 송도에서 개막한 인천국제디지털아트페스티벌에서는 지금껏 상상하지 못했던 진기한 볼거리들이 펼쳐진다.

◆당신도 예술의 일부…인터랙티브

예술에 기계공학, 전자공학, 컴퓨터공학 등이 접목되면 '보는 예술'에서 '참여하며 만드는 예술'로 전환된다. 이른바 '인터랙티브(interactive)' 예술이다.

마우스로 컴퓨터를 다루듯이 우리의 신체가 예술의 한부분이 되는 것.

변지훈의 작품은 카메라가 관객의 모습을 담아 스크린에 투영한다. 이때 스크린에 나타나는 관객의 팔과 다리, 얼굴 및 허리에는 수많은 선들이 휘감겨 나타난다. 이 선들은 관객이 움직일 때마다 다르게 변한다.

김경미와 이강성의 공동작품은 관객을 둘러싼 삼면의 벽면 스크린에 나무가 투영돼 있다. 바닥에는 낙엽이 쌓이는데 관객은 가상의 낙엽을 빗자루로 쓸어내는 행위에 참여하게 된다.

또 스크린에 보이는 나무들은 세계 각지에서 전송받은 날씨 정보에 실시간으로 반응한다. 그에 따라 꽃이 피기도 하고 낙화하기도 하며 무성해졌다가 낙엽도 떨어뜨린다.

관객이 이야기를 생산할 수도 있다. 작은 탁자 스크린 위에 올려진 백설공주와 난장이들 모형을 움직이면 그에 따라 스크린 속 각 주인공들의 영상이 움직인다. 주인공의 캐릭터가 바뀌기도 하고 관람자에 의해 재구성되기도 한다. 동화의 여러 버전과 각 전개가 관람자의 선택에 의해 자유롭게 재구성된다. 서효정의 작품이다.

전시에는 드럼도 등장한다. 관람객이 할 일은 이 드럼을 마음껏 두드리는 일이다. 드럼의 연주에 따라 맞은 편 스크린에 나오는 각종 해양생물들이 깜짝 놀라기도 하고 제멋대로 움직이기도 한다. 산초 플랜의 작품이다.

관객뿐 아니라 인터넷도 작품에 참여한다. 마이클 비엘리키와 카밀라 리히터의 '떨어지는 신문기사'는 스크린에 수많은 픽토그램이 폭포처럼 떨어지는 형상의 작품이다.

이 픽토그램들은 일종의 실시간 뉴스번역기다. 뉴스에서 가장 빈번히 드러나는 헤드라인이나 키워드로만 축소시킨 것. 사용자들은 각각의 아이콘이 어떤 뉴스를 나타내는지 뿐만 아니라 검색될 뉴스와 최종적으로 그것이 어떻게 디스플레이 될지도 결정할 수 있다.

◆기술 진보에 한계는 없다

물방울로 글자를 표현할 수 있을까? 여러개의 노즐에서 떨어지는 물방울이 떨어지는 간격과 타이밍을 조절하면 된다. 쉽지 않은 일이지만 줄리어스 폽은 이렇게 떨어지는 물방울로 공중에 물방울의 단어를 표현했다.

이번 전시에서 폽이 들고 온 것은 여러개의 호스 속을 흐르는 색깔 있는 물방울들이 만들어내는 글자들이다. 호스 속의 아주 작은 물방울들은 마치 개미떼가 기어가는 것 같지만 멀리서 보면 'Hello' 등의 글자를 이룬다.

자신의 초상화를 그리기 위해 몽마르뜨르 언덕을 오를 필요도 없다. 박진완 등이 출품한 작품은 관객의 사진을 찍어 그대로 유화로 그려준다. 유화의 붓터치가 살아있는 듯한 느낌이다.

이번 전시회 국제공모전에서 금상을 수상한 허윤실의 작품은 흙장난을 형상화했다. 쌓여 있는 검은 모래를 손으로 이리 쓸고 저리 쓸면 흰색의 가상의 호수가 드러난다. 관객이 쓸어내서 만들어준 가상의 호수 속에는 각종 물고기 등이 나타나 움직이며 살기 시작한다. 검은 모래를 더 쓸어내 길을 터주면 그쪽으로 물고기들이 유유히 헤엄친다.

◆미래 도시 풍경 속으로

이번 전시는 인천세계도시축전 행사장 내 디지털 아트관에서 오는 10월25일까지 미래 도시의 풍경을 제시하며 펼쳐진다.

11개국에서 모인 44개 작품 및 공모전 수상작 18점이 전시되며 디지털엔터네인먼트 작품도 8점이 선을 보인다.

아울러 관람객들의 움직임에 반응해 사람들을 서로 연결하는 LED 라인이 그려지는 이벤트인 '우리사이'와 관객이 직접 참여해 흘러내리는 듯한 글씨와 그림을 만드는 체험이벤트인 '레이저 그래피티'도 전시관 주변에서 펼쳐진다.

김형기 총감독은 "다가올 미래 도시환경에서의 자유로운 만남과 소통을 유비쿼터스적 형태로 관람객들이 직접 느껴볼 수 있는 자리로 마련했다"며 "예술적 상상력과 테크놀로지가 보여주는 사회문화적 메시지들을 살펴보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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