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대 초선 의원 첫 대표발의 법안 52.48% 국회서 '낮잠'
초선 의원의 '처녀 법안'은 초심(初心) 바로미터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입법부에 안착한 만큼 최초의 입법활동이 주는 무게감은 만만치 않다. 고참 의원들의 법안에 이름만 얹는 공동발의를 벗어나 본인이 주도하는 '대표발의' 법안을 내기까지 장고(長考)를 거듭하는 이유다.
현재 18대 국회에서 활동 중인 초선 의원은 143명. 한나라당이 93명으로 가장 많고 △민주당(28명) △자유선진당·미래희망연대(각 7명) △민주노동당·무소속(각 3명) △창조한국당(2명) 순이다. 지난해 7·28재보선에서 당선된 김호연·윤진식 한나라당 의원을 제외한 141명의 초선의원이 제각기 처녀 법안을 발의했지만 결과는 저조하다. 절반이 넘는 74건(52.5%)이 4년 째 국회에 묶여 있다. 91건 중 39건(42.9%)이 계류된 한나라당은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다. 민주당 법안은 28건 중 19건(67.9%), 나머지 군소정당 법안은 22건 중 16건(72.7%)이 계류됐다.

초선 의원들의 야심작이 유령처럼 국회를 떠도는 가장 큰 이유는 '의원들의 무관심'이다. 소위 '알짜 상임위원회'를 배정받으려고 관련 법안을 발의했다 헛물을 켜면 해당 법안도 '나 몰라라' 하는 식이다. 국토해양위원회를 노리고 발의한 법안은 해당 의원이 법제사법위원회 등 엉뚱한 상임위로 가게 되면 매몰차게 버림 받곤 한다.
외부요인도 무시할 수 없다. 청소년위원장 출신인 최영희 민주당 의원이 2008년 7월 발의한 '학령기아동·청소년보호교육지원법' 개정안은 소관 부처가 보건복지부에서 여성가족부로 바뀌면서 국회를 떠돌고 있다. 상임위까지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여성가족위원회로 바뀌면서 여지껏 논의과정이 원점으로 돌아갔기 때문이다.
'패키지의 저주'도 법안이 계류되는 원인 중 하나다. 법안 자체에 문제가 있거나 여·야 이견이 있는 것도 아닌데 국회에 묶인 경우다. '금융통'인 이성남 민주당 의원이 2008년 9월 발의한 '한국은행법' 개정안이 대표적인 예다. 개정안은 여러 기관이 나눠 맡은 위·변조화폐 관리를 한국은행에 일임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문제는 한국은행의 금융기관 단독조사권 부여를 골자로 한 또 다른 한국은행법 개정안과 묶여서 논의되고 있다는 점이다. 같은 법에 대한 개정안이지만 한 묶음으로 취급되면서 장기미제 법안이 되고 말았다.

반면 초선 의원의 처녀 법안이지만 손쉽게 통과되는 경우도 있다. 자신의 전공분야로, 의원이 되기 전부터 공을 들여온 법안들이다. 한국씨티은행 부행장 출신인 조윤선 한나라당 의원이 국회에 들어오자마자 제출한 '외국환거래법 개정안', 국방부 장관 출신인 김장수 한나라당 의원이 제출한 '국방군사시설이전특별회계법' 개정안 등이 대표적 사례다.
한 국회 관계자는 "현안을 쫓다 보면 예전에 발의한 법안을 다 챙길 수 없기 마련"이라면서도 "적어도 국회의원이라면 처음 발의한 법안에 애정을 갖고 끝까지 책임을 지려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