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가 세상을 집어삼키고 있다"
웹브라우저 ‘넷스케이프’ 창업자로 유명한 마크 안드리센이 2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기고문에서 농업에서 국방에 이르기까지 전 분야가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안드리센은 휴렛패커드(HP)가 성장이 정체된 PC사업을 분리하고 영국 소프트웨어 기업 오토노미를 인수해 소프트웨어 사업에 집중하겠다고 밝힌 것과 구글이 휴대전화업체 모토로라 모빌리티 인수에 나선 점이 소프트웨어 산업의 장밋빛 전망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그는 인터넷기업 페이스북과 트위터의 비약적인 성장에 따라 일부에서 지적하고 있는 '인터넷 버블' 우려에 대해서는 동의하지 않았다. 전도유망한 대다수 인터넷 기업은 고성장, 고이윤을 시현하고 있고 높은 수준의 방어(defensible) 비즈니스를 갖췄다는 것이다.
안드리센은 오히려 애플과 구글이 시장에서 저평가돼 있다고 밝혔다. 지난주 시가총액에서 엑슨모빌을 따돌리고 1위에 등극한 애플은 막대한 수익률과 시장점유율에도 불구하고 주가수익비율(PER)이 15.2배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그는 특히 사회적 변화를 통해 IT기업의 가치가 훨씬 더 커졌다고 설명했다. 현재는 소프트웨어 기업들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훨씬 더 커지는 기술 및 경제적 변혁기의 중심에 있다는 것이다.
안드리센은 소프트웨어 기업의 성장이 일차적으로 IT기술의 발전에서 비롯됐다고 했다. 컴퓨터 혁명이 일어난지 60년, 마이크로 프로세서가 발명된지 40년, 인터넷이 등장한지 20년이 되면서 IT기술이 전세계에서 광범위하게 뿌리를 내렸다는 설명이다.
안드리센에 따르면 관련 기술의 성장으로 광대역 인터넷 사용 인구는 10년전 5000만명에서 현재 20억 이상으로 급증했고, 앞으로 10년 내로 50억의 인구가 스마트폰을 통해 인터넷에 접속할 정도로 IT기술은 더욱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튼실할 뿌리를 내릴 것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특히 소프트웨어 프로그램과 인터넷의 확산으로 신규 인프라 투자 없이도 글로벌 소프트웨어 기업들이 등장할 수 있었다. 낮은 창업비용까지 더해져 소프트웨어 기업은 거의 모든 산업 부분에서 맹위를 떨치고 있다.
그는 아마존을 예로 들었다. 오프라인 서점 보더스는 2001년 온라인 판매는 전력이 없고 중요하지도 않다며 온라인 사업 부문을 인터넷 서점 아마존에 넘겼다. 10년이 지난 현재 아마존은 세계 최대의 서점으로 성장했다. 반면, 보더스는 판매 부진으로 파산을 눈앞에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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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 이외에도 세계 최대의 가입자를 두고 있는 비디오 서비스 업체는 네플릭스이며 가장 빠른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는 엔터테인먼트 기업은 징가다. 또 텔레콤 기업중에선 스카이프가 고성장을 보여주고 있다. 모두 소프트웨어 기업이란 점이 공통점이다.
더욱이 소프트웨어는 과거 현실세계에서 우선적으로 존재한다고 여겨지고 있는 수많은 산업에서 밸루체인도 집어삼키고 있다. 자동차 산업에서 소프트웨어는 엔진과 안전장치를 작동시키고 운전자에게 음악을 들려주고 GPS 수신을 통해 목적지까지 안내한다.
세계 최대 소매업체 월마트는 소프트웨어로 재고를 정리하고 물건을 유통시킨다. 특송회사 페덱스의 트럭과 항공기에는 소프트웨어 네트워크로 부착된다. 현재 항공산업의 성공과 실패는 소프트웨어를 통해 얼마나 가격을 낮추고 항공경로를 최적화시킬 수 있는지에 달렸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소프트웨어 산업이 해결해야 할 과제들도 있다. 그는 오늘날 신생기업은 외부 상황이 상대적으로 좋았던 1990년대와 달리 거대한 경제 역풍을 맞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전세계적으로 검증된 고급 IT 인력이 적다는 점도 소프트웨어 산업이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했다.
앤드리센은 "소프트웨어 기업의 밸루에이션을 따지기보다는 소프트웨어 기업들이 지금은 무엇을 하고 있으며 이것이 비즈니스와 경제에 던지는 함의가 무엇인지를 살펴보는 게 좋을 것 같다"며 "이것은 큰 기회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