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은 돈 넣는데, 펀드매니저는 안 산다

고객은 돈 넣는데, 펀드매니저는 안 산다

엄성원 기자
2011.08.23 15:05

"더 지켜보자" 주식편입비 금융위기 이전 수준으로… 고객들 "사라는데 왜"

#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8년 하반기 펀드 환매를 해 큰 손해를 봤던 30대 후반의 회사원 김주식씨는 이달초 코스피 지수가 폭락하자 떨어지자 새로 펀드에 가입했다. 금융위기 당시 펀드에 가입한 사람들이 수익을 올리는 걸 지켜봤기 때문이다.

바닥에서 펀드에 들었으니 반등에 따른 수익도 뚜렷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정작 그가 가입한 펀드는 여전히 주식을 사는 날보다 파는 날이 더 많았다.

김씨처럼 급락기를 저가 매수타이밍으로 여긴 펀드투자자들은 "시장 상황에 대한 주식을 사라고 펀드에 가입한 건데, 펀드매니저가 주식을 사들이지 않는 것은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것"이라는 불만을 내놓고 있다.

◇ 주식비중, 2008년 이후 최저

23일 IBK투자증권에 따르면 19일 현재 국내 주식형펀드(상장지수펀드, ETF 제외)의 평균 주식편입 비중(이하 주식 편입비)은 92.99%(선물 미반영)를 기록하고 있다. 이는 금융위기의 발단이 된 미국 서브프라임 부실이 한창 무르익던 시기인 2006년 6월12일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주식 편입비는 금융위기가 정점에 달했던 2008년 10월 89%대까지 추락한 후 꾸준히 상승 추세를 이어오다 올해 초를 정점으로 다시 하강곡선을 그리고 있다. 주식 편입비는 리먼브라더스 사태 한달여 뒤인 2008년 10월24일 89.29%의 저점을 찍은 후 지난 1월31일 97.63%로 고점을 기록했다.

개별 펀드별로 보면 소수 대형주를 많이 담고 있는 집중 투자형 펀드들의 주식편입비가 대체적으로 낮았다.

펀드 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22일 현재 '흥국마켓리더스 [주식]C- 1'가 79.4%로 전체 주식형펀드 중 가장 낮았고 '마이다스블루칩배당W(주식)A 1', '현대다이나믹타겟플러스목표전환 1[주식]종류A', '현대신성장프리미엄타겟플러스목표전환 1[주식]종류A', '하나UBS변동성포커스분할매매목표전환[주혼]종류A', '삼성코리아소수정예 1[주식]_(C 1)' 등도 80%대 초반 편입비로 평균을 크게 밑돌았다.

가장 주식 편입 비중이 높은 펀드는 '한국투자현대차그룹리딩플러스 1(주식)(A)'로 편입비가 99.8%에 달했다. '신한BNPP Tops장기주택마련 1[주식](종류C)', '삼성THE증권 1[주식](A)', '한국투자삼성그룹리딩플러스 1(주식)(C 1)', '대신부자만들기 1[주식]Class A', '유리스몰뷰티플러스 [주식]' 등도 99%대 편입비를 보였다.

◇ 금융위기 때완 달라..펀드자금은 유입세

금융위기 때와 마찬가지로 변동장세가 편입비 하락의 주된 원인이 되고 있다. 연초 자동차, 정유, 화학 등을 주도주를 많이 들고 있던 투신권은 최근 변동장세 속에서 수익률 방어를 위해 낙폭이 큰 주도주를 대거 매도하며 현금 확보에 나섰고 이에 따라 편입비도 낮아졌다.

그러나 금융위기 때와 달리 최근엔 오히려 펀드로 자금이 꾸준히 유입되고 있다.

금융위기가 최고조에 이르렀던 2008년 10월 국내 주식형펀드에서 5012억원이 순유출된 데 비해 코스피지수가 연일 연 저점을 경신하는 와중에도 이달 보름 남짓한 기간 동안 국내 주식형펀드엔 1조8000억원(19일 기준)이 넘는 자금이 들어왔다.

이 기간 투신권은 코스피 시장에서 2706억원을 순매수했을 뿐이다.

금융위기 당시 잇달은 펀드 환매 탓에 투신권이 어쩔 수 없이 현금화에 나선 것과 달리 최근 투신권은 충분한 유동성에도 불구, 보수적인 시장 판단을 바탕으로 매수시기를 늦추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과거 자금이 들어오면 바로 매수에 나섰던 것과는 구별되는 분위기다.

김순영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이전 금융위기 학습효과로 최근 펀드에 스마트머니가 유입되고 있지만 투신권은 여전히 매수에 소극적"이라며 "불확실한 시장 전망 탓에 조금 더 지켜보고 기다리자는 생각이 강하다"고 설명했다.

물론 2009년 이후 지속된 환매 탓에 투신권의 매수 여력이 충분하다고 보기 힘들다는 의견도 있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2008년 하반기 시작된 자금 이탈 움직임이 지난 4월까지 계속됐다"며 "펀드에 자금이 들어오기 시작한 건 최근의 일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또 최근 주식 편입비 하락에 대해 "변동성 장세 속에서 매도 후 사지 않은 측면도 있지만 주가 하락으로 인해 자산가치가 감소한 영향도 있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