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값 2일간 160달러 급락, 드디어 버블 터졌나

금값 2일간 160달러 급락, 드디어 버블 터졌나

권성희 기자
2011.08.25 16:23

금값이 하루에 온스당 100달러 이상 급락하자 버블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금값 급락의 배경을 두고 일시적인 조정이라는 의견이 있는가 하면 드디어 버블이 터진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24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 내 상품거래소(COMEX)에서 금 12월 인도분 선물가격은 온스당 104달러, 5.6% 급락하며 단숨에 1757.30달러로 미끄러졌다. 금값은 장 중 1750.55달러까지 내려갔다. 22일 기록한 최고치 1911.46달러를 기준으로 금값은 이틀간 온스당 160.91달러, 8.4% 추락했다.

이날 낙폭은 인플레이션을 감안한 금 선물가격이 2397.15달러를 기록한 다음날인 지난 1980년 1월22일 143달러 급락한 이후 사상 2번째 규모다. 1980년 1월22일의 사상 최대 낙폭은 오랜 금값 하락세의 시작이었다. 그 때처럼 금값은 이제 버블이 터져 본격적인 약세를 시작한 것일까.

◆CME가 금값 급락의 주범..역시 무서운 규제

이날 금값 급락의 이유로는 3가지가 꼽힌다. 가장 두드러진 것은 월스트리트 저널(WSJ)이 제기한 '버냉키 실망설'이다.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오는 26일 잭슨홀 연설에서 추가 양적완화를 언급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면서 금값이 급락했다는 것이다.

3차 양적완화(QE3)가 있어야 달러 가치가 떨어지고 금값이 올라갈 수 있는데 이날 7월 내구재 주문이 예상을 크게 웃도는 4% 증가한 것으로 발표되는 등 QE3를 추진할 명분이 약화되자 금이 매도 압박을 받았다는 분석이다.

둘째는 시카고 상품거래소(CME)의 금 선물거래 증거금 인상설이다. 상하이 금거래소가 23일 선물거래 증거금율을 11%에서 12%로 이달들어 두번째 인상하자 CME도 따를 것이란 루머가 돌았다.

실제로 CME는 이날 정규거래 마감 이후 금 선물거래 증거금율을 2주일 전 22%로 올린데 이어 다시 27%로 인상한다고 밝혔다. 증거금율이 올라가면 투자자들은 금 선물거래를 하기 위해 돈을 추가 납입해야 하고 여윳돈이 없거나 빌리기도 여의치 않으면 금 매수 포지션을 줄여야 한다.

지난 5월 금보다 더 높은 상승률로 질주하던 은 랠리에 제동을 건 것도 CME의 잇단 증거금 인상이었다. 당시 CME는 13거래일 동안 은 선물거래에 필요한 증거금을 총 84% 인상시켜 은값을 고점 대비 27% 폭락시켰다.

알파벳 매니지먼트이 수석 투자 책임자인 넬슨 사이어스는 "투자자들은 CME의 증거금 인상이 은값 상승세를 꺾었던 전례를 잘 알고 있다"며 "상하이 금 거래소가 증거금을 인상하자 두려움을 느끼고 금을 팔기 시작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금값 고점 쳤다..한달반 내에 1650달러까지 떨어질 것"

마지막으로 금값이 이미 고점을 쳤다는 분석이다. 상품거래 전문가인 데니스 가트먼은 지난 22일 금값이 버블이라고 주장한데 이어 이날 금값이 급락하자 버블이 붕괴가 시작됐다며 금값이 하락해도 매수하지 말라고 조언했다.

가트먼은 "금은 우리 시대 거대한 버블 중 하나"라며 "금값이 사상최고가를 경신한 바로 그날 저점에서 정규거래를 마치고 바로 다음날 더 낮은 저점에거 마감했는데 이는 전형적으로 가격이 고점을 치고 떨어지는 신호"라고 밝혔다.

CNBC에 출연하는 트레이더 스티브 코르테스도 지금 금값 추이가 1980년에 금값이 고점을 치고 장기 하락세로 접어들던 때와 비슷하다고 말했다.

가트먼은 금값이 많이 오른 최근들어 금을 매수한 투자자들이 많다며 "이들은 손실을 줄이려 금값이 반등할 때마다 팔 것"이라며 금값이 오르기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가트먼은 헤지펀드들도 금으로 손실을 보고 있어 매수 포지션 청산 압력을 받을 것이라며 "금은 한달 반 사이에 1650달러까지 내려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MF글로벌의 수석 시장 전략가인 필 스트레이블은 "안전자산이라는 전제하에 금을 투자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투자자들이 금 포지션을 청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금은 어차피 헤지용..장기적으로 강세 이어질 것

금값의 이날 급락은 단기 조정일 뿐 장기 상승세는 이어질 것이란 반론도 여전하다.

킹스뷰 파이낸셜의 대표 트레이더인 매트 저먼은 단기적으로 금 선물가격이 온스당 100~200달러 추가 하락할 수 있다면서도 "장기적으로는 여전히 금에 낙관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과 유럽의 재정상황이 극히 무책임하고 인플레이션 불안도 계속될 것"이라며 금값 강세를 믿는 이유를 밝혔다.

미쓰비시의 귀금속 전략가인 매튜 터너도 "장기적으로 금값 추이를 보면 이와 비슷한 조정들을 겪으면서 상승세가 이어졌다"며 지난주 금값이 6% 과도하게 오르며 이날 급락의 빌미를 제공했다고 봤다.

아울러 파이낸셜 타임스(FT)는 인플레이션을 고려하면 소련이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했던 1980년 온스당 2500달러에 비해 지금 금값은 아직 낮은 편이라고 지적했다.

컨버전트 웰스 어드바이저의 수석 투자 전략가인 존 워크먼도 고객 대다수가 자산의 3% 가량을 금에 투자하기를 원하지만 여전히 금을 터부시하며 외면하는 투자자들도 있다며 금이 과매수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재니 몽고메리 스콧의 수석 투자 책임자인 마크 루치니는 금값 급락에도 불구하고 투자자들에게 금을 포트폴리오에 편입하라고 권하고 있다며 금은 가격 상승에 따른 자본이득이 목적이 아니라 다른 자산에 대한 헤지 차원에서 필요하다고 말했다.

◆금 올들어 상승률 25%..세계 최대 ETF 자리는 뺏겨

이날 급락에도 불구하고 금은 올들어 24.6%의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올들어 거의 30% 오른 은에 이어 두번째로 높은 수익률이다. 금은 5월초 원자재 가격이 조정을 받을 때 하락했다가 7월초 저점을 마련한 뒤 최근까지 25% 급등했다.

한편, 지난주 금값 급등세로 세계 최대 규모의 상장지수펀드(ETF) 자리에 올랐던 SPDR 골드 트러스트(GDR)는 다시 2위로 떨어졌다. GDR이 금값 하락으로 자산 가치가 15억달러 감소한 반면 SPDR S&P500 ETF 트러스트(SPY)는 주가 상승으로 자산 가치가 4억89000만달러 늘어난 결과다.

이에 따라 이날 GDR의 총 자산가치는 759억달러로 줄어들어 SPY의 796억달러에 뒤져 세계 2위의 ETF 자리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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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성희 기자

안녕하세요. 국제부 권성희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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