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연의 머니로드]

"럭셔리펀드에 적립식으로 가입하고 싶은데요?"
"해외증시 상황이나 고객님 나이를 고려하면 자산관리는 국내 주식형펀드로 하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그냥 럭셔리펀드로 할래요. 1년 정도만 투자하고 샤넬가방 구입할거예요."
"......."
지난해 이맘때쯤 한 증권사 지점에서 럭셔리펀드 가입한 20대 초반 직장여성의 이야기다. 당시 창구직원은 고객이 워낙 뚜렷한 투자목적(?)을 가지고 있어 이렇다 할 자산관리상담 없이 펀드 가입절차를 '일사천리'로 끝냈다고 한다.
옷은 '몸을 가리는 수단', 가방은 '소지품을 나르는 도구'로만 생각하는 기자 입장에선 선뜻 이해할 수 없는 투자방식이다. 하지만 분수에 맞지 않게 빚까지 내서 고가의 명품을 구입하는 '된장녀'들 보단 백번 나은 합리적인 선택이 아닐까.
투자에 앞서 그 목적을 세우는 것은 기초공사만큼 중요하다. 목적이 서면 자연스레 투자방법과 기간을 고민하게 되고, 사후관리가 가능해지는 것은 물론 무리수를 두지 않게 된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그 직장여성은 똑 소리 나는 재테크 DNA를 가진 투자자다.
펀드 선택도 탁월했다. '묻지도 따지지도 말라는 식'으로 펀드만 가입하고 휑하니 가버렸다고 하니 럭셔리펀드를 선택한 정확한 이유는 알 길이 없지만 결과적으로 그의 '샤넬 재테크'는 성공한 것 같다.
럭셔리펀드는 말 그대로 샤넬, 프라다, 에르메스 등 글로벌 명품기업에 집중 투자하는 상품이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국내 출시된 럭셔리펀드는 총 3개로 최근 1년 평균수익률(11일 기준)은 5.1%를 기록했다. 가장 성과가 좋았던 것은 우리자산운용의 '우리Global Luxury 1[주식]Class A 1'로 7.50%에 달했다.
같은 기간 해외 주식형펀드가 -21.92%, 국내 주식형펀드가 -6.64%를 기록한 것을 감안하면 놀라운 성과다. 시중은행 정기적금 금리(연 4%초반)과 비교해도 우수하다.
럭셔리펀드의 수익률이 탁월한 것은 그 어떤 상황에서도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는 전 세계적인 명품소비 덕분이다. 글로벌 위기라는 최근에도 명품은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실제 지난 9월 한 달간 갤러리아백화점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4% 증가했는데 매출성장을 주도한 것은 명품이었다. 이 기간 갤러리아의 명품의류와 명품잡화 등 전체 명품매출은 약 66% 급증했다고 한다.
독자들의 PICK!
이 같은 전 세계적인 명품소비 덕에 글로벌 명품기업들은 경기불안 속에서도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프라다그룹은 올 상반기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74% 급증했고, 에르메스와 세계 최대 럭셔리그룹인 LVMH도 순이익 각각 50%, 25% 정도 증가했다.
실적이 좋으니 주가도 강세일 수밖에 없다. 단적인 예로 에르메스의 주가는 올 들어서만 약 70% 가량 급등했다. 글로벌 경기불안 속에서도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면서 경기 방어주와 성장주로서 부각된 것이다.
그렇다면 럭셔리펀드가 앞으로도 명품 재테크 수단으로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까. 전문가들의 전망은 긍정적이다. 명품은 웬만한 불황에서도 끄덕하지 않는 부자들이 주요 소비층인데다 최근엔 중국 등 아시아시장의 수요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에서만 올해 명품시장 규모는 약 25% 가량 성장할 것이란 전망이다.
주머니 얇은 셀러리맨들이여. 이참에 용돈이나 비상금이라도 쪼개서 럭셔리펀드에 가입해 아내와 여차친구의 명품 갈증을 풀어주고 점수한번 따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