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형 펀드 3.7조원 이탈에 '곡' 소리나는 펀드 업계, '제 살 깎기' 마케팅
올 들어 국내 주식형펀드 수익률이 10%를 넘기며 승승장구하고 있지만 정작 펀드자금을 운용하는 운용사 관계자들의 표정은 밝지 않다.
기껏 자금을 유치해놓으면 판매사들이 펀드 환매나 '갈아타기'를 권해 자금 유출이 멈추지 않는 탓이다. 일부 운용사는 1년치 운용보수를 포기하는 셈 치고 고가의 경품을 제공하는 등 한계상황에서 '제 살 깎기' 현상도 벌어지고 있다.
◇증권사 직원 "펀드 환매하시죠"=A증권사 영업점을 찾은 한 투자자는 증권사 직원에게 환매 권유를 받았다. 코스피지수가 2000선을 찍은 뒤 조정국면에 접어들고 있으니 일단 환매를 해서 조금이라도 수익을 실현하는 게 낫다는 설명을 곁들였다.
지난해 마이너스 수익률로 애를 먹은 투자자는 원금이 회복되자 마음이 흔들리던 차였다. 증시가 추가로 반등하리란 보장이 없다보니 조급한 마음에 원금 회복에 만족하며 환매해버렸다.
16일 펀드업계에 따르면 최근 증시 조정국면을 틈타 증권사를 중심으로 고객에게 펀드 환매를 권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증시 '꼭지' 전망이 겉으로 내세우는 논리지만 내심 수수료 챙기기가 한몫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증권사들은 펀드를 환매한 고객에게 투자 위험률이 낮은 '인덱스펀드'나 선취수수료가 붙는 A클래스 신규펀드로 '갈아타기'를 권한다. A클래스 펀드는 통상 펀드 가입시 납입금액의 1%를 먼저 내야 한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2010년부터 대부분 펀드가 1년 단위로 5년까지 판매보수가 차감(CDSC)되다보니 증권사들이 이전에 팔았던 펀드를 환매하고 신규 펀드로 유도해 많은 수수료를 챙기고 있다"고 귀띔했다.
ETF(상장지수펀드)로 갈아탈 것을 권하기도 한다. 다른 운용사 관계자는 "환매자금으로 주식 계정을 열어 ETF나 종목투자를 할 경우 1번 매수·매도하는데 최고 1%의 수수료율을 적용할 수 있다"며 "펀드는 1년에 고작 1%밖에 챙기지 못하다보니 증권사들이 나서서 환매를 부추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운용사 "경품 줄 테니 제발 가입 좀"=올 들어 국내 주식형펀드에서 3조7006억원(14일 기준)이 대거 이탈하면서 자산운용사들은 대형사, 소형사 할 것 없이 비상이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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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운용사는 고가의 경품을 내세워 자금 유치에 나섰다. GS자산운용은 지난달부터 KB국민은행 전국 점포를 통해 'GS골드스코프 주식형펀드'에 가입한 고객에게 1만원권 문화상품권을 주는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적립식으로 월 20만원 이상씩 3년 이상 자동이체하거나 거치식으로 1000만원 이상 가입한 고객이면 누구나 받을 수 있고 추첨을 통해 50만원 상당의 백화점상품권도 덤으로 주기로 했다.
업계 관계자는 "운용보수가 1%도 안되는데 사실상 1년 정도는 공짜로 운용해주겠다는 말밖에 안된다"면서 "판매사의 강요로 이벤트를 진행하는지 사정은 알 수 없지만 지나친 경품 이벤트는 결국 '제 살 깎기'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대형 운용사 관계자는 "주요 판매사인 은행들이 연간 수수료 목표수익을 달성하려면 3월까지 3조원 이상 신규자금이 펀드에 들어와야 한다"며 "그런데 상황이 여의치 않다보니 은행들이 차라리 비용을 줄이겠다며 인원 축소를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은행들까지 이렇게 나오다보니 운용사에서 아무리 운용 수익률을 높여놓고 경품을 내걸어도 펀드에서 자금 빠지는 소리밖에 나지 않는다"고 하소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