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매사 보수 싼 온라인 취급안해 고객만 부담증가...금융당국 "현황 파악후 온라인화 유도"
온라인 펀드가 국내에 도입된 지 10년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개인연금펀드, 퇴직연금펀드 등 장기 세제혜택 펀드는 온라인 가입이 불가능해 투자자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수익감소를 우려한 은행, 증권사 등 펀드 판매사들이 온라인 장기 세제혜택 펀드 취급을 꺼리면서 지금까지 출시된 상품이 전무하기 때문이다.
고령화와 저금리 영향으로 장기 세제혜택 펀드에 대한 수요는 매년 급증하고 있지만 펀드 판매사들의 '얌체영업'으로 투자자들만 비싼 비용과 시간을 들이는 등 부담을 떠안고 있다.
◇온라인 펀드시장 연금펀드 불모지?
4일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현재 운용중인 공모형 개인연금펀드와 퇴직연금펀드는 각각 175개(설정액 4조5369억원), 338개(2조6331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이중 인터넷 가입이 가능한 온라인 펀드는 단 한개도 없다. 모두 펀드 판매사 창구에서 가입해야 하는 오프라인 펀드다.
온라인 펀드가 출시된 지 10년이 지났고, 현재 공모펀드 3개 중 1개가량이 온라인 펀드일 정도로 일반화된 것을 감안하면 선뜻 이해하기 힘든 수치다.
온라인 펀드는 2002년 3월로 하나UBS자산운용이 '하나UBS피가로인덱스 [주식-파생]Class C-E'를 선보이면서 국내에 처음 등장했다. 당시에는 상품 종류가 많지 않아 큰 관심을 끌지 못했지만 투자대상과 지역이 점점 다양해지면서 가입자도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특히 일반 펀드보다 보수가 저렴하고 가입이 간편하다는 장점이 부각되면서 최근 5년 사이 큰 폭으로 성장했다. 실제 2006년 31개에 불과했던 온라인 펀드 수는 이듬해인 2007년 252개로 7배 이상 증가했다. 최근에는 851개로 늘어나 전체 공모펀드(3132개)의 27.2%를 차지하고 있다.
◇펀드 판매사 장삿속에 투자자만 부담
온라인 장기 세제혜택 펀드가 출시되지 않고 있는 것은 제도나 규제에 막혀서가 아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현행법상 개인연금펀드와 퇴직연금펀드도 일반 펀드와 마찬가지로 온라인 펀드 또는 클래스를 자유롭게 설정, 판매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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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온라인 연금펀드와 퇴직연금펀드가 전무한 것은 펀드 판매사들의 '장삿속' 때문이란 지적이다. 자산운용사 한 임원은 "온라인 연금펀드를 만들고 싶어도 판매사들이 받아주지 않는다"며 "상대적으로 판매보수(수수료)가 낮기 때문에 취급도 꺼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온라인 펀드는 일반 펀드에 비해 판매보수가 평균 15~20% 가량 저렴하다. 올해 출시된 신규 온라인 펀드의 경우 더욱 저렴해 최소 30%에서 최대 50%까지 낮다. 금융당국은 투자자 비용부담 완화를 위해 올해부터 신규로 설정되는 온라인 펀드의 경우 판매보수를 일반 펀드 대비 최대 반값까지 낮추도록 했다.
펀드 판매사들이 온라인 장기 세제혜택 펀드 취급을 꺼리는 가장 큰 이유는 개인연금펀드와 퇴직연금펀드가 그 특성상 투자자가 한번 가입하면 장기투자 할 수밖에 없는 상품이기 때문이다.
개인연금펀드는 10년 이상 가입해야만 세제혜택을 받을 수 있고, 퇴직연금펀드도 가입자가 퇴직이후 연금수령까지 가져가는 게 보통이다. 펀드 판매사들 입장에선 한번 가입시키면 특별한 노력 없이도 장기간 수익을 챙길 수 있는 것이다.
업계관계자는 "평균 가입기간이 2년이 채 안 되는 일반 펀드와 비교하면 장기 세제혜택 펀드는 그야말로 판매사들의 효자상품"이라며 "신경 안 써도 수익이 나오는데 굳이 보수가 낮은 온라인용을 왜 취급하겠냐"고 말했다.
◇"장기 세제혜택 펀드 온라인 유도해야"
전문가들은 펀드 투자자의 비용부담을 완화하고, 고령화에 대비한 사적연금 활성화를 위해선 장기 세제혜택 펀드의 온라인 클래스 설정을 의무화해야 한다는 충고다.
한 펀드연구원은 "현재의 보수 구조는 장기 세제혜택 펀드 투자자들에게 부담이 크다"며 "사적연금 활성화를 위해선 신규는 물론 기존 장기 세제혜택 펀드도 온라인화로 보수를 낮출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도 문제점을 인식하고 대책마련에 나섰다. 감독당국 한 관계자는 "펀드 판매사들이 의도적으로 온라인 장기 세제혜택 펀드를 취급하지 않는 것은 문제가 있다"라며 "현황 파악을 통해 온라인화를 유도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