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부족한데 공급은 7년 뒤?…"이사 갈 곳 없어요" 전월세도 흔들

집 부족한데 공급은 7년 뒤?…"이사 갈 곳 없어요" 전월세도 흔들

배규민 기자, 남미래 기자, 정혜윤 기자
2026.05.10 09:00

[MT리포트] 1.29 대책 100일 점검…결국 문제는 공급(下)

[편집자주]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조치가 종료되는 5월9일을 기점으로 부동산 시장 기조도 전환점을 맞고 있다. 대출 규제와 세제 정상화 영향으로 한동안 잠잠하던 서울 집값 오름세에 다시 불이 붙으면서 시장에서는 결국 핵심은 공급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앞서 1·29 공급대책을 통해 수도권 6만가구 공급 계획과 도심 중심의 신속 공급 확대 방안을 제시했지만 발표 3개월여가 지난 지금까지 상당수 핵심 사업이 여전히 첫발도 떼지 못한 상태다. 정부가 약속한 공급 계획의 현재 진행 상황과 실제 공급 가능 시점 등을 점검하고 공급 대책의 실현 가능성을 짚어본다.

판교 생활권 6300가구 공급한다지만…입주까진 최소 7~8년

성남 6300가구 공급 사업 추진 일정/그래픽=이지혜
성남 6300가구 공급 사업 추진 일정/그래픽=이지혜

정부가 성남 금토2·여수2지구를 포함한 신규 공공택지 공급에 속도를 내겠다고 밝혔지만 실제 입주까지는 최소 7~8년 이상이 걸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지구 지정과 지구계획 승인, 보상, 착공 등 절차가 남아 있는 데다 교통·민원 변수까지 겹칠 수 있어서다. 다만 수도권 내 신규 가용택지가 사실상 부족한 상황에서 개발제한구역(GB)을 해제해 추진하는 확장형 공급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9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성남 금토2지구는 3800가구, 여수2지구는 2500가구 규모로 조성된다. 판교 테크노밸리와 성남시청 인근 약 67만4000㎡ 부지에 공급되는 것으로 판교·금토·여수를 잇는 생활권 확장형 공급 성격이 강하다. 금토2는 판교테크노밸리와 연계한 혁신산업 공간과 청계산 녹지축 기반 친환경 주거단지로 여수2는 여수근린공원과 연계한 공원·녹지축 중심 단지로 개발될 예정이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최근 공급대책 상당수가 도심 복합개발이나 청사 활용 등 소규모 공급 중심이었다는 점에서 이번 물량의 상징성이 크다고 평가한다. 수도권 핵심 입지에서 신규 공공택지를 확보할 수 있는 부지가 많지 않은 상황에서 나온 사실상 '미니 신도시급' 공급이기 때문이다. 특히 서울과 인접한 성남권에서 개발제한구역을 해제해 공급에 나선 만큼 희소성이 상당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사업 절차도 본격화하고 있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는 지난해 12월 국토교통부에 주택지구 지정 제안을 냈으며 현재 관계기관 협의와 주민 의견청취 등을 진행 중이다. 이후 중앙도시계획위원회 심의 등을 거쳐 2027년 지구 지정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지구계획 승인과 보상 절차를 거쳐 2030년 착공이 목표다. 여수2지구는 LH가 지난 4월 말 지구계획 수립 관련 용역을 발주한 상태다.

문제는 실제 사업 속도다. 업계에서는 절차가 순조롭게 진행되더라도 실제 입주는 2033년 이후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통상 지구 지정 이후 지구계획 승인까지 1년 안팎이 걸리고 이후 보상과 부지 조성, 착공 절차가 이어진다. 실제 LH 일정표에도 보상은 2029년, 착공은 2030년으로 제시돼 있다. 사업이 계획된 일정대로 차질없이 진행되더라도 최소 7년을 기다려야 입주가 가능하다.

보상과 민원이라는 변수도 남아 있다. 여수2지구는 상대적으로 사유지가 많지 않아 보상이 비교적 원활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반면 금토 일대는 사유지 비중이 높아 보상 협의 과정에서 사업 기간이 늘어날 가능성이 거론된다. 야탑동 일대에서는 교통 혼잡과 생활환경 악화를 우려하는 반대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성남시도 판교·금토 일대 교통 혼잡 우려를 제기하며 광역교통대책이 먼저 수립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성남시 관계자는 "현재 국토부와 협의를 진행 중인 상태로 일부 지역에서는 반대 민원도 제기되고 있다"며 "향후 협의와 인허가 과정에 따라 사업 기간은 변동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 다른 공공택지 사례에서도 주민 반발과 행정 절차로 사업 기간이 길어지는 사례가 반복됐다. 성남 서현공공주택지구는 주민 반발과 행정소송 등이 이어지며 2019년 5월 지구 지정 이후 지구계획 승인을 받기까지 5년7개월이 걸렸다. 186가구 소규모로 추진된 성남 낙생지구마저 2019년 12월 공공주택지구로 지정된 이후 현재까지 준공되지 않았다. 개발업계 관계자는 "수도권 신규 택지는 발표보다 실제 공급 시점이 훨씬 늦어지는 경우가 많다"며 "민원과 보상 변수에 따라 사업기간이 변동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최근 주택공급촉진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신규 물량을 지속 발굴하겠다는 방침을 밝혔지만 현실적으로 수도권 도심 내 신규 택지 확보 자체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서울 아파트 매물 7만건 붕괴…'공급 절벽' 겹쳐 전월세 시장도 '흔들'

서울 아파트 매매·전세 매물 추이/그래픽=김지영
서울 아파트 매매·전세 매물 추이/그래픽=김지영

1·29 공급대책이 속도를 내지 못하는 사이 서울 임대차 시장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재개로 전세를 공급하던 기존 주택 물량이 빠르게 줄어드는 데다 신규 입주 물량마저 급감하고 있어서다. 전세의 월세화와 임대료 상승세가 빨라지면서 시장에서는 공급 부족에 따른 임대차 시장 불안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9일 부동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7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물은 6만9554건으로 집계됐다. 서울 아파트 매물이 7만건 아래로 내려온 것은 지난 2월 말 이후 약 두 달여 만이다.

매물이 급감한 배경에는 이날 종료하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조치가 있다. 유예 종료 전 처분 수요가 집중되며 시장에 나올 매물이 대부분 소화됐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지난달 서울 토지거래허가 신청 건수는 1만208건으로 전월(8673건)보다 17.7% 늘었다. 지난해 10월 서울 전역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 이후 월간 기준 최대치다.

문제는 이같은 매물을 유도하는 정책이 오히려 임대차 시장의 공급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다주택자들이 보유 주택을 처분하면서 전세 공급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민간 임대 물량 자체가 줄어들고 있어서다. 올해 서울 아파트 입주 예정 물량이 지난해의 절반 수준에 그치는 등 신규 주택 공급까지 부족한 상황에서 기존 임대 물량마저 감소하며 전월세 시장 불안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그래픽=김지영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그래픽=김지영

실제로 서울 아파트 전월세 물량은 급감하고 임대료는 빠르게 오르는 모습이다. 아실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월세 물량은 지난 7일 기준 3만1095건으로 연초 대비 30.1% 감소했다. 한국부동산원이 집계한 5월 첫째 주(4월28일~5월4일)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은 전주 대비 0.23% 상승했다. 이는 지난 2019년 12월 넷째주 이후 6년5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임대차시장 불안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서울 주택 인허가 물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 1만4966가구에서 5632가구로 62.4% 감소했다. 통상 인허가 이후 실제 입주까지 3~5년이 걸리는 만큼 공급 부족 우려가 당분간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임대차 매물 부족으로 계약갱신 비중이 높아지면서 신규 전세계약 가격이 더 큰 상승 압력을 받고 있다"며 "최근 몇 년간 분양·착공 감소 여파로 수도권이 본격적인 입주 물량 감소 구간에 진입한 만큼 공급 확대 속도를 높이지 않으면 전월세 시장 불안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전셋값 난리인데 공급 안 보여"…존재감 사라진 1·29 대책

[서울=뉴시스] 조성봉 기자 =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이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이탁 제1차관과 대화를 하고 있다.  2026.04.30. suncho21@newsis.com /사진=조성봉
[서울=뉴시스] 조성봉 기자 =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이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이탁 제1차관과 대화를 하고 있다. 2026.04.30. [email protected] /사진=조성봉

정부가 내놓은 '1·29 공급대책'의 핵심은 도심 공급이었다. 노후 청사와 유휴 공공부지, 국공유지를 활용해 실수요자가 원하는 지역에 빠르게 주택을 공급하는 게 목표다. 하지만 발표 100일이 지난 지금까지 이렇다 할 성과는 눈에 띄지 않는다. 시장에서는 공급 정책을 총괄해야 할 주무 부처인 국토교통부의 존재감이 사라졌다는 말까지 나온다.

국토부는 출범 직후 주택 공급 기능을 일원화하겠다며 지난 1월 '주택공급추진본부'를 출범시켰다. 신도시 등 택지 개발부터 도심 정비사업, 민간 재개발·재건축 정책까지 통합 관리하겠다는 취지였다. 대규모 택지와 도심 공급 정책은 공급추진본부가 맡고 비(非)아파트와 임대시장 관련 정책은 주택토지실이 담당하는 구조다. 조직 개편의 가시적 성과는 아직 나타나지 않는 모습이다. 오히려 주택공급추진본부와 기존 주택토지실 간 역할 구분도 명확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기에 임대정책 콘트롤타워인 주택토지실장 공백까지 겹치며 정책 조정 기능이 약화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최근 주요 부동산 정책 메시지가 대통령실과 경제 라인을 중심으로 먼저 공개되고 국토부가 이를 뒤따르는 모습도 이런 분위기를 키우고 있다. 대통령이 이미 SNS를 통해 부동산 관련 메시지를 내놓은 상황에서 주무 부처인 국토부 공무원들이 해당 발언의 진의를 파악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 수시로 목격된다. 급변하는 시장 분위기에 대응하는 정책 반응 속도는 빨라졌을지 몰라도 보다 긴 호흡의 추진력이 요구되는 대규모 주택 공급정책은 오히려 힘이 빠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사전 조율 없이 공급 계획이 발표됐다는 인식이 남아 있는 데다 국토부 내부에서도 공급·임대·재개발 정책 기능이 분산돼 움직이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1분기 주택 인허가 물량/그래픽=이지혜
1분기 주택 인허가 물량/그래픽=이지혜

정부의 호언과는 달리 현실의 숫자는 공급 공백을 예고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과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서울 공동주택 입주 예정 물량은 2만7158가구로 전년(3만7103가구) 대비 26.9% 감소한다. 내년에는 1만7197가구까지 줄어들 전망이다. 주택 공급의 선행지표인 인허가 실적도 급감했다. 국토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서울 주택 인허가 물량은 5632가구로 전년 동기 대비 62.4% 감소했다. 수도권 전체 인허가 물량 역시 2만7271가구로 26.3% 줄었다. 착공 공백 속에 공급 부족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현재 방식만으로는 시장 불안을 잠재우기 어렵다고 본다. 대부분 사업이 실제 입주까지 5~7년 이상 걸리는 만큼 빈집 활용과 비아파트 정비 같은 단기 공급책도 병행돼야 한다는 의견이다. 정부 역시 상가주택 리모델링이나 비아파트 정비사업 등을 통해 빠른 공급을 추진 중이다.

한 주택건설업계 관계자는 "현재 정부 정책은 공급 확대보다 다주택자 규제를 통한 수요 관리에 무게가 실려 있는 모습"이라며 "단기적으로는 시장 심리를 누를 수 있지만 장기적인 공급 안정으로 이어질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업계에서는 정권마다 정책 방향이 바뀌는 구조 자체가 시장 피로도를 키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단기 시장 대응 중심 정책만 반복되면서 공급 로드맵에 대한 신뢰가 약해졌다"며 "이제는 10~20년 단위 장기 계획을 기반으로 일관된 공급 정책을 추진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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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규민 기자

현장에 답이 있다.

남미래 기자

안녕하세요 건설부동산부 남미래 기자입니다.

정혜윤 기자

발로 뛰는 기자가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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