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안정보고서…주택가격 20% 하락시 고원금상환부담대출 93조원

한국은행이 이른바 '하우스런(HouseRun)'의 가능성을 제기했다. 하우스런은 펀드런 등과 마찬가지로 주택가격 하락에 따른 대규모 주택 처분 사태를 의미한다. 이 경우 주택가격은 더욱 하락하는 악순환을 반복한다. 주택 소유자 상당수가 부채를 지고 있다는 점에서 하우스런이 가계부채의 또 다른 뇌관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국은행은 31일 국회에 제출한 금융안정보고서를 통해 "최근 수도권 대형주택을 중심으로 한 가격 하락은 금융·실물간 연계를 통해 주택가격을 추가 하락시키는 악순환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실물간 연계는 소유 주택과 부채간의 상관관계다. 주택담보대출 등이 해당된다.

한은이 예상한 시나리오는 비교적 단순하다. 주택가격이 하락하면 담보가치도 덩달아 떨어진다. 이 경우 담보가치인정비율(LTV) 한도를 초과하게 되고 만기연장시 대출원금의 상환 부담이 증대된다. 이에 따라 대출자들은 대출상환을 위해 주택처분에 나서게 된다. 이는 다시 주택가격 하락으로 이어진다.
한은은 이 보고서에서 하우스런이라는 표현을 직접적으로 사용하지 않았지만 사실상 하우스런의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은 고위관계자는 "주택가격 하락 압력이 강해질수록 더 늦기 전에 주택을 처분하고자 하는 수요가 발생할 수 있다"며 "이 경우 하우스런이라는 새로운 용어의 등장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주택가격 하락에 따라 대출자들의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한은의 추정 자료에 따르면 지난 3월말 현재 LTV 규제상한(60%)을 초과하는 대출 중 원금은 갚지 못하고 이자만 납입하는 고원금상환부담대출 규모가 35조원이었다. 주택가격이 20% 하락하면 고원금상환부담대출은 93조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주택가격이 하락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세가격은 상승추세를 이어갔다. 수도권 아파트의 경우 전세/매매가격 비율이 지난 9월 기준 55%까지 증가했다. 지난 2009년 초 기준으로는 40%였다. 주택담보대출이 있는 전세주택은 전세보증금을 포함한 실질 LTV 비율이 71%로 전체 평균 48%에 비해 크게 높았다.
한은은 "실질 LTV 비율이 80% 이상인 전세주택 비중도 26%에 이르고 있어 경매낙착가율(75%)을 감안하면 경매처분시 낙찰가가 대출액과 전세보증금 합계액을 하회할 수 있다"며 "주택소유주의 주택담보대출, 전세보증금 상환부담이 높아졌고 세입자는 전세보증금 일부를 회수하지 못할 위험도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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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금융안정보고서는 가계부채와 관련해서는 "증가세는 둔화됐지만 특정부문의 취약성은 오히려 심화됐다"고 평가했다. 채무상환능력이 떨어지는 자영업자와 저소득 가계의 부채 증가세가 지속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3월 말 기준 자영업자의 부채규모는 430조원 내외로 집계됐다.
특히 지난해 1월부터 올해 3월까지 자영업자의 부채는 16.9% 증가하며 전체 가계부채 증가율(8.9%)을 크게 앞질렀다. 우리나라의 자영업자 비중은 전체 취업자의 23%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 26개국 중 그리스를 제외하고 가장 높다. 게다가 자영업자 부채 중 59%는 소득창출 능력이 떨어지는 50세 이상 고연령층에서 발생한다.
저소득층의 채무상환능력도 현격히 떨어지고 있다. 올해 상반기 기준 전체 대부업 대출자 가운데 비교적 신용등급이 우수한 1~6등급자의 비중이 41.9%까지 증가했다. 지난 2010년 기준으로는 32.2%였다. 이들은 신용등급은 높지만 소득이 적어 대부업체를 이용했다. 한은은 "소득여건 개선이 지연되면 부실위험도 높아질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