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교협 '도넘은 대학편의주의' 방관

새정부가 대학입시 업무를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이하 대교협)로부터 분리·독립시키는 방안을 추진키로 한 배경에는 지난 5년 동안 입시행정이 지나치게 대학 편의주의적으로 진행돼 온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2008년 대입 수시전형에서 고려대학교는 특수목적고를 우대하는 등 실질적으로 고교등급제를 적용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대입에서 금지된 '3불 정책(본고사, 고교등급제, 기여입학제 불가)'의 하나를 어겼다는 지적이었다.
하지만 고려대는 "입시에 전혀 문제가 없었다"는 입장을 밝혔고 4년제 대학들의 협의체인 대교협도 이같은 입장을 두둔하는 모습을 보였다. '대입자율화' 정책을 공표한 교과부 역시 "대교협이 판단할 사안"이라는 말만 되풀이하며 뒷짐을 졌다.
이에 수험생, 학부모, 고교 교사 등은 "과연 교과부와 대교협이 대입업무를 제대로 관장할 의지가 있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선수(대교협)가 심판까지 맡는 기형적인 행정구조라는 비판이 강하게 제기됐다.
하지만 달라진 건 없었다. 오히려 대학들의 일방적이고 편의주의적인 행정이 심화되는 경향을 보였다는 지적이다. 대입전형 숫자가 3000개가 넘을 정도로 입시가 복잡해졌고 대입전형 시작 한 달을 남겨두고 갑자기 전형요강을 바꾸는 일도 비일비재했다.
공급자 중심의 편의주의가 도를 넘었다는 비판이 비등했지만 대교협은 문제해결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대학들을 회원사로 둔 단체이기에 '대학 규제'에는 태생적으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었다.
수요자를 고려하지 않는 대학의 돌출행동은 최근에도 이어졌다. 고려대, 연세대 등 서울 주요 사립대 9곳이 'A·B 선택형 수능 유보'를 갑자기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3년전 예고' 방침에 따라 올해 고3이 되는 수험생들은 이미 선택형 수능을 고1때부터 준비해 왔다.
지난해에는 모의고사까지 치며 적응력을 높이고 있는 시점이다. 그런데 입시에 영향력이 큰 서울 주요 사립대학들이 갑자기 '시행 유보'를 주장하고 나서 고교 현장은 큰 혼란에 빠졌다.
교육계에서는 "지난 2년 동안 가만히 있다가 새정부 출범에 맞춰 갑자기 유보를 요구하고 나선 것은 누가봐도 적절치 못한 처사"라며 곱지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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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새정부들어 대교협 권한 축소 등 어떤 형태로든 대입행정에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이명박 정부의 '대입자율화' 기조를 이어가되, 대학들의 지나친 독주는 적절히 콘트롤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도 이같은 문제의식에 공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위 관계자는 "이명박 정부에서 대입자율화 기조에 따라 대교협으로 많은 권한이 넘어가 인력, 예산 등이 집중된 측면이 있지만, 최근 '선택형 수능 유보' 사태가 보여주듯 부여받은 임무와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는 지에 대해선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대입자율화라는 큰 흐름이 잘못됐다고 보긴 어렵기 때문에 대입업무를 교육부가 다시 독점하는 것은 적절치 않아 보인다"며 "제3의 독립적이고 중립적인 기관이 고교 입장을 충분히 반영하며 대입업무를 총괄토록 하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