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영 복지부 장관 "법적 강제 방법 없다", 야권·보건노조 "홍준표 퇴진"

103년 동안 경남 진주 지역의 공공의료를 책임졌던 진주의료원이 결국 문을 닫았다.
경남도는 279억원에 달하는 누적적자 등을 감당할 수 없고 자구노력 없이 기득권만 유지하려는 강성노조의 특권을 막기 위해 진주의료원 폐업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도민의 세금 누수를 막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것.
하지만 야권과 의료계는 일제히 성명을 내고 "진주의료원 폐쇄는 공공의료의 후퇴"라며 반발하고 있다. 경남도가 진주의료원 폐업결정을 내렸지만 야권과 의료계가 강력하게 반발하면서 갈등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박권범 진주의료원장 직무대행은 이날 오전 10시 도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진주의료원이 폐업에 들어간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에 앞서 9시 진주의료원 측은 진주보건소에 폐업 신고를 마쳤다.
◇경남도 "기득권 유지 노조 모습에서 회생 가능성 발견 못해"=박 대행은 이날 발표에서 "경상남도와 도의회에서 수십 차례 경영개선을 요구했음에도 자구노력이 없이 기득권만 유지하고자 하는 노조원의 모습에서 진주의료원의 회생가능성을 발견할 수가 없었다"고 폐업의 이유를 밝혔다.
또 "진주의료원을 살리기 위해서는 279억원의 누적적자를 갚아주고 매년 70억원씩 발생하는 손실도 보전해야 한다"며 "이렇게 투입된 세금이 도민 전체의 의료복지가 아니라 강성귀족 노조원의 초법적 특권을 유지하기 위해 변질돼 사용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공공의료는 빌미"라며 "노조원에게 신의 직장이 된 의료원을 폐업하는 것은 도민 여러분의 혈세를 아끼고 세금의 누수를 막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며 도민들의 이해를 구했다.
현재 의료원에 입원해 있는 3명의 환자에 대해선 "남아있는 노조원 가족 환자 2명과 일반인 1명의 진료는 계속하겠다"며 "조속히 다른 병원으로 옮겨 양질의 진료를 받을수 있도록 해달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이날자로 의료원에 남은 직원 70명에게 해고 통보를 했다.
◇진주의료원 폐지방지법, 국회계류…복지부도 "방법없다"=경상남도가 진주의료원 폐업을 강행하면서 진주의료원 운영을 재개할 수 있는 여지는 사실상 모두 막혀 버렸다.
지난 4월 임시국회에서 '진주의료원 폐지 방지법'으로 불리는 '지방의료원의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보건복지위를 통과했지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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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법은 "지방자치단체가 지방의료원을 설립하거나 경영상 부실의 이유로 폐업하려는 경우 보건복지부 장관과 협의를 거쳐 결정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해당 법이 통과된다고 해도 소급 적용할 수 없는 만큼 진주의료원에 적용할 수 없다. 공공의료 정책을 책임지고 있는 보건복지부 역시 할 수 있는 일이 없는 상태다.
이날 출입기자들과 오찬 간담회를 진행한 진영 복지부 장관은 진주의료원 폐업에 대해 "업무명령을 내려야 한다는 말도 있지만 의료법상 대상도 아니고 산하기관도 아니다"라며 "복지부 장관이 지자체장에게 명령하는 것은 행정적으로 어렵다"고 밝혔다.
그는 "복지부가 권고, 조정하면 지자체 장이 뜻을 존중해줘야 하는데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법적으로 강제할 방법은 없다"고 말했다.
다만 경상남도가 진주의료원을 폐쇄하고 그 자리에 다른 용도의 건물을 지을 경우 의료원 지원 목적으로 정부에서 준 보조금 등은 회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진 장관은 "보조금 관리 법률을 보면 목적 외로 매각하는 경우 (지원금 회수는) 가능한 것 같다"며 "보조금을 지급했으니 진주의료원을 팔아서 다른 것을 하는 건 어렵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보건의료노조, 야권 일제히 비난 성명=경남도가 진주의료원 폐쇄를 강행하자 보건의료노조, 야권은 일제히 비난 성명을 내고 홍준표 도지사의 퇴진을 요구했다.
진주의료원 지키기 공공의료 강화 범국민대책위원회는 이날 1시 광화문광장에서 집회를 열고 "경남도지사 홍준표에 의해 대한민국 공공의료는 사망이 선고됐다"고 밝혔다.
이들은 "보건노조는 진주의료원 정상화를 위해 직원을 63.1% 수준으로 축소해 연간 130억원대인 인건비를 76억원으로 줄인다는 정상화 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며 "이 경우 매년 2억3000만원의 흑자를 내는 구조를 갖출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자구노력이 없었다는 주장은 새빨간 거짓말"이라며 "오로지 진주의료원을 팔아버려야겠다고 생각하는 홍준표 지사는 (정상화 방안에 대해) 어떠한 대답도 한 바 없다"고 주장했다.
또 "진주의료원 이사회는 폐업을 결정할 권한이 없고 폐업 결정은 무효"라며 "환자의 생명권을 침해하는 홍준표 경남도지사는 즉각 퇴진하라"고 지적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민주당 의원(오제세, 이목희, 김성주, 김용익, 남윤인순, 양승조, 이언주, 최동익)들도 성명을 내고 "진주의료원 폐업은 홍준표지사의 막가파식 폭주행정으로 인한 국민생명권에 대한 테러"라고 밝혔다.
이들은 "새누리당은 즉각 진주의료원 폐업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홍준표 경남지사에 대한 청문회를 즉각 수용하라"고 지적했다.
또 "국민 생명을 책임지는 보건복지부는 무엇을 했느냐"며 "복지부는 즉각 진주의료원 폐업을 철회시킬 수 있는 모든 행정적, 재정적 권한을 가동해 진주의료원 정상화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대한의사협회 역시 "중앙정부와 정치인들이 나서서 공공의료뿐 아니라 의료제도 전반에 대한 대책을 논의해야 한다"며 "정부가 지금과 같이 근본적인 문제를 방치하고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할 경우 강력한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