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초 프로젝트 미완성으로 후원금반환 사례 발생...비투자형은 규제 '사각지대'

#크라우드펀딩 사이트인 '텀블벅'(www.tumblbug.com)에서 한 모집자가 2011년 자전거 후미등을 제작하는 프로젝트 아이디어를 올려 후원자들로부터 140만원 정도를 후원금을 받았다. 하지만 이 모집자는 올해초까지 프로젝트를 완료하지 못했다.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후원자들의 항의가 빗발쳤고, 모집자는 후원금을 후원자들에게 반환했다.
인터넷이나 SNS 등에 자금문제를 겪고 있는 창작이나 사회공익 프로젝트를 공개하고, 익명의 다수에게 투자(혹은 후원)를 받는 크라우드펀딩이 주목을 받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도 이미 17개 정도의 크라우드펀딩 사이트들이 운영되고 있다.
이처럼 크라우드펀딩이 확산되고 있지만, 프로젝트의 미완수, 모집자의 잠적 등 후원자들이 예상치 못했던 문제가 발생할 경우 이를 해결할 제도적 장치나 규제들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같은 사례는 소수에 불과하고, SNS 등을 통해 모집자에 대한 자생적 검증 시스템이 작동하고 있어 섣부른 규제는 크라우드펀딩의 발전을 가로막을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확산되는 크라우드펀딩=천창민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크라우드펀딩은 자금공급자가 이익추구를 목적으로 하느냐에 따라 비투자형과 투자형으로 나뉜다"며 "비투자형은 다시 기부형과 후원형으로 나뉘며, 이는 반대급부여부에 따라 구분된다"고 설명했다.
현행 '기부금품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기부금품 모집금액이 1000만원 이상 일 때는 정부기관에 사전 등록이 필요하다. 또한 주무부처인 안전행정부의 관리 감독 대상이 된다.
하지만 텀블벅과 같은 후원형 크라우드펀딩 업체들은 반대급부가 제공되기 때문에 안행부의 관리 감독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사실상 규제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셈이다.
이들은 통신판매업자로 사업자 등록을 한 후 중개인의 입장에서 후원자와 모집자를 연결해주고 목표 금액 달성시 모금액의 5%정도를 수수료로 가져가는 수익 구조를 갖고 있다. 모집자는 후원자에게 프로젝트 성공 시 후원금에 상응하는 물품 및 사은품 등을 제공한다.
후원형, 기부형 등 비투자형 크라우드펀딩은 특히 소상공인이나 문화·예술 창작자 등 기업에 비해 모집 규모가 크지 않은 모집자들에 도움이 되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실제로 올해초 텀블벅을 통해 1000만원 이상을 후원받은 오멸 감독(42)의 영화 '지슬'이 선댄스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을 받으며 주목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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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에 따르면 후원형 크라우드펀딩 규모는 지난해 기준 17억원 정도다.
◇소액 비투자형은 사기 등에 '무방비'=크라우드펀딩을 통해 조성된 돈의 성격에 대한 안전행정부 등 관계부처, 학계 및 크라우드펀딩 업체들의 해석은 다소 엇갈린다.
염재승 텀블벅 대표는 "(후원형이지만) 이용자들은 100% 반대급부를 원하는 것은 아니고 응원의 의미도 있다"며 “평균 2만원 정도의 소액 후원이 대다수"라고 말했다.
지난달 보드게임 프로젝트로 3400만원 정도를 모금한 웹툰편집자 김준협씨(33)는 “크라우드펀딩의 마니아들이 있어서 아이템이나 프로젝트 계획이 좋다면 후원을 해주는 것 같다”며 “좋은 아이디어를 지닌 창작자들이 지원받을 수 있는 토대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씨는 “이용하면서 느낀 점은 모집자가 악한 마음을 품으면 자금공급자를 속이는 것 자체는 가능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법조계에서는 크라우드펀딩을 통한 사기행위 등이 발생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지적한다. 노영희 변호사는 "후원이나 기부 그 명칭이 무엇이든 실제 행위가 적시한 목적과 다르다면 문제가 될 가능성은 있다"며 "모집자가 후원자를 고의로 기망하는 등의 문제가 있다면 민사상 부당이득반환청구권 행사 및 형사상 사기혐의 등이 고려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올 하반기 신생기업의 창업초기 자금조달 방법의 하나로 자본시장법 개정을 통해 크라우드펀딩 제도를 도입할 예정이지만, 아직까지 소액규모인 후원형이나 기부형에 대해서는 규제 논의를 진행하지 않고 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이와 관련, "후원형은 그 규모 자체가 작고 아직 별다른 규제 논의가 나오고 있지는 않다"고 설명했다. 천 연구위원은 “규제책이 제시되면 이에 대한 운영자 부담이 생겨 성장에 장애가 될 수 있는 측면 역시 균형 있게 고려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