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초등학생 보고서②] 입시 경쟁, 맞벌이 부모… 인성교육 '구멍'

#1초등학교 4학년생 A군은 학교 수업이 재미가 없었다. 이미 학원에서 다 배운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수업 중 딴짓을 한다는 이유로 꾸중을 들었다. A군은 "저 시험 100점 맞았는데 선생님이 왜 뭐라고 해요"라고 대들었다.
#26학년생 B양은 가방에 옷과 화장품을 챙겨 다니다 선생님께 적발됐다. B양은 수업이 끝나면 길에서 아무 거리낌없이 옷을 갈아입고 화장을 했다. 스마트폰 채팅앱으로 만난 중학교 '오빠'들과 약속에 가기 위해서였다.
초등학생들이 위험하다. 한때 중고생들의 문제로 여겨졌던 사춘기가 초등학생들 사이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신체적 발달속도는 빨라졌지만 이들을 올바로 이끌기 위한 인성교육은 한참 뒤쳐져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 커진 덩치, 빨라진 '질풍노도의 시기'
현직 초등학교 교사들은 "요즘 초등생들은 예전과는 너무 다르다"고 입을 모아 말한다. 식생활 수준이 높아지며 성장속도가 무척 빨라졌다. 1990년 기준 145.7㎝였던 초등 6학년 남아(11세)의 평균 신장은 2010년에는 150.6㎝로 커졌다.
충청도 한 초등학교 교사 김모씨(25)는 "요즘 초등학교 6학년생의 덩치는 1990년대 중학교 2~3학년 정도"라며 "3학년만 돼도 조숙한 여자 아이들은 2차 성징이 나타나기도 한다"고 말했다.
덩치가 커지며 사춘기 중고교생들에게서나 나타나던 모습들이 초등생들 사이에서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친구들을 집단으로 따돌림하거나 부모나 교사에게 반항하고 일탈을 일삼는 모습 등이 대표적이다.
성적 호기심도 커지며 사고의 원인이 되고 있다. 호기심을 가지고 음란물에 접근하는 연령대도 점점 어려지고 있다. PC는 학부모나 교사들이 제한을 많이 가하자 스마트폰을 이용해 음란물을 '감상'하는 초등생도 늘어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의 지난해 12월 통계에 따르면 초등학생 49만891명 중 43.3%(21만2651명)가 스마트폰을 가진 것으로 드러났다. 소지 학생 중 1시간 이상 이용자는 9만5350명으로 전체의 45%에 육박했다.
이유진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기본적으로 빨라진 신체 발달에 사춘기가 앞당겨져 초등생 문제가 늘기도 한다"며 "하지만 또 인터넷 등으로 접한 정보를 미숙하게 처리하는 과정에서도 일탈이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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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마의 빈자리 채워주지 못하는 사회
신체적 성숙에 걸맞은 인성교육은 찾기 힘들다. 경기도 수원에 사는 초등학교 3학년 국형이(가명)는 매일 오후 2시에 수업이 끝난다. 학교 앞에는 영어학원에서 온 미니버스가 대기하고 있다. 2시간 영어수업을 듣고 나면 곧바로 공부방으로 간다.
놀고 싶지만 친구들이 모두 공부방에 있다. 7시쯤 집에 가면 회사원인 엄마가 없을 때가 더 많다. 간단히 계란프라이로 허기를 때우고 TV를 보거나 인터넷을 하며 부모님을 기다린다.
국형이 아버지 A씨는 "애가 점점 크고 있지만 맞벌이 부부다보니 따로 인성교육을 할 만한 여유는 없다"며 "주말에 가능한 시간을 내서 아이와 놀아주려고 하는데 애가 사춘기를 일찍 겪는지 소통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김 교사는 "반에서 보면 몇몇 아이들은 방과 후부터 혼자 인터넷을 하거나 학원을 5개씩 전전하며 밤늦게까지 학원에 보낸다"며 "인성이 가꿔져야 할 나이에 지식 취득만이 주가 된다"고 지적했다.
이유진 선임위원은 "어떤 부모들은 맞벌이 등으로 할 수 없는 인성 교육의 대안으로 사교육을 여기는 이도 있다"며 "하지만 무한 사교육 같은 일정 통제는 애정과 소통이 없어 아이들에게는 간섭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 아이의 미래를 바꾸는 인성교육
전문가들은 유명 범죄자 신창원의 사례를 들며 인성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신창원은 "초등학생 시절 선생님이 '너는 착한 놈이다'라고만 해줬더라면 범죄자가 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회고록을 통해 밝힌 바 있다.
초등학교 교사 송모씨(25)는 "초등시절은 학습 태도가 형성되는 시기도 하지만 인성이 형성되는 중요한 시기"라며 "맞벌이가 어쩔 수 없는 현실을 인정하더라도 자녀들에 대해 돌봄이 지나치게 부족한 부모도 많다"고 말했다.
지식 습득 위주의 교육 시스템을 원인으로 보는 지적도 있다. 고유경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학부모 상담실장은 "한국은 기본적 도리보다는 물질 따위의 성공만을 추구하는 과잉 경쟁의 사회에 있다"며 "초등학교부터 시작되는 입시 경쟁도 같은 맥락"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