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한달새 4500만원↑" 정부 발표, 중개업자는 '버럭'

"아파트 한달새 4500만원↑" 정부 발표, 중개업자는 '버럭'

송학주 기자
2013.11.21 06:05

거래량은 '신고일', 시세는 '계약일'… "통계로 국민 호도"

/ 그래픽=강기영
/ 그래픽=강기영

 "은마아파트가 10월 들어 4500만원이나 올랐다고요? 말도 안되는 소리 말아요. 가뜩이나 거래가 안돼 죽겠는데 정부는 무슨 근거로 거래가 활성화되고 집값이 올랐다는 건지 도통 모르겠네요."

 21일 서울 강남 대치동 인근의 한 공인중개사무소. 최근 한달새 은마아파트 시세가 수천만원 올랐다는 국토교통부의 발표가 있었다는 얘기를 꺼내자 이 중개업소 대표인 이모씨는 대뜸 화부터 냈다.

 국토교통부는 최근들어 '8·28 전·월세대책'의 영향으로 주택거래가 늘고 집값이 상승하는 등 대책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선 전혀 다른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심지어 정부가 잘못된 통계로 국민을 호도하고 있다는 지적도 상당하다.

 국토부는 지난 14일 '10월 주택 매매거래 동향 및 실거래가 자료'를 공개했다. 전국 주택거래량은 9만281건으로, 전년 동월 대비 35.9%, 전월보다는 59.1%나 늘어났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같은 수치는 10월 거래량 중에서 2006년 이후 최대치라고 설명했다.

 실거래가를 분석해 시세가 상승한 곳도 함께 발표했다. 재건축의 대명사인 대치동 은마아파트 76.79㎡(이하 전용면적)의 경우 9월 평균 7억3600만원에 거래됐는데 10월 평균 7억8167만원에 팔렸다고 발표했다. 한달새 무려 4500만원 이상 뛴 것이다.

 이같은 국토부의 발표대로라면 수요자들의 매수심리가 회복돼 거래가 늘면서 집값이 '바닥'(?)을 찍고 오른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실제로 서울 강남 등 중개업소를 돌아본 결과 이런 분위기는 9월에 반짝했다는 의견이 대부분이었다.

 강남구 도곡동 인근 O공인중개소 관계자는 "8·28대책 나오고 한달여간 '로또'로 불린 '공유형모기지'로 인해 문의전화가 많았다"며 "취득세 감면 등 혜택이 많다보니 급매물 위주로 거래가 조금씩 늘어나기는 했지만 반짝하는 데 그쳤다"고 말했다.

 ◇저층과 로열층 비교해놓고 수천만원 올랐다고?

 국토부 실거래가 홈페이지를 통해 살펴봐도 거래가 늘기는커녕 오히려 줄어든 단지가 많다. 실례로 은마아파트의 경우 지난 10월 한달간 76.79㎡가 3건 거래된 게 전부다.

 이 아파트는 앞서 9월엔 76.79㎡ 3건, 84.43㎡ 4건 등 7건 거래됐다. 8월 거래건수는 17건이었다. 송파구 시영1차 역시 9월엔 20건 거래됐으나 10월 거래건수는 단 6건에 그쳤다.

 문제는 정부의 발표자료가 '계약일'이 아니라 '신고일'을 기준으로 한 데서 발생한다. 계약 후 60일 내에 신고하도록 돼 있어 8~9월 계약이 10월에 신고된다. '8·28대책' 발표 직후 주택시장의 회복 기대감이 컸을 때 계약된 물량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에 비해 실거래가 자료는 계약일을 기준으로 삼기 때문에 정확한 거래량 산정이 가능하다. 국토부도 '주요 아파트단지 월별 거래금액'은 계약일자 기준으로 분석하는 것이 보다 정확한 흐름을 알 수 있다며 실거래가를 이용한다.

 충분히 계약일 기준으로 주택거래량을 산정할 수 있음에도 신고일로 통계를 만들어 혼선을 준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시세가 올랐다는 것도 실거래가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잘못된 통계임을 알 수 있다. 은마아파트 76.79㎡의 경우 9월에 거래된 3건은 모두 1~3층 저층으로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반면 10월 거래된 3건은 2층, 7층, 10층으로 저층보다 가격이 비싸기 때문에 비교하기 어렵다.

 강북에선 도봉구 한신아파트 84.94㎡가 지난달 2억8000만원에 거래돼 전달(2억6397만원)보다 1000만원 이상 뛰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실거래가를 살펴보면 10월엔 13층 한 건만 거래된 반면 9월엔 15건이 거래돼 평균을 낸 후 비교한 것이다. 저층이 포함돼 있어 9월 가격이 낮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달들어 주택시장이 다시 잠잠해지는 모습을 보임에도 정부자료만 보면 지금 집을 사야 할 것만 같은 생각이 든다"며 "정부가 발표하는 통계는 좀 걸러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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