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량은 '신고일', 시세는 '계약일'… "통계로 국민 호도"

"은마아파트가 10월 들어 4500만원이나 올랐다고요? 말도 안되는 소리 말아요. 가뜩이나 거래가 안돼 죽겠는데 정부는 무슨 근거로 거래가 활성화되고 집값이 올랐다는 건지 도통 모르겠네요."
21일 서울 강남 대치동 인근의 한 공인중개사무소. 최근 한달새 은마아파트 시세가 수천만원 올랐다는 국토교통부의 발표가 있었다는 얘기를 꺼내자 이 중개업소 대표인 이모씨는 대뜸 화부터 냈다.
국토교통부는 최근들어 '8·28 전·월세대책'의 영향으로 주택거래가 늘고 집값이 상승하는 등 대책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선 전혀 다른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심지어 정부가 잘못된 통계로 국민을 호도하고 있다는 지적도 상당하다.
국토부는 지난 14일 '10월 주택 매매거래 동향 및 실거래가 자료'를 공개했다. 전국 주택거래량은 9만281건으로, 전년 동월 대비 35.9%, 전월보다는 59.1%나 늘어났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같은 수치는 10월 거래량 중에서 2006년 이후 최대치라고 설명했다.
실거래가를 분석해 시세가 상승한 곳도 함께 발표했다. 재건축의 대명사인 대치동 은마아파트 76.79㎡(이하 전용면적)의 경우 9월 평균 7억3600만원에 거래됐는데 10월 평균 7억8167만원에 팔렸다고 발표했다. 한달새 무려 4500만원 이상 뛴 것이다.
이같은 국토부의 발표대로라면 수요자들의 매수심리가 회복돼 거래가 늘면서 집값이 '바닥'(?)을 찍고 오른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실제로 서울 강남 등 중개업소를 돌아본 결과 이런 분위기는 9월에 반짝했다는 의견이 대부분이었다.
강남구 도곡동 인근 O공인중개소 관계자는 "8·28대책 나오고 한달여간 '로또'로 불린 '공유형모기지'로 인해 문의전화가 많았다"며 "취득세 감면 등 혜택이 많다보니 급매물 위주로 거래가 조금씩 늘어나기는 했지만 반짝하는 데 그쳤다"고 말했다.
◇저층과 로열층 비교해놓고 수천만원 올랐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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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 실거래가 홈페이지를 통해 살펴봐도 거래가 늘기는커녕 오히려 줄어든 단지가 많다. 실례로 은마아파트의 경우 지난 10월 한달간 76.79㎡가 3건 거래된 게 전부다.
이 아파트는 앞서 9월엔 76.79㎡ 3건, 84.43㎡ 4건 등 7건 거래됐다. 8월 거래건수는 17건이었다. 송파구 시영1차 역시 9월엔 20건 거래됐으나 10월 거래건수는 단 6건에 그쳤다.
문제는 정부의 발표자료가 '계약일'이 아니라 '신고일'을 기준으로 한 데서 발생한다. 계약 후 60일 내에 신고하도록 돼 있어 8~9월 계약이 10월에 신고된다. '8·28대책' 발표 직후 주택시장의 회복 기대감이 컸을 때 계약된 물량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에 비해 실거래가 자료는 계약일을 기준으로 삼기 때문에 정확한 거래량 산정이 가능하다. 국토부도 '주요 아파트단지 월별 거래금액'은 계약일자 기준으로 분석하는 것이 보다 정확한 흐름을 알 수 있다며 실거래가를 이용한다.
충분히 계약일 기준으로 주택거래량을 산정할 수 있음에도 신고일로 통계를 만들어 혼선을 준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시세가 올랐다는 것도 실거래가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잘못된 통계임을 알 수 있다. 은마아파트 76.79㎡의 경우 9월에 거래된 3건은 모두 1~3층 저층으로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반면 10월 거래된 3건은 2층, 7층, 10층으로 저층보다 가격이 비싸기 때문에 비교하기 어렵다.
강북에선 도봉구 한신아파트 84.94㎡가 지난달 2억8000만원에 거래돼 전달(2억6397만원)보다 1000만원 이상 뛰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실거래가를 살펴보면 10월엔 13층 한 건만 거래된 반면 9월엔 15건이 거래돼 평균을 낸 후 비교한 것이다. 저층이 포함돼 있어 9월 가격이 낮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달들어 주택시장이 다시 잠잠해지는 모습을 보임에도 정부자료만 보면 지금 집을 사야 할 것만 같은 생각이 든다"며 "정부가 발표하는 통계는 좀 걸러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