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코레일과 철도노조의 대치가 계속되는 가운데 철도파업이 국정원의 불법 대선개입 등 정치적 이슈와 함께 다뤄지면서 노사 갈등 해결의 실타래가 더 꼬여가고 있다.
15일 국토교통부와 코레일에 따르면 전날 전국철도노조 조합원 1만 여명은 서울역 광장에 모여 철도 민영화 저지를 위한 결의대회를 열었다.
노조는 코레일이 17일까지 수서발KTX 설립을 취소하지 않으면 박근혜 대통령 당선 1주년인 19일 대규모 2차 상경투쟁을 벌이겠다고 예고했다.
◇대학가 사회참여운동으로 번진 철도파업
노조는 법인 설립 이사회 결의 취소를, 정부와 코레일은 불가 방침을 고수하면서 타협 가능성은 여전히 안개속이다. 이번 파업을 촉발시킨 코레일 자회사 설립은 한 발씩 양보해 수정할 수 있는 여지가 없는 현안이다. 법인을 세우거나 계획을 취소하거나 둘 중 하나밖에 선택의 여지가 없다.
정부·코레일 또는 노조 어느 한쪽이 포기하지 않는 한 노사간 대립 국면은 계속될 수밖에 없는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다.
여기에 대학가에서 촉발된 사회참여 운동의 관심 영역에 철도 민영화 논란이 포함되면서 파업 해결은 더 어려운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안녕들하십니까'라는 대자보에서 시작된 대학가의 사회참여 운동은 철도 파업을 비롯해 국가기관의 대선개입 사건 규탄까지 광범위한 내용을 다루고 있다.
전날 서울역광장에서 열린 국정원 시국회의의 범국민촛불대회에 참여한 대학생들은 국가기관 대선개입 사건과 밀양 송전탑 공사, 철도파업 등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쏟아냈다. 대학가 운동은 노동계 인사들까지 참여하면서 범국민 운동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철도 민영화 이슈가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과 같은 꾸러미에 들어가는 건 단순히 코레일 노사만의 문제를 벗어났음을 의미한다. 철도노조는 우군을 얻고 정부와 코레일은 상대해야 할 대상이 광범위해지는 양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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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상임위에 서울지하철 파업 예고까지 '첩첩산중'
파업 해결 가능성은 요원해지는 가운데 17일을 전후로 노사갈등이 중대 전환점을 맞게 될 전망이다. 야당은 이날 열리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상임위에서 코레일 이사회 철회를 여당에 요구할 계획이다. 노조는 정치권과 보조를 맞춰 정부를 압박하겠다는 전략이다.
18일에는 서울지하철노조 파업까지 예고된 상태다. 파업이 현실화 되면 철도노조 파업까지 겹쳐 서울·수도권의 교통대란은 피하기 어렵다. 이 일정도 철도노조에 힘을 보탠다.
서울시내 수송분담률이 36%에 이르는 전동열차가 멈출 경우 노조의 정부 압박 효과는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노조에 대한 비판여론을 타고 정부가 공권력 투입 등 강공을 취할 가능성도 있다.
코레일은 코레일대로 16, 17일을 즈음해 '특단의 대책'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무노동 무임금' 원칙 준수와 인사권 발동을 통한 전환근무 등이 유력하다.
노조는 파업으로 일손을 놓게 되면 하루 평균 19만원 가량 임금을 받지 못한다. 코레일은 과거 노조가 파업 이후 업무에 복귀하면 이런저런 이유로 파업 기간 동안 주지 않던 임금을 보전해주는 식의 공생관계를 이어왔다. 노조가 회사 징계를 두려워하지 않는 이유다.
그러나 최연혜 사장은 업무 복귀 이후 절대로 임금을 보전해주지 않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노조 반대로 시행해오지 못한 전환근무도 이번 파업 이후 감행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전환근무를 시행하면 사업장별로 끈끈한 노조의 결속력을 흐트러뜨리는 효과가 있다.
국토부 관계자도 "철도노조가 변화를 두려워하고 자신들의 이익을 유지하기 위해 사실을 왜곡하며 파업을 벌이고 있다"며 "코레일이 지금과 같은 방만 경영상태를 유지하면 5년을 넘기지 못한다는 사실을 직시하고 개혁에 동참해야 한다"고 말했다.
◇역대 최장기간 파업 우려확산
이번 파업이 역대 최장기간 파업 기록(2009년 8일간)을 넘어설 거라는 우려가 확산되는 가운데 파업 피해는 국민에게 고스란히 전가되고 있다.
코레일은 오는 16일부터 수도권 전동열차 운행 횟수를 주중 2109회에서 1931회로 178회(8.4%) 줄인다. 17일부터는 KTX 운행을 주중 200회에서 176회로, 주말(토) 232회에서 208회로 24회(주중 대비 12%) 감축한다.
화물열차 운행률은 평상시 대비 36%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로 인해 전체 운송량의 70~80%를 철도에 의존하는 시멘트업계와 시멘트를 재료로 사용하는 레미콘, 건설업계로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 현대자동차도 파업이 끝날 때까지 철도 운송 물량을 모두 탁송 차량을 이용한 육로 수송으로 바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