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관리비 '3.3㎡당 1원'에 숨은 '검은 비리'

아파트 관리비 '3.3㎡당 1원'에 숨은 '검은 비리'

이재윤 기자
2014.01.07 06:04

- 대단지 관리업체에 낮은 가격으로 입찰 참여

- 선정 과정서 '뒷돈' … 부족분 주민들에 충당

- 어린이집 등 이권사업까지 개입 수억원 챙겨

자료제공 = 수원지검 성남지청
자료제공 = 수원지검 성남지청

 '3.3㎡당 1원.'

 서울 송파구 잠실동 A아파트는 재건축사업이 끝나 입주가 시작된 2008년 한 대형관리업체가 통상 가격보다 10분의 1에 불과한 3.3㎡당 1원의 관리비를 제시하며 입찰에 나섰다. 나중에 드러났지만, 이 업체는 해당 아파트가 5000여가구에 달하는 대단지인 만큼 관리업체로 선정되기만 하면 뒷돈을 챙겨 모자란 금액을 충당할 계획이었다.

 이 업체는 최종 관리업체로 선정됐다. 하지만 주민들이 실제 내는 관리비는 이 업체가 제시한 금액보다 훨씬 더 많았다. 관리업체가 당초 입찰에서 제시한 금액보다 더 많은 관리비를 받아온 것이다.

 관리업체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2012년 5월까지 단지내 어린이집을 비롯해 경비·경호·세차·광고·재활용업체 등 닥치는대로 이권사업에 관여했고 그 대가로 수억원의 뒷돈을 챙겼다.

5000가구 넘는 주민들이 거주중인 서울 송파구 잠실동 A아파트 단지 전경. / 사진 = 이재윤 기자
5000가구 넘는 주민들이 거주중인 서울 송파구 잠실동 A아파트 단지 전경. / 사진 = 이재윤 기자

 검찰 수사 결과 당초 이 관리업체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뒷돈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조합 임원들은 이후에도 뒷거래를 계속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이라면 결국 관리업체와 조합 임원들은 입주민들을 속여 이같은 '검은 돈'을 챙겨온 셈이다.

 관리업체는 같은 방법으로 바로 옆에 위치한 아파트들의 관리사업권을 잇따라 따냈다. 총 1만4000가구가 넘는 지역 일대 주민들의 수십억원의 뒷돈을 한 업체가 챙겨온 것이다.

 그동안 아파트 관리업체들의 비리와 횡포는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이들 업체는 특히 서울 잠실과 강남, 강동 등의 대규모 재건축단지를 중심으로 조직적으로 움직였다. 관리사업권을 따내는 과정에서 조합 임원 등에 뒷돈을 제시했고 각종 이권사업에 개입해 모자란 비용을 충당해 왔다.

 아파트 단지내 어린이집의 경우 원생 확보가 쉽고 법에 따라 운영비의 95% 이상 국고보조를 받을 수 있는 등 고수익이 보장된다는 점을 악용, 운영자로부터 수천만원에서 최대 1억원이 넘는 뒷돈을 받아 챙겼다.

 알뜰시장과 피트니스센터 등을 통해서도 수천만원에서 수억원 상당의 금품로비가 이뤄졌다. 심지어 일부 단지에선 세차 영업권을 준다는 명목으로 수천만원을 요구했다.

서울 송파구 잠실동 지하철 2호선 신천역인근 B아파트 전경. / 사진 = 이재윤 기자
서울 송파구 잠실동 지하철 2호선 신천역인근 B아파트 전경. / 사진 = 이재윤 기자

 이와 관련, 수원지검 성남지청은 지난 5일 아파트 용역업체 선정 대가로 금품 거래를 한 김모(59)씨 등 수도권 17개 아파트의 조합장과 관리소장, 브로커, 어린이집 원장 등 9명을 구속기소했다. 그동안 개별단지나 조합에서 적발된 관리비 비리는 있었지만 조직적인 유착관계가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란 게 검찰 설명이다.

 이같은 사실을 전혀 몰랐던 아파트 입주민들은 분통을 터뜨렸다. 송파구 잠실동 A아파트 주민 최모씨(50대·여)는 "어이가 없다. 그동안 낸 관리비를 생각하니 억울하다"며 분개했다. 같은 단지 입주민 강모씨(60대·여)도 "사실 주변보다 관리비가 다소 비싸다고 느꼈지만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관련 기사

이재윤 기자

안녕하세요. 스토리팀 이재윤 기자입니다.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