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일 해피빈대표 "네이버 아닌 다른 인터넷활동에서도 기부 가능, 1분기중 모바일서비스 개시"

"지금까지 기부는 불쌍한 아동을 내세우거나 어려운 이웃의 비참한 삶을 보여주면서 사람들을 눈물겹게 만드는 감정에 호소하는 행위에 의존했습니다. 해피빈은 사람들을 눈물겹게 만드는 일을 지양합니다. 기부가 생활에 물들게 하려고 올해 전면적인 개편에 나섭니다."
최근 경기도 분당 해피빈 사옥에서 만난 권혁일 해피빈 재단 대표은 지난 3년간 조용했던 해피빈 사업이 올해부터 새롭게 바뀐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권 대표가 바뀐다고 한 부분은 해피빈의 외형이 아니었다. 지금까지 해피빈이 네이버의 기부 플랫폼이었다면 앞으로는 누구나 활용할 수 있는 개방형 기부 플랫폼으로 바꿔가겠다는 것이다.
권 대표는 "단지 '콩'을 기부하고 끝나는 일회적인 기부활동을 벌이는 곳이 아니라 누구나 일상생활에서 기부하는 곳으로 만들고자 해피빈 플랫폼을 구축해 왔다"며 "이미 많은 복지단체들과 기업들이 이용자와 카페 등이 참여하는 기부 생태계의 밑그림은 완성됐다"고 말했다.
모바일 해피빈의 등장이 늦어진 것은 기부 생태계를 우선 구축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권 대표는 "해피빈 인프라가 생각보다 거대해 기부 생태계를 구축해 놓지 않고 모바일 서비스를 먼저 만들 경우, 생태계가 구축된 후 모바일 서비스를 완전히 새로 만들어야 한다"며 "우선 생태계를 구축했고 모바일 해피빈은 1분기 중으로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해피빈은 네티즌 개인의 기부뿐 아니라 기업과 거액 자산가, 인터넷 커뮤니티와 팬카페 등이 기부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드는 데 지난 3년을 보냈다. 그 사이에 해피빈에 참여하는 기업과 단체는 5500여개로 늘어났다.
권 대표는 "해마다 200만명씩 개인이용자의 참여가 늘고 있지만, 그것이 해피빈의 성과는 아니다"라며 "개인에게는 기부의 경험을 제공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부를 지속하게 만드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말했다.
네이버 활동으로 콩이 자동으로 적립되게 한 것은 기부 경험을 이용자들에게 제공한 일이었다. 하지만 한 번 기부하고 나면 '할 일을 다 했다'는 생각이 들어 기부를 계속하지 않는 문제는 해피빈의 극복 과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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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 대표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기부의 일상화를 제시했다.
그는 "일상적인 활동에서 자연스럽게 기부를 할 수 있도록 기부 플랫폼을 외부로 공개할 계획"이라며 "네이버가 아닌 다른 인터넷 활동 중에도 자연스러운 기부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실제 해피빈은 온라인 게임 던전앤파이터, R2, 메이플스토리 등과 제휴해 게이머를 대상으로 기부 활동을 시험했다. 게이머가 게임을 하는 과정에서 얻게 되는 해피빈 콩을 게임상에서 기부하면 '해피빈'이라는 칭호와 함께 능력치가 향상되는 특수효과를 얻게 되는 것. 게이머들은 자연스럽게 콩을 얻기 위해 경쟁을 벌였고, 그 결과 자연스럽게 기부로 이어지게 됐다.
지금까지는 게임에서 얻어진 콩 개수만큼 게임사가 해피빈 재단에 기부하는 방식이었지만 이러한 플랫폼을 완전히 개방하면 게이머가 직접 특정단체를 골라 기부할 수 있도록 확장할 수 있다.
또 네이버 지식 쇼핑이나 온라인 쇼핑몰 등에 플랫폼을 개방하면 판매자들이 '해피빈'로고를 붙여서 자신을 홍보할 수 있게 된다. 해피빈 로고가 붙은 업체에서 구매하면 일정금액이 자동으로 기부되게 하는 것이다.
권 대표는 "소비자들은 자신의 구매행위가 기부로 이어질 수 있어 금액차이가 미미하다면 '착한 소비'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며 "경쟁력 있는 제품을 판매하는 쇼핑몰들이 자연스럽게 착한 소비에 동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해피빈의 확산은 단순히 기업들 선의에만 의존한 일이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했다.
권 대표는 "실제 해피빈에서 캠페인을 진행했던 기업들은 실제 구매로 이어지는 경우를 보면서 대단히 만족해했다"며 "커피빈이 해피빈과 함께 판매한 커피빈 카드는 1차에서 구매자들이 폭주해 해피빈 서버가 다운됐고 2차 판매에서도 불과 5분 만에 매진되는 일도 있었다"고 말했다.
해피빈 캠페인의 성과가 보이자 연간으로 캠페인을 진행하자는 기업들도 속출해 올해는 이미 6개 기업과 캠페인을 진행할 계획이다.
권혁일 대표는 삼성SDS에서 이해진 네이버 의장을 만나 1999년 NHN 창업멤버로 네이버에 합류했다. 권 대표의 네이버 사번 순번은 3번이다. 2003년부터 네이버 사회공헌실에서 해피빈 탄생을 주도했으며 2010년부터 해피빈 재단 대표를 맡고 있다.
권 대표는 "회사에서는 '좋은 일 하면서 돈도 벌면 행복하지 않느냐?'라는 말도 많이 듣지만 해피빈은 벤처기업과 같은 도전으로 힘든 날들의 연속이었다"며 "지난 10년을 '자신과 기부는 상관없는 일'이라 생각하는 사람들의 행동을 바꾸기 위해 지냈고, 기부가 단지 남에게 잘 보이게 하기 위한 행위가 아니라 실제 기업에도 이익이 되는 일이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살아왔다"고 인터뷰를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