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300] [새 경제팀의 경제정책방향] (종합)

정부가 24일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기업소득환류세제'라는 이름으로 발표한 '사내유보금 과세' 방안의 쟁점은 크게 3가지다.
첫째 이중과세 논란, 둘째 재무구조 악화 우려, 셋째 과세 기준의 현실성 문제다. 향후 정부와 국회의 입법 과정에서 논의가 필요한 대목들이다.
◆"이중과세는 심각한 문제"
정부의 방안은 투자나 임금 인상 등에 충분히 돈을 쓰지 않은 기업에게 추가로 세금을 물리겠다는 것이다. 이미 법인세를 내고 있는 기업에게 또 다시 세금을 걷는다는 측면에서 '이중과세'라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법인세는 그 자체로도 이미 '이중과세'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도관이론'(導管理論: conduit theory)에 따르면 기업은 주주에게 소득을 전달해주는 통로의 역할만 할 뿐이라는 점에서 법인세 자체가 소득세에 대한 이중과세로 볼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법인세와 별개로 기업 이익에 대해 또 다른 과세를 추진할 경우 법리적으로 적잖은 다툼이 예상된다.
여당의 대표적인 '경제 정책통'인 이한구 새누리당 의원도 "법률적으로 사내유보금에 대한 이중과세는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신용등급 낮으면 회사채 발행도 어려운데"
또 기업의 사내유보를 억제할 경우 재무구조가 훼손될 수 있다는 문제도 있다. 사내유보가 줄어 자기자본 확충이 둔화되면 '부채비율'(총부채/자기자본)이 악화될 수 있다는 점에서다. 1990년 도입됐던 기존 사내유보금 과세 제도 역시 자기자본 확충을 저해해 재무구조 악화를 초래한다는 비판에 밀려 2001년 폐지됐다.
사내유보금이 부족할 경우 외부조달 자금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질 수 밖에 없다. 자본시장이 충분히 성숙하지 않아 외부조달 비용이 높은 우리나라의 경우 기업들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자금조달 능력이 부족한 중소기업들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증권사 임원은 "지금도 신용등급 BBB 이하 기업들은 회사채로 자금 조달하기가 어려운데 사내유보금까지 억제하면 재무구조 관리에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다"며 "사내유보금 억제 정책은 자본시장의 성숙도까지 함께 고려해야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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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정 사내유보금, 업종따라 달라"
과세 기준의 현실성 문제도 향후 입법 논의 과정에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한 부분이다.
과세 여부와 과세액을 결정하는 기준을 업종의 특성이나 업황 등 현실적 변수들을 고려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설정할 경우 일부 업종이 과도한 부담을 질 수 있다는 점에서다.
예컨대 대규모 설비투자가 지속적으로 이뤄지는 전자업계와 이미 공급과잉에 직면해 신규 설비투자가 미미한 일부 제지업계에 같은 기준을 적용할 경우 적잖은 부작용이 우려된다.
또 매년 적자와 흑자를 오가는 일부 경기민감형 수출기업들의 경우 안정적인 내수기업들에 비해 더 많은 사내유보금이 필요할 수도 있다. 2001년 폐지된 기존 사내유보금 제도 역시 기업들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일괄적인 기준이 문제가 됐었다.
기획재정부도 이 같은 점을 고려해 여러 개의 과세산식을 두고 기업들이 선택할 수 있게 하는 방안을 검토 대상에 두고 있지만, 실현 여부는 미지수다.
대니얼 파라비시니(Daniel Paravisini)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기업이 사내에 축적해둬야 할 유보금의 적정 규모는 업종과 업황, 매출채권 회수율 등 다양한 변수에 따라 달라지는 만큼 일률적으로 규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사내유보과세' 대신 '기업소득환류세'…최경환 직접 작명

새 경제팀이 가계소득 확충을 위한 비장의 카드로 꺼낸 게 기업소득환류세제다. 기업의 돈을 가계로 흐르게 한다는 의미로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주문한 정책이다. 작명도 최 부총리가 직접 했다. 그만큼 의지가 담겨 있다.
이른바 사내 유보금 과세 논란을 불러왔던 제도이기도 하다. 우선 사내 유보금 논란은 피해갔다. 과거에 축적된 사내 유보에 대한 과세는 하지 않는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사내 유보 과세라는 표현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과세 대상이나 방식을 보면 전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독특한 제도다. 미국·일본 등은 사내 과다유보소득에 대해 법인세 추가 과세제도를 운영하지만 기업소득환류세제와 성격이 다르다. “지도에 없는 길을 가겠다”고 한 최 부총리의 발언도 이 제도를 염두에 뒀다는 게 기재부의 설명이다.
미국은 일반법인이 배당소득세를 회피하기 위해 과다 유보를 하면 과다유보액에 대해 20% 세율로 추가과세한다. 일본도 유보금액의 일정비율을 누진세율(10~20%)로 추가 과세한다.
반면 기업소득환류세제의 경우 내년부터 발생하는 기업 이익중 ‘일정수준 이상’ 투자, 배당 등에 활용하지 않은 미활용액을 과세 대상으로 한다. 여기에 가산세를 부과하는 식이다. 적용 대상 기업, 이익 중 활용 기준, 세율 등은 아직 검토 단계다. 다만 중소기업을 제외하고 자기자본이 큰 대기업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예컨대 이익 활용 기준을 60%로, 세율은 10%로 가정하자. 100억원의 이익을 남긴 대기업의 경우 당해에 배당, 임금 증가, 투자에 써야할 기준금액은 60억원이다. 실제 40억원만 썼다면 20억원에 대해선 10%의 세율로 세금이 부과된다. 당해 연도에 쓰지 않고 추후 투자할 돈으로 명시하고 적립금으로 설정하면 과세 대상에서 빠질 수 있다. 2년 뒤 투자할 돈 15억원을 적립금으로 하면 5억원만 과세 대상이 된다는 얘기다.
가산세인 만큼 일종의 페널티 성격이 있다. 정부도 부인하지 않는다. 다만 징벌보다는 투자 등을 유도하기 위한 채찍이라고 정부는 강조한다. 지난 정부때 단행된 법인세 인하로 혜택을 본 기업들이 열매를 잘 나누지 않은 만큼 ‘특별한’ 제도로 열매를 나누자는 취지다.
복잡한 제도 대신 법인세율을 제자리로 돌리는 방법도 있긴 하다. 하지만 법인세에 대한 새 경제팀의 입장은 확고하다.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법인세율 인상은 하지 않을 것이고 법인세 과표구간 단순화도 검토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부가 기업으로부터 돈을 거둬 나눈 것보다 기업에서 직접 가계로 돈이 흐르도록 하자는 얘기다. 기업소득환류세제를 통한 세수 목표는 ‘0’인 것도 같은 맥락이다.
사내유보 과세, 13년 전 제도와 뭐가 달라졌나

정부가 24일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내놓은 '기업소득환류세제'라는 이름의 '사내유보금 과세' 방안은 투자나 배당, 임금 인상 등에 충분히 돈을 쓰지 않은 기업에게 추가로 세금을 물리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대신 투자, 배당, 임금 인상 등에 충분히 돈을 쓰면 그만큼 세금을 깎아주는 인센티브도 포함됐다.
과세 대상은 미처분 이익잉여금 등의 '유보소득'이 아니라 '기업이익의 일부분'으로 잡혔다. 회계상 유보소득이 투자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어 유보소득에 대한 불이익이 투자 확대로 연결되기 어렵다는 지적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대기업에 대해 이익의 일정 부분 가운데 투자, 배당, 임금 인상 등에 쓰지 않은 부분을 적립금으로 쌓도록 한 뒤 일정 기간 내 이런 용도로 쓰지 않으면 과세한다는 것이 기획재정부의 방안이다.
아직까지 세율 등 구체적인 방안들은 확정되지 않았지만, 현재까지 나온 윤곽 만으로 보면 13년 전까지 시행됐던 기존 사내유보금 과세 제도와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2001년 폐지된 사내유보금 과세제도의 대상은 적정 수준을 넘어선 기업의 유보소득이었다. 당기순이익에서 배당과 적립금 등을 뺀 금액을 유보소득으로 보고, 여기서 적정 유보소득을 빼는 방식으로 초과 유보소득을 계산했다.
대상은 비상장 대기업으로 한정됐었다. 상장 대기업들은 외부주주들의 압력에 따라 자율적으로 배당을 충분히 할 것이라는 판단에서였다.
1991년 제도가 신설될 당시에는 이 같은 초과 유보소득에 대해 25%의 세율을 부과했으나 1994년 기업들의 부담을 고려해 세율이 15%로 인하됐다.
그럼에도 이후 사내유보금 과세제도가 기업들의 자본 확충을 저해하고 재무구조를 악화시킨다는 지적들이 끊이지 않았고, 결국 이 제도는 2001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그러나 사내유보금 과세제도가 사라진 뒤 문제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기업들이 사내유보금을 급격하게 늘리기 시작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사내유보금 과세제도가 적용된 마지막해인 2001년 국내 전체 기업들의 '총자산 대비 이익잉여금 비율'(유보율)은 4.6%에 불과했다. 그러나 제도 폐지 후 11년이 지난 2012년 이 유보율은 20.5%까지 치솟았다. 자연스레 기업들이 사내유보에만 치중할 뿐 배당에는 인색하다는 지적들이 쏟아졌다.
이 같은 문제의식에서 이인영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지난해 11월 새로운 사내유보금 과세제도를 골자로 한 법인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의 골격은 기존 사내유보금 과세제도와 다르지 않다. 적정 수준을 넘어서는 초과 유보소득에 대해 15%의 세율을 부과하는 방식도 기존 제도와 같다. 적정 유보소득은 '자기자본의 10%' 또는 '각 사업연도 소득에서 법인세·농어촌특별세·지방소득세, 이익준비금, 의무적립금을 뺀 금액의 50%' 가운데 큰 금액으로 잡았다.
기존 제도와 달라진 점은 적용 대상이 기존 비상장 대기업에서 전체 대기업으로 확대됐다는 점이다. 이 의원은 자기자본이 300억원을 넘을 기업 또는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 속한 기업들을 대상으로 삼았다.
사내유보 과세, 윤호중 "공감" vs 이한구 "위험"···의원들 입장은?

정부가 24일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기업소득환류세제'라는 이름으로 발표한 '사내유보금 과세' 방안에 대해 여야 의원들은 대체로 공감하는 반응을 보였다.
기업들의 과도한 사내유보금을 어떻게든 끌어내 경제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다. 그러나 기업의 재무구조 악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도 없지 않았다.
여당 정책위 수석부의장을 맡고 있는 나성린 새누리당 의원은 "기업이 적정 유보율보다 높게 유보하면 과세하는 방안 뿐 아니라 임금을 인상하거나 배당을 확대하면 감면하는 등의 인센티브 방안이 함께 있다"며 "과세와 인센티브가 동시에 추진하게 되면 (기업 전체로는) 과세가 아니라 (세금 부담이) 같아지게 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나 의원은 "이중과세 측면이 있기는 하지만 배당금이나 임금을 높이면 소비로 연결돼 경제가 활성화된다는 측면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야당도 '사내유보금 과세'의 취지에는 뜻을 같이 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야당 간사인 윤호중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사내유보금 과세 방안을 세금 부과에 초점을 맞추는 대신 임금 인상이나 일자리 창출에 사용했을 때 납부한 세금을 돌려주겠다는 데 방점을 찍으면 무방하지 않을까 본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홍종학 새정치연합 의원도 "정부가 '낙수효과'를 믿고 대기업을 지원했지만 사내유보금은 결국 낙수효과를 막는 늪이 됐다"고 공감을 표한 뒤 "하도급 기업과 상생하고 노동자를 적절하게 대우하는 기업들에 대한 보상을 확대하고 근본적으로는 법인세를 올리는 게 국민경제 전체를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말에는 이인영 새정치연합 의원이 '사내유보금 과세'를 골자로 한 법인세법 개정안을 제출하기도 했다.
한편 오히려 여당 일각에서 반대의 목소리가 나왔다. 여권의 대표적인 '경제 정책통'인 이한구 새누리당 의원은 "기업들이 내부 유보를 많이 하고 있다고 하는데 그 판단 기준이 없다"며 "기업이 돈 벌려고 만든 조직인데 오죽하면 유보를 많이 하겠나? 미래에 대한 불안이 원인인데 위기에 빠지면 정부가 책임질 수 있느냐?"고 비판했다.
이어 "기업들이 투자를 용감하게 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며 "기업들의 수익률이 떨어지고 있는데 (사내유보금 과세는) 아주 위험한 정책"이라고 강조했다.
'사내유보금 과세' 13년만에 부활 추진…美·日은?

정부가 기업들의 사내유보금에 대한 과세 제도를 '기업소득환류세제'라는 이름으로 13년 만에 부활시키는 방안을 추진키로 함에 따라 해외 사례들에 관심이 모아진다.
우리나라는 1991년 비상장 대기업들의 적정 수준 이상 사내유보금에 세금을 물리는 제도를 도입했다. 당초 초과 유보소득에 대한 세율은 25%였으나 1994년 15%로 인하됐다. 1995년에는 기업발전적립금은 과세 대상에서 제외되는 등 지속적으로 완화되다 결국 2001년 폐지됐다.
현재 정부를 중심으로 논의되고 있는 '사내유보금 과세' 방안은 폐지된 기존 제도와는 다소 차이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장 과세 대상이 '기업이익의 일부분'이라는 다소 모호한 개념으로 잡혀있다.
미국의 경우는 누적잉여금세(Accumulated Earings Tax: AET)를 적용해 사업과 관련한 합리적 수요 이상의 이익에 대해 20%의 세율로 과세하고 있다. 당초 15%였지만 지난해 인상됐다.
개인지주회사와 면세법인 등을 제외한 거의 대부분의 기업이 과세 대상이다. 유보금 보유 목적이 조세회피에 있지 않음을 기업 스스로 미국 국세청(IRS)에 입증해야 한다.
다시 말해 합리적 이유만 있으면 유보금에 대한 과세는 하지 않는 것이 미국의 제도다. 하지만 증거를 제시하지 않으면 조세회피목적으로 간주돼 세금을 내야 한다.
이웃나라 일본은 3인 이하의 주주가 소유·지배하고 있는 법인을 대상으로 일정 한도액을 초과한 사내유보금에 대해 10, 15, 20%의 차등 세율을 적용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유보금 기준으로 △3000만엔 이하는 10% △3000만엔 초과 1억엔 이하는 15% △1억엔 초과는 20%의 세율로 세금이 부과된다.
일본의 변호사연합회와 일본세무사연합회 등이 과세의 이론적 근거 빈약과 과세에 따른 폐해 등을 근거로 초과유보금 과세제도 폐지를 건의하고 있지만 일본 정부는 제도를 고수하고 있다. 일본 기업들은 '잃어버린 20년'의 기간 동안 줄곧 사내유보금을 늘리는 데 주력하면서 '유동성 함정'을 더욱 부추겼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중소기업의 천국'이라고 불리는 대만은 납입자본금 한도를 벗어나 미배당 이익금을 보유하고 있으면 초과 이익금에 대해 1회에 한해 15%의 추가 법인세를 부과하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10%였던 세율은 2011년 올랐다.
다만 대만에서는 증자 등을 통해 주주가 회사에 납입하는 등의 불입자본금이 많을 경우 그에 대해서는 세금을 부과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