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300] ['위기'의 대한민국 공무원 ⑨] 연금 개혁, 퇴직 후 취업제한 강화···공무원들의 항변

# "공무원 빨리 때려치우고 나가서 돈이나 벌어야겠어. 열 받아서 정말···". 저녁 서울 양재역 인근 고깃집에서 만난 공무원 S씨(38세)는 연거푸 술잔을 들이켰다. 서기관으로 승진한 S씨를 위한 축하 저녁자리였지만, 정작 주인공인 S씨는 내내 분통을 터트렸다."도대체 공무원연금은 왜 손대겠다는 거야? 그것도 기존 공무원들까지. 이제는 퇴직해서 갈 자리도 별로 없는데 노후에 어쩌라고".
나름대로 권력기관에 가까운 부처에서 일하고 있지만, 요즘 퇴직한 선배들 중에는 자리를 못 구해 집에서 쉬고 있는 경우가 태반이다. "뭐 사업할 거리 없나? 중국이나 베트남 쪽에 할 게 좀 있다던데···".
# 경제부처에서 차관까지 지낸 뒤 금융 관련 협회장을 맡고 있는 C씨(58세). 그는 최근 막내아들에게 절대 행정고시를 보지 말라고 했다. 평생 공무원으로 살아본 뒤 내린 결론이다. 자녀가 공무원이 되길 원하는 지인들에게도 "다시 한번 생각해보라"고 한다. 앞으로 공무원연금의 혜택도 줄어들고, '관피아' 논란 탓에 예전처럼 퇴직 후 민간 고액연봉직으로 가기도 어려워졌다. 공무원하기 좋은 시대는 갔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공무원들의 '자기부정'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민관유착이 낳은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관피아'(관료+마피아)가 '공공의 적'으로 매도되면서 퇴직 후 일자리는 날로 줄어들고 있다. 여기에 정부·여당은 공무원연금까지 손 보겠다며 공무원들을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다.
공무원들의 노후를 고려할 때 퇴직 공무원 취업제한 강화와 공무원연금 개혁을 동시에 갑작스럽게 추진하는 것은 다소 가혹할 수 있다는 게 공무원들의 시각이다. 최소한 두가지 가운데 하나에 대해서는 속도조절이라도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동안 관 출신들이 정부 유관기관장을 주로 맡았던 관행에 대해서도 공무원들은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는 주장이다.
한 경제부처 고위 공무원은 "권력이 시장으로 넘어가고 있고, '작은 정부' 논리가 비등하면서 정부의 정책수단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며 "각종 문제들을 사전에 예방하거나 수습하려면 정책수단이 있어야 하는데,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공감대를 가진 공무원 출신이 유관기관을 책임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부처 공무원은 "퇴직 후 유관기관의 수장으로 가는 것은 공무원들의 낮은 처우 수준에 대한 '암묵적인 보상'"이라며 "공무원들이 적은 봉급에도 양심을 지키면서 한눈 팔지 않고 열심히 일하는 것에는 퇴직 후 자리에 대한 기대도 영향을 미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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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관기관장에 공무원 출신 외에는 별다른 대안이 없다는 주장도 있다. 한 정부부처 고위 공무원은 "일부 욕을 먹는 경우도 있지만 업무 능력 등의 측면에서 중앙부처 공무원들이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유관기관들이 정부와 손발을 맞춰 일해야 한다는 점에서 공무원 출신을 배제하면 현실적으로 마땅한 대안을 찾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