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철학 브런치'…일상인에 가까운 철학자들의 진짜 모습

이 책 제목이 ‘철학 브런치’인 것은 브런치를 먹을 때 느끼는 그 기분처럼 철학을 수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세속과 단절된 자기만의 언어, 고상하고 엄숙한 메시지로 논리를 복잡하게 만드는 구조라는 ‘철학’에 대한 선입견은 벗어도 된다는 의미다.
저자 사이먼 정이 수많은 철학 고전들을 맛본 결과 철학은 심오한 지혜의 샘이라기보다 ‘샴페인을 곁들인 선데이 브런치’처럼 다양한 빛깔과 맛깔이 흘러넘치는 이야기보따리에 가깝다는 것이다. 고전에서 드러나는 철학자들은 딴 세상의 이상적 존재가 아닌 맨 얼굴의 우리들이라는 얘기다.
저자가 보는 철학자들은 때론 사람 좋지만 나름 고집있는 동네 아저씨(소크라테스) 같기도 하고, 예리하고 통렬한 필체를 지닌 시사평론가(볼테르와 니체) 같기도 하며, 수수께끼 같은 언어의 연금술사(하이데거) 같기도 하다. 그 논거로는 ‘대화편’에서 드러난 소크라테스의 일상의 모습이다.
“아리스토데모스가 가장 좋은 슬리퍼를 신고 있는 소크라테스에게 ‘그렇게 잘 차려입고 어딜 가느냐’고 물었다는군. 소크라테스가 대답하길 ‘아가톤의 집에서 열리는 어제 만찬은 피했지만, 오늘은 참석하기로 했네. 잘생긴 주인에게 너무 처지지 않도록 나도 이렇게 멋진 스타일로 치장했다네.”
산파술이나 변증법을 굳이 내세우지 않아도 금세 이해하게 될 철학자의 진짜 모습이 이 책이 보여주고 싶은 ‘참진리’다. 철학에 대한 오래된 편견을 깨기위해 기획된 이 책에서 저자는 독자들의 눈높이에서 철학을 읽고 음미하는 길로 안내한다.
소크라테스부터 하이데거까지 철학자 16명의 이야기에 그들이 쓴 고전 48권의 흥미로운 내용을 곁들였다. 철학에 대한 해설이나 분석이 아니라, 철학 그 자체와 만나는 즐거움을 선사하는 셈이다.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여러 번 읽어도 이해가 가지 않았던 이들에겐 더없이 고마운 선물일 수도 있을 터.
◇ 철학 브런치=사이먼 정 지음. 부키 펴냄. 544쪽/1만8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