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53배···경제'방치'구역, 대안은 국내기업?(종합)

여의도 53배···경제'방치'구역, 대안은 국내기업?(종합)

이상배 배소진 , 그래픽=이승현디자이너 기자
2014.10.15 09:14

[the300] ['경제'도 '자유'도 없는 경자구역]

서울 여의도(2.9㎢)의 53배, 강남구(39.6㎢)의 4배에 달하는 땅이 버려진 채 놀고 있다. 2003년 7월 도입된 '경제 자유구역'의 실상이다.

제도 도입 11년이 지난 현재 전국에 지정된 경제자유구역은 총 8곳. 면적은 총 336㎢에 달한다. 그러나 이 가운데 약 절반에 해당하는 153㎢의 땅이 전혀 개발되지 않은 채 방치돼 있다.

이처럼 부진한 경제자유구역의 투자 유치 성과가 이번 국정감사에서도 도마에 오른다. 또 경제자유구역 활성화를 위해 규제를 대폭 풀고, 입주 국내기업에도 세금감면 등의 혜택을 주도록 하는 내용의 법안이 발의를 앞두고 있어 향후 경제자유구역 제도 개선을 위한 국회 논의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 "규제 풀고, 국내기업에 혜택 줘야"

14일 국회에 따르면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이한구 새누리당 의원(대구 수성갑)은 기획재정부를 상대로 한 국감에서 경제자유구역 운영의 난맥상을 지적하고 대안을 제시할 계획이다.

경제자유구역 제도에 대한 이 의원의 대안은 △외국인투자기업 뿐 아니라 특정 업종 및 규모의 국내기업에 대해서도 세금감면 혜택 부여 △외국의료기관 설립 허용 요건을 현행 외국인 지분 50% 이상에서 30% 이상으로 완화 △영리교육기관 설립 허용 및 외국교육기관의 내국학생 입학비율 제한(30%) 폐지 등이다.

경제자유구역에 외국인투자를 유인할 만한 산업생태계를 조성하려면 국내기업에 대한 역차별을 없애 국내기업들의 사업장을 적극 유치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또 의료·교육 분야에 대한 각종 규제로 외국 의료기관 및 교육기관 등 외국인들을 위한 정주환경이 제대로 조성되지 않는 것도 외국인투자 부진의 주된 원인라는 게 이 의원의 인식이다.

이학재 새누리당 의원(인천 서구·강화갑)은 경제자유구역 내에 '규제완화 시범지구'를 지정해 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경제자유구역의 지정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경제자유구역법) 개정안을 이달 중 발의할 예정이다.

개정안에는 규제완화 시범지구에 한해 각종 불필요한 규제를 제거하고 내국인 투자기업에 대해서도 세제혜택 등의 지원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긴다. 특히 의료·교육·금융·관광·문화콘텐츠 등 주요 서비스산업에 대해 규제를 획기적으로 개선해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토록 하는 방안도 포함된다. 중국 상하이의 규제완화 시범지구인 '푸둥 자유무역시범구'는 지난해 9월 지정된 뒤 올 8월까지 1만1000개 이상의 기업을 유치하는 등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 "의료는 OK인데···"정부, 국내기업 지원에는 신중

국회에서의 이 같은 움직임의 배경에는 현행 경제자유구역 제도로는 외국인직접투자(FDI) 유치 확대라는 당초의 정책 목표를 실현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경제자유구역 제도의 시행에도 불구하고 외국인직접투자 유입액은 2004년 133억달러(14조원)에서 지난해 122억달러(13조원)로 오히려 줄었다. 그나마 지난해 국내로 들어온 외국인직접투자 가운데 경제자유구역의 몫은 단 5%에 불과했다.

정부도 경제자유구역 내 외국의료기관 설립 관련 규제 완화에 대해서는 기본적으로 찬성 입장이다. 정부는 조만간 경제자유구역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 개정을 통해 경제자유구역 내 외국의료기관 설립 규제를 제주도특별자치도 수준으로 완화할 계획이다. △외국인 의사 비율이 10% 이상일 것 △병원장이 외국인일 것 △진료의사결정기구의 50% 이상이 외국인일 것 등의 규제를 없애는 것이 핵심이다.

그러나 정부는 경제자유구역에 입주하는 국내기업을 지원하거나 경제자유구역 내 교육 관련 설립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에 대해 신중한 입장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경제자유구역 활성화를 위해 국내기업 유치가 필요한 측면도 있지만 제도 도입 취지에 맞게 외국인투자를 촉진하는 정책을 우선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며 "산업단지에 입주하는 국내기업들과의 형평성 문제도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경제자유구역 내 영리외국교육법인 허용은 다양한 교육수요의 충족을 위해 필요한 측면이 있지만 교육단체의 반발과 교육의 공공성 논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경자구역 청장과 시장, 얼굴 붉히고 싸운 이유는

# 지난 3월19일 전남 광양의 한 호텔. '광양만권 경제자유구역청'(GFEZ) 개청 10주년 기념식을 닷새 앞두고 '제5차 광양만권발전협의회'가 열렸다. 이희봉 청장과 여수·순천·광양시장, 3개 지역 상공회의소 회장 등이 참석한 이날 회의는 잔치 분위기로 시작했지만, 이내 파행으로 치달았다.

조충훈 순천시장과 이 청장 사이에 고성이 오가는 설전이 벌어진 탓이다. 다툼의 빌미는 대형마트 코스트코의 순천 신대지구 입점 문제였다. 광양만권 경제자유구역청이 코스트코의 입점을 추진하는데 대해 지역 상공인들의 피해를 우려한 조충훈 순천시장이 이 청장에게 강하게 항의하면서 서로 언성이 높아지고 얼굴이 붉어지기 시작했다. 이후 이 청장은 코스트코 순천점 개설 허용 문제로 지역 시민단체에 의해 검찰에 고발됐다.

경제자유구역 난맥상의 상당부분은 경제자유구역청과 중앙정부, 광역자치단체, 기초자치단체 간의 알력에서 비롯된다. 현행 제도가 이 같은 문제를 부추기고 있다.

현행 법령상 경제자유구역 지정 요청은 시·도지사가 하고, 지정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한다. 전체적인 개발 계획 수립은 해당 지역의 경제자유구역청이 하지만 승인은 시·도지사가 하고, 그 뒤에는 사실상 중앙정부가 견제를 할 수 있게 돼 있다.

'경제자유구역의 지정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 11조1항에 따르면 시·도지사가 경제자유구역에 대한 개발사업의 실시계획을 승인하면 자동으로 39개 관련 법률에 대해 의제처리가 이뤄진다. 산지관리법 농지법 하천법 수도법 폐기물관리법 관광진흥법 3도로법 항만법 건축법 주택법 등의 관련 인·허가 또는 신고, 승인 의무가 면제된다는 뜻이다.

이것만 보면 경제자유구역에 대한 지방자치단체의 권한이 상당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다음 조항을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11조2항은 시·도지사가 실시계획을 승인하는 경우 미리 관계 부처의 장관과 협의해야 한다고 못 박고 있다.

경제자유구역청은 실시계획 승인권을 가진 시·도지사의 눈치를 보고, 시·도지사는 협의 상대인 중앙정부 장관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는 구조다. 특히 경제자유구역에 대한 지정 또는 지정해제 권한을 가진 산업통상자원부는 시·도지사에게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는 존재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경제자유구역과 같은 경제특구에 대해 개발의 주도권은 민간에 주고 정부는 개발승인 절차의 간소화, 신속한 고용 및 수출입 허가, 통관 및 환전 지원, 네거티브 규제시스템 등으로 자유로운 기업활동 보장하는 데 집중할 것을 권하고 있다.

해외 '경제특구' vs 한국 '경자구역', 뭐가 다르길래…

지난 8월 전국 경제자유구역(FEZ) 14개 지구 전체 또는 일부 면적이 지정해제됐다. 전체 경제자유구역 면적 중 약 22%에 달하는 규모다. 지난 2003년 '동북아 비즈니스 허브'를 꿈꾸며 출발한 경제자유구역이 지지부진한 외자유치로 인해 '빛 좋은 개살구' 신세가 돼 가고 있는 것이다.

국내 경제자유구역이 중국, 홍콩, 싱가포르 등 주변 국가들과 비교해 경쟁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는 것은 글로벌 기업의 마음을 사로잡을 만한 매력이 없다는 데 있다.

동유럽 경제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폴란드는 10년 전 같은 문제에 봉착한 바 있다. 2000년대 초반 슬로바키아, 헝가리, 체코 등에 굵직한 대기업 공장 유치를 잇따라 빼앗기며 위기감이 감돌았던 것.

2005년 LG디스플레이 등 LG전자 계열사가 폴란드 서부 브로추아브 지역에 투자의향을 타진하자 폴란드 정부는 현지 코트라 무역관에 조언을 구할 정도로 적극적으로 나섰다. LG전자가 생산기지를 짓는다면 해당 지역을 'LG경제특구'로 지정해주겠다는 파격적인 인센티브도 제안했다. 원하는 기업이 있다면 '선(先)유치 후(後)조성'도 마다하지 않았던 것이다. 용지를 먼저 조성한 뒤 기업을 유치하는 국내 경제자유구역의 운영방식과 정반대다.

계약체결 후에도 폴란드 정부는 투자기업의 편의를 위한 각종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경제특구 입주요건은 10만 유로 이상의 투자. 투자자들에게 '전담 관리인'을 1대1로 붙여 맞춤형으로 입주를 도왔다.

LG전자에 대해서도 법인세·재산세 감면에 현금 보상,공장 부지까지 공짜나 다름없이 제공했다는 것은 당시 유명한 일화다. 평균 8주 이상 걸리는 건축 인허가도 5주만에 완료해줬다. 현장 인근에 도로를 무상으로 조성해 '한국로' '서울로' 등의 이름을 붙여주기도 했다.

덕분에 작은 농촌마을이던 브로츠와프는 LG전자 등 계열사를 시작으로 유럽 내 최대 가전 생산기지로 발돋움할 수 있었다. 2010년 기준 폴란드 경제자유구역은 1200개 기업의 26조원 규모 투자를 유치했다. 입주 기업 80% 이상이 외국기업이었다.

싱가포르는 중국 등 주변국가의 투자유치 확대로 기존 다국적 기업의 이탈이 발생하기 시작하자 '바이오 산업'을 전략적으로 육성키로 했다. 이를 위해 첨단 시설을 갖춘 국영 생물공학 연구단지를 건설해 경제특구로 지정했다.

200만㎡의 작은 부지에 사무실, 호텔, 엔터테인먼트시설을 집적했고, 전 지역에서 사용자가 무선인터넷을 마음껏 이용할 수 있는 인프라도 구축했다. 입주기업에는 5~10년간 법인세 면제 등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했고, 우수 외국인력에게는 영주권이나 시민권 획득에도 편의를 주고 있다. 이에 힘입어 싱가포르는 화이자, 노바티스 등 세계적인 제약회사의 연구개발(R&D)센터를 유치했다.

이밖에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의 경우에는 자유구역 내 입주 기업에 관세·법인세·소득세·지방세 등의 세금을 면제해주고, 경제 활동에서 발생하는 수익 100%를 본국으로 송금할 수 있도록 했다.

도로, 전기통신, 용수공급 등 기반시설도 자유구역청에서 제공해 기업은 사용료만 부담하도록 하는가 하면, 외국인·외국기업에 토지임차권을 99년까지 제공해주는 등 각종 편의를 제공했다. 이를 통해 두바이는 2000년대 초 단숨에 '글로벌 허브'로 성장할 수 있었다.

[인포그래픽] 경제자유구역 어디 어디 있나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