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톤에서 8톤으로…재료를 깨뜨리고 뭉갠 상처의 조각들

16톤에서 8톤으로…재료를 깨뜨리고 뭉갠 상처의 조각들

양승희 기자
2014.10.17 05:42

조각가 정현 개인전 오는 11월 9일까지 학고재갤러리에서…조각·드로잉 70여점 출품

조각가 정현 개인전에 출품된 '파쇄공'. /사진제공=학고재갤러리
조각가 정현 개인전에 출품된 '파쇄공'. /사진제공=학고재갤러리

재료가 가진 본래의 성질을 가감없이 표현하는 조각가 정현의 개인전이 오는 11월 9일까지 서울 소격동 학고재갤러리에서 열린다. 작가의 17번째 개인전인 이번 전시에는 입체 조각 7점과 드로잉 70점이 공개된다.

정현이 주목한 재료는 주로 버려진 침목(枕木), 철물, 아스팔트 콘크리트, 잡석 등으로 재료에 지나친 변형을 주지 않고 본래의 특성을 살리는 방향으로 작업을 해왔다.

출품작 중 가장 눈여겨 볼만 한 작품은 무게가 약 16톤에 달하는 ‘파쇄공’이다. 작가가 포항과 광양 제철소에서 직접 가지고 온 파쇄공은 본래 쇠뭉치를 용광로에 넣을 크기로 깨트리는 용도로 사용됐다. 자석으로 25미터 높이까지 올렸다가 아래로 떨어뜨리는 과정을 6~7년간 수차례 반복한 파쇄공은 표면이 뭉개지고 패이고 찢겨 나가 8톤까지 크기가 줄어들었다.

작가는 파쇄공에 산업 현장의 힘이 축적돼 있다고 본 동시에 현대사의 시련과 견딤을 함께 포착해냈다. 파쇄공 표면에 찍힌 상처들에 대해서는 “노동의 흔적 또는 아름다움”이라고 표현했다.

전시회를 구성하는 다수의 작품은 드로잉으로 콜타르(coal tar)와 오일바(oil bar)를 사용했다. 재료가 본질적으로 지니고 있는 거친 질감을 바탕으로 번개를 맞아 갈라진 나뭇가지, 바람을 이기지 못해 쓰러진 나무 등의 이미지를 그려냈다.

홍익대와 파리국립미술대에서 조소과를 전공한 정현은 한국미술평론가협회상 창작부문,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상 등을 수상한 바 있다. 현재 홍익대 미술대학원에서 교수로 재직하면서 작품 활동을 함께 이어가고 있다.

콜타르(coal tar)와 오일바(oil bar)를 사용해 표현한 드로잉. /사진제공=학고재갤러리
콜타르(coal tar)와 오일바(oil bar)를 사용해 표현한 드로잉. /사진제공=학고재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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