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정가제 통과시킨 국회, '제2 단통법' 될라 긴장

도서정가제 통과시킨 국회, '제2 단통법' 될라 긴장

김성휘,박상빈 기자
2014.11.19 05:23

[the300][런치리포트-도서정가제 안착할까①]

6일 오후 경기 파주출판단지의 한 출판사에서 도서를 할인 판매하고 있다.문화체육관광부는 기존 신간 도서 위주로 적용됐던 도서정가제를 원칙적으로 모든 도서로 확대하고 할인폭도 15%이내로 제한하기로 했다. 2014.11.6/뉴스1
6일 오후 경기 파주출판단지의 한 출판사에서 도서를 할인 판매하고 있다.문화체육관광부는 기존 신간 도서 위주로 적용됐던 도서정가제를 원칙적으로 모든 도서로 확대하고 할인폭도 15%이내로 제한하기로 했다. 2014.11.6/뉴스1

발행한 지 1년6개월이 안 된 신간도서 할인폭을 최대 15%로 제한하는 새 도서정가제가 21일 시행되면서 시험대에 선다.

법안을 직접 심사, 통과시킨 여야 의원들은 18일 "제2의 단말기유통법 사태는 없을 것"이라 입을 모았다. 시행 초기 혼란은 잠시이고 일단 법안 취지가 살아나면 책값 거품이 빠지면서 소비자도 출판업계도 상생할 수 있을 거란 기대다.

물론 대형서점·동네서점 간 상생효과 등에 대해 우려는 여전하다. 여야는 조심스런 낙관론을 펴면서도 일단 시행 후 드러나는 문제점은 보완하겠다고 여지를 열어뒀다.

◇"책값 오르고 소비자 혼란…제2 단통법 아니냐"

도서정가제를 강화하는 내용의 출판문화산업진흥법 개정안은 지난 5월 국회를 통과했다. 6개월 유예기간을 거쳐 이달 시행이 임박하면서 비관론이 확대됐다. 정치권은 촉각을 곤두세웠다. 자칫 당초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또 한 번 값비싼 입법비용만 치르게 되면 국회가 고스란히 그 책임을 떠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시장원리로 결정되는 가격을 지나치게 엄격히 규제한다는 우려가 첫번째였다. 미국은 도서정가제 없이도 수많은 베스트셀러와 유명작가를 배출해 왔다. '영어'라는 강력한 무기가 있다지만 가격규제가 출판진흥의 만능열쇠는 아니란 사례다.

△책값 거품빼기가 주요 목표지만 가격은 도리어 오를 수 있다는 점, △제도 변경 전 대규모 세일에 따라 시행 직후 소비자가 느낄 가격인상폭은 실제보다 크다는 점, △규모 있는 출판사나 대형서점은 여전히 유리한 조건이어서 중소업체 육성지원이 쉽지 않을 것이란 우려도 나왔다. 단통법으로 적잖은 혼란을 겪은 이후라 '혹시나' 하는 걱정은 증폭됐다.

하지만 당시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법안을 직접 다룬 여야 의원들은 '제2의 단통법'이 될 가능성을 일축했다. 단통법은 사용자와 업계가 그 영향을 채 예상하기도 전에 통과됐고 휴대전화 시장과 출판시장의 성격도 다르다는 이유다. 반면 도서정가제는 업계 의견을 수렴해 법안을 제출한 것부터 이해당사자간 입장 조율까지 상당한 논의 끝에 합의안을 마련했다는 것이다.

그래픽=이승현 디자이너
그래픽=이승현 디자이너

현재 신간도서는 19%까지 할인할 수 있는데 이걸 10%로 대폭 줄이는 게 최재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의 개정안 원안이었다. 보다 완전한 도서정가제를 요구한 중소서점이 반기는 일이다. 반면 고객이탈 등을 우려한 대형서점은 입장이 달랐다. 소비자로서도 당장 책값 상승이 뻔했다. 가격거품을 낮춰 궁극적으로 가격대가 낮아진다면 기대효과를 달성하는 셈이지만 시장이 기대대로 움직인다는 보장은 없었다.

이를 둘러싸고 지난해 2~8월 업계 자율협약이 진행됐다. 12월 교문위가 논의를 시작한 후에도 토론이 계속됐다. 조금씩 간극을 좁힌 결과 할인폭을 15%까지 인정하되 직접적인 가격인하는 정가의 10%까지만 허용하기로 했다. 18개월이 지난 책은 출판사가 정가를 다시 매길 수 있게 했다. 새 정가는 최초 정가보다 낮아 사실상 할인 효과를 낸다. 제도가 정착되면 '할인이 당연하다'는 인식도 바뀔 것으로 기대됐다.

◇"장기적 안목에서 정가제 필요"…정착 여부 모니터링해야

강은희 새누리당 의원은 "할인한다는 것은 그만큼 정가에 거품이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은혜 새정치연합 의원은 "단기적으로 가격이 오를 수 있지만 장기적 안목에선 꼭 필요한 법안"이라고 강조했다.

그래픽=김지영 디자이너
그래픽=김지영 디자이너

여야의 지적처럼 어떤 제도든 시행 순간 혼란은 불가피하다. 대규모 세일 행렬도 예상됐지만 불법은 아니어서 막을 길은 없다. 조사 결과 책 1권당 평균 220원 정도 값이 오를 수 있고 그나마 법이 제대로 작동하면 장기적으로 책값 자체가 인하되는 효과가 나타난다.

하지만 제2의 단통법 아니냔 우려를 예사로 넘길 수는 없다. 도서정가제건 단말기유통법이건 체감도가 매우 높은 정책이다. 인상폭이 단 몇 백원이라도 소비자의 지갑 사정에 직접 영향을 준다는 사실은 값비싼 휴대전화와 다르지 않다.

정부와 국회의 사후 책임감이 막중한 이유다. 법이 개정됐다고 저절로 효과가 날 것으로 기대하면 책값 인상, 소비자 후생 악화와 출판업계의 또다른 양극화란 부메랑이 날아들 수 있다. 개정법 시행 후 시장변화를 꼼꼼히 뜯어보고 기대만큼 효과가 나지 않는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지 살펴야 한다는 지적이다.

강은희 의원은 "가격 거품을 빼면서 소비자에게도 도움이 되리라는, 이상적인 측면이 있긴 했다"며 "시행 후 필요한 부분은 보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4월16일 교문위 법안소위 주요 발언

▶박인숙(새누리)

"이것도 또 하나의 규제인데, 수치상으로 묶어놓으면 선의의 피해자도 있을 수 있다. 조금은 자유시장에 맡겨야 되는 부분도 있다."

▶강은희(새누리)

"박인숙 의원님 안에 동감한다. 다만 도서정가제가 확립이 안 되면 향후 주변에서 소형서점을 보기가 참 어려워질 수도 있다. 필요한 규제가 아닌가 한다."

▶유기홍(새정치)

"(박인숙 의원) 일리 있는 말씀인데...서로 상충되는 이해관계자들이 굉장히 오랫동안 인내를 갖고 합의한 결과다."

▶도종환(새정치)

"출판계, 유통업계, 소비자단체까지 다 모여서 서점, 출판계, 소비자모임 쪽도 어렵게 합의를 이끌어낸 과정이 있었다. 이렇게까지 조정된 것을 존중할 필요가 있겠다."

▶유은혜(새정치)

"그러나 어쨌든 소비자 입장에선 가격상승으로 받아들일 소지가 있는 것 아닌가. 그래서 계속 논란이 된 것도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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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휘 기자

머니투데이 미래산업부(유니콘팩토리) 김성휘입니다. 국회/정당/청와대를 담당했고(정치부) 소비재기업(산업부), 미국 등 주요증시/지정학/국제질서 이슈를(국제부) 다뤘습니다. EU와 EC(유럽연합 집행위), 미국 워싱턴DC 싱크탱크 등을 경험했습니다. 벤처스타트업씬 전반, 엔젤투자, 기후테크 등 신기술 분야를 취재합니다. 모든 창업가, 기업가 여러분의 도전과 열정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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