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18개월간 할인판매 없다는데, 출판사 책값 인하할까

신간 18개월간 할인판매 없다는데, 출판사 책값 인하할까

김고금평,양승희 기자
2014.11.19 05:26

[the300][런치리포트-도서정가제 안착할까④]카드·쿠폰할인 편법논란 여전

5일 오전 서울 종로구의 한 대형서점에서 시민들이 책을 고르고 있다. 오는 21일부터 도서정가제가 확대되고 도서할인율이 15% 이내로 제한된다.법제처는 11월에 새롭게 시행되는 법령 안내를 통해 출판문화산업 진흥법 개정법률이 이달 21일부터 시행된다고 예고했다. 2014.11.5/뉴스1
5일 오전 서울 종로구의 한 대형서점에서 시민들이 책을 고르고 있다. 오는 21일부터 도서정가제가 확대되고 도서할인율이 15% 이내로 제한된다.법제처는 11월에 새롭게 시행되는 법령 안내를 통해 출판문화산업 진흥법 개정법률이 이달 21일부터 시행된다고 예고했다. 2014.11.5/뉴스1

21일 ‘개정 도서정가제’ 시행을 앞두고 출판사, 서점가, 소비자들의 혼선이 가중되고 있다. 소비자들은 정가제 시행으로 우선 책값이 인상된다는 것에 불안감을 드러내고, 출판사들은 줄어든 할인폭에 따른 독자 이탈을 염려한다. 개정안으로 이득을 보는 쪽은 온·오프라인 대형 서점들뿐이라는 우려도 적지 않다.

죽어가는 동네 서적도 살리고, 줄어든 할인폭으로 질 좋은 책을 만들 수 있는 기회를 얻자는 개정안의 ‘윈윈 전략’이 출발부터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개정 도서정가제’는 출간 18개월 이후 구간(舊刊)과 초등학교 학습참고서 등 기존 도서정가제의 예외 부문 도서들까지 모두 15%까지만 할인할 수 있도록 ‘제한’함으로써 무분별한 할인경쟁을 막고 소형 서점들을 보호하자는 취지를 담고 있다.

하지만 개정 도서정가제는 갈수록 업계와 소비자 사이에 이해득실에 따른 혼선 양상을 빚으면서 논란만 부추기고 있다. 논란은 크게 4가지다. △지금보다 낮은 가격으로 책값의 안정세를 실현할 수 있는가 △지역 서점이 동반 상생할 수 있는 구조를 마련할 수 있는가 △또 다른 변칙 할인 문제와 공급률 단가 통일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신간이 구간으로 둔갑하는 편법을 어떻게 막을 것인가 등이 골자다.

◇ 장기적 가격 안정성 ‘콘텐츠 질 상승’ VS 책값 상승으로 30% 판매 감소 우려

개정안에 공감하는 이들은 장기적으로는 책값의 거품이 빠져 지금보다 낮아진 ‘현실적 정가’로 질 좋은 책을 구매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한기호 소장은 “더이상 할인으로 경쟁할 수 없으니 출판사들이 콘텐츠 질로 승부하게 될 것”이라며 “인지도 있는 출판사가 책 출고가를 내리면 다른 출판사도 영향을 받아 책값을 내려 장기적으로는 책값의 안정세가 유지된다”고 설명했다.

한 소장은 과도한 할인폭이 적용된 책 종류가 대부분 실용서 위주였다며 “일부 책들의 과도한 할인 경쟁률이 책 시장의 유통 질서를 흐려 책의 다양성을 죽였는데, 개정안 시행 이후에는 정리가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출판사 ‘사월의 책’ 안희곤 대표는 책값의 거품론을 인정하면서도 “정가제가 시행되면 당장 20~30%의 판매 감소가 생길 것”이라고 예상했다. 안 대표는 “종이값, 판권료 등 제작비가 상승하는 추세라 출고가를 큰 폭으로 낮추는 것도 현실적으로 힘들다”며 “무엇보다 우려되는 건 한국의 책 구매 현실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가 ‘가치’가 아닌 ‘가격’이어서 비싸다는 인식이 존재하는 한 독자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래픽=김지영 디자이너
그래픽=김지영 디자이너

◇ 동네 서점 살리기?…편법 경쟁 막으려면 ‘할인률’ 없애야

그렇다면 동네 서점은 다시 살아날 수 있을까. 할인율 15%로 묶어둔 개정안에 한국서점조합연합회는 환영의 의사를 표명했지만, 실효성에 대해선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제주도의 한 소형 서점 대표는 “온라인 대형 서점들이 무료 배송이나 카드사 할인 등 또 다른 할인의 구멍을 만드는 편법들을 계속 쓸게 뻔하다”며 “정가제를 제대로 하려면 아예 ‘할인 불가’로 가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관계자는 “정가대로 판매하는데도 손님들은 여전히 책은 당연히 ‘할인’되는 것이라고 인식하는 탓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동네 서점 중에서도 특히 영세 서점들은 규모차이가 나는 지역 서점끼리 연대하기도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 할인율보다 공급률이 문제 “결국 이득은 대형 서점들이 독차지”

개정안이 시행되면 현재 도서 한 권당 평균 구매 가격은 220원 증가하는 것(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분석)으로 나타났다. 소비자가 지는 부담은 출판사의 공급률(서점에 납품하는 책의 출고가)과도 관계가 있다는 것이 업계의 대체적인 반응이다.

제작비 상승으로 출판사가 책값을 올릴 경우 서점에 책을 판매하는 공급률이 높아질 수 있지만, 가격에 예민한 독자들의 외면을 받기 쉽다는 점에서 책값 인상은 쉬운 결정이 아닌 셈이다. 특히 대형 서점과 동네 서점의 공급률이 제각각이어서 할인폭이 제한되더라도 출판사에 대한 대형 서점의 공급률 압박은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현재 대형서점은 출판사로부터 65~75% 정도의 공급률을 적용해 책을 받는다. 1만원짜리 책을 서점은 6500원에서 7500원 정도로 공급받는다는 얘기다. 이는 예술이나 디자인책에 국한된다. 일반 책의 경우 공급률은 55%로 더 떨어진다. 한 중소 출판사 사장은 “할인 행사 기간엔 30%까지 공급률을 요구받은 적도 있다”고 했다.

수요가 몰리는 온라인 서점으로 가면 상황은 더 비극적이다. 출판사가 1만원짜리 책을 동네서점에는 75%(7500원)의 공급률로 제공하지만, 온라인 서점에는 50%(5000원)로 공급하는게 지금의 현실이기 때문이다.

한 출판사 사장은 “공급률에서 무려 20%나 차이가 나는데, 공급률은 놔두고 할인폭만 제한하는 개정안이 무슨 의미가 있냐”며 “결국 이득을 보는 건 대형 온·오프라인 서점들 뿐”이라고 했다. 한기호 소장은 이와 관련해 “책 시장은 과점 체제인 휴대폰 시장과 달리, 신간 단행물이 1년에 6만종이 나와 경쟁하기 때문에 서로 영향을 받기 쉽다”며 “원천적으로 유통 마진을 내리는 식으로 공론화해서 공급률의 통일된 기준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구간의 재정가 정책…개정 도서정가제의 최대 '함정'

할인율 15% 제한이라는 규제 조치 뒤에는 '구간 재정가'라는 함정이 숨어있다. 신간이 18개월 뒤 구간으로 바뀌면 이 재고에 대해선 출판사들이 재정가 정책을 통해 가격을 마음대로 조정할 수 있다.

1만원짜리 신간이 18개월이라는 시간만 견디면 5000원이든 3000원이든 출판사 입맛대로 낮은 가격으로 책정되고, 여기에 개정안에 따라 15% 더 할인된다. 이럴 경우 신간에 대한 구매력은 구간의 구매력으로 대체되는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모양새가 나올 수 있다.

출판업계는 이 점을 주시하고 있다. 출판·유통 단체들은 이 함정에서 벗어나기 위해 12일 구간 재정가와 관련해 "재정가를 무한정 내릴 수 없도록 30%이상 깍지 못한다"는 내용의 자율 협약을 발표할 예정이다. 하지만 법적 구속력이 없어 출판업계의 자정 노력이 얼마나 지켜질지는 미지수다.

한편 소형출판사와 동네서점들이 온라인 서점들의 변칙 할인으로 입게 될 타격을 걱정하는 사이, 대형서점들은 고객 이탈을 가장 걱정하고 있다.

교보문고 진영균 대리는 “가격 때문에 독자들이 책을 구입하지 않을까 가장 우려된다”며 “앞으로 할인이 아닌 북콘서트나 저자와의 만남 등 다른 이벤트로 고객 유치에 나설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인터파크의 정지연 과장은 “온라인 서점의 최대 장점인 할인이 막혀 아쉽지만 고매 등급별 혜택 등 기획을 통해 이탈 고객을 줄이는데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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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휘 기자

머니투데이 미래산업부(유니콘팩토리) 김성휘입니다. 국회/정당/청와대를 담당했고(정치부) 소비재기업(산업부), 미국 등 주요증시/지정학/국제질서 이슈를(국제부) 다뤘습니다. EU와 EC(유럽연합 집행위), 미국 워싱턴DC 싱크탱크 등을 경험했습니다. 벤처스타트업씬 전반, 엔젤투자, 기후테크 등 신기술 분야를 취재합니다. 모든 창업가, 기업가 여러분의 도전과 열정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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