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300-김영란법 보고서2-③]입법예고 부터 2년5개월 우여곡절…누가 어떤 역할했나
이른바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처음 입법예고됐던 건 김영란 권익위원장 시절인 지난 2012년 8월. 이후 권익위가 정부안을 확정해 국회로 넘길 때까지 1년, 국회 소관 상임위인 정무위원회를 통과하는데 다시 1년5개월이 걸렸다. 다음 단계인 법제사법위원회에서도 신중 검토한다는 입장이어서 여야가 합의한 2월 임시국회 통과도 장담하긴 이르다.
법안에 대한 논의 기간이 길었던 만큼 우여곡절도 많았다. 애초 법안 발의를 주도한 김영란 전 위원장 부터 앞으로 법사위 논의를 이끌어갈 이상민 법사위원장까지 법안 논의에 관여했거나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친 인사들도 다채롭다. 이들의 역할을 중심으로 그동안의 김영란법 논의 과정을 돌아봤다. 국민들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는 법안인 만큼 누가 어떻게 법안 논의에 영향을 미쳤는지를 기록하고 평가하는 것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김영란 전 권익위원장 =지난 2012년 8월, 권익위가 '김영란법 원안'으로 불리는 '부정청탁 금지 및 공직자의 이해충돌방지법'을 입법 예고했다. 대법관 출신인 김영란 당시 위원장이 역점을 두고 추진해 온 법안이어서 일찌감치 '김영란 법'으로 명명됐다. 김 위원장은 그해 11월 퇴임, 다음해 8월에 국회에 제출된 정부법안을 최종적으로 챙기진 못했다. 이후 정부법안은 금액 기준이 아닌 직무연관성 여부에 따라 형사처벌하는 것으로 조정됐다. 국회 논의가 본격화된 지난해 4월 이후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자신이 입법예고했던 '원안'을 지원 사격하는 등 장외에서 계속 논의에 영향을 미쳤다.

◇김용태 새누리당 의원(정무위 여당 간사 및 법안소위위원장)= 김영란법이 정무위 법안소위에 상정된 것은 지난해 4월. 공교롭게도 김 의원이 같은 당 박민식 의원으로 정무위 여당 간사 자리를 넘겨받은 이후다. 후반기 국회 구성은 그해 5월에 됐지만 박 의원이 부산시장 경선에 출마하면서 한달 일찍 바통을 넘겨 받았다. 김 의원은 김영란법 원안이나 정부안 모두 위헌 등 문제가 적지 않다고 우려했다. '조속히 통과시키라'라는 여론 압박 속에 지난해 5월에는 법안의 문제점을 알면서도 제대로 알리지 못했다는 고백을 하기도 했다. 이후에도 법안의 위헌 요소를 줄이고 법의 완결성을 높이는데 전력해 법안소위 위원장으로 현재의 김영란법을 의결했다.

◇김기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정무위 야당 간사)= 여당에 김용태 의원이 있었다면 야당엔 김기식 의원이 있었다. 정무위 전반기 법안소위 위원, 후반기 야당 간사로 김영란법 논의 과정에 주도적으로 참여했다. 야당의 대표적인 법안 전문가 답게 논리적인 문제점을 계속 파고들었다. "사립학교는 촌지 받고, 공립학교는 촌지 받으면 안되느냐"고 지적하는 등 적용대상이 사립학교 교직원, 언론사 종사자 등으로 확대되는데도 영향을 미쳤다. 역시 여론 압박과 제대로 된 법안 만들기 사이에서 고민이 적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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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 =법안 심의에 직접 참여하지는 않았지만 누구 못지 않게 큰 영향을 미친 인물이 박근혜 대통령이다. 공직사회 혁신 방안의 하나로 국무회의와 국회 연설 등 여러 자리를 통해 수차례 김영란법의 조속한 통과를 촉구하는 등 국회를 압박했다. '세월호 참사' 이후 공직사회 개혁에 대한 여론과 맞물리면서 박 대통령의 한마디가 갖는 위력은 더욱 컸다.
◇언론 =언론도 빼놓을 수 없다. 법안의 세부 내용이 갖는 파장 보다는 김영란법의 취지 등이 주로 보도되면서 '법안을 갖고 실랑이 하는 것 자체'가 개혁을 거부하는 것으로 치부되는 경우가 많았다. 김영란법이 정무위 논의 과정에서 법의 완결성은 높아졌지만 적용대상이 확대되는 등 '강도'가 더 쎄진 데도 이같은 언론 보도 영향이 적지 않았을 것이라는 평가다.

◇이성보 권익위원장 =김영란 전 위원장에 이어 2012년 12월 취임해 김영란법 정부안을 성안했다. 직무연관성이 있는 경우에만 형사처벌을 하는 쪽으로 내용을 바꿔 '후퇴' 비판을 받기도 했다. 법안의 중요성을 감안해 보통 부처의 차관급이 참석하는 법안소위에 대부분 참석하는 열의를 보였다. 하지만 정부안의 기조를 크게 벗어나지 않고 위원들의 질문에 명확한 답변을 못해 지적을 받기도 했다. 정무위 주변에서는 이 위원장 스스로도 '김영란법'에 대해 상당히 우려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이상민 법사위원장 =앞으로 역할이 더 중요하다. 법사위원장으로 본회의로 가는 마지막 관문인 법사위 통과에 '키'를 쥐고 있다. 법안소위는 위원장 보다 여야 간사가 주도하지만 위원장이 회의 진행 등을 책임진 만큼 마음먹기에 따라 얼마든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 위원장은 김영란법 원안에 가까운 법안을 직접 발의하는 등 김영란법에 높연 관심을 보여왔다. 그동안 수차례 '조속 통과'를 강조해왔지만 법사위로 넘어온 이후에는 검토가 필요하다는 쪽으로 스탠스가 다소 달라졌다. 지난 12일 법사위 전체회의에서는 정무위 논의 과정에서 김영란법의 내용이 바뀌었고, 전문위원 검토도 끝내기 어려울 정도로 시간이 촉박하다며 법안을 상정하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