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재정전략회의]R&D 혁신안 발표…'韓형 프라운호퍼' 만든다
정부 R&D(연구·개발)의 총괄조정 기능을 강화하기 위한 새 수뇌부인 '과학기술전략본부(가칭)'가 세워진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과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을 합치는 통합 수순도 밟는다. 이를 위해 STEPI의 정보수집·분석력과 KISTEP의 기획·평가력 등의 일부 기능을 합친 '과학기술정책원(가칭)'을 설립한다. 이는 앞으로 국가과학기술심의위원회(이하 국과심)·과학기술전략본부의 정책지원 역할을 수행할 예정이다.
또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등 6개 산업지원연구소는 중소·중견기업 민간수탁 비중을 늘리고, 부처별로 분산된 18개 R&D 전문관리기관의 효율적인 개편 방안도 단계적으로 추진한다.
미래창조과학부는 13일 열린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범부처 R&D 혁신 방안'을 발표했다. 혁신안에는 국가 R&D 사업에서 그간 곪아온 구조적 문제 해결을 위한 정부 처방이 담겼다.
미래부에 따르면 정부 R&D 투자는 2013년 기준 △투자규모는 세계 6위(542억달러) △국내총생산(GDP) 대비 비중은 1위(4.15%) △상근 연구원 6위(32만명) △경제활동인구 1000명당 비중 5위(12.4명)이다.
하지만 예산 투입 대비 성과는 낙제점을 면하기 어렵다. 지난 2012년 기준, 연구기관의 R&D 생산성은 1.80%로 미국(10.83%)의 6분의 1 수준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실정이다.
미래부는 이번 R&D 혁신방안 마련 배경에 관해 △R&D 전략과 투자우선순위 부재 등 컨트롤 타워 기능 미흡 △정부-민간간, 산·학·연간, 부처간, 25개 정부출연연구기관(이하 출연연)간 연구 영역 충돌 및 협업 부족 △출연연·대학의 시장을 외면한 '나홀로 연구' △패스트 팔로워(Fast Follower)형 R&D로 인한 혁신적 성과 한계 등을 문제로 꼬집었다. 현 구조로는 R&D를 통한 실익을 챙길 수 있는 구조가 아니라는 지적이 설득력을 갖는 이유이다.
이에 따라 미래부 측은 "지금이 국가 R&D를 퍼스트무버(First-Mover)형 R&D로 체질 전환을 시도할 구조개혁의 적기(適期)라고 판단했다"며 이번 혁신방안 카드를 내놓은 취지를 이처럼 설명했다.
이날 발표된 혁신안에 따르면 먼저, 국과심 사무국을 미래부 내 별도 조직으로 분리·설치하는 '과학기술전략본부'를 신설한다. 지난 12일, 미래부 사전 브리핑에서 최종배 미래부 창조경제조정관은 "국가 R&D를 종합적인 시각에서 보는 기관이 없고, 추진전략도 없다는 지적에 따라 전략본부를 신설키로 했다"며 "과거 통상교섭본부와 같은 형태와 같이 인사·조직 등을 독립적으로 운영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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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연구재단(미래부), 산업기술평가관리원(산업부),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중기청), 보건산업진흥원(복지부), 환경산업기술원(환경부),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국토부), 콘텐츠진흥원(문화부) 등 각 부처별로 분산된 18개 R&D 전문관리기관들도 재편한다. 이는 부처 간 중복 투자를 막고 '돈 되는 기술'에 정부 예산을 집중 투자하겠다는 취지이다.
일각에선 이들 기관을 하나로 묶는 작업일 것이란 추측도 따른다. 이에 대해 미래부 측은 "과학기술계의 폭넓은 의견을 수렴해 단계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ETRI를 비롯한 생산기술연구원, 전기연구원, 화학연구원, 기계연구원 재료연구원 등 6개 산업지원연구소를 '한국형 프라운호퍼 연구소'로 개편하는 정책도 눈에 띈다. 독일 프라운호퍼 연구소는 1949년 설립된 응용기술 중심 연구소이다. 연간 수입 2조8000억원 중 33%를 기업 연구과제를 수주해 조달하고 있다. 이에 반해 현 출연연은 정부·지자체의 출연금과 PBS(정부과제수주)로 대부분 수익을 조달하고 있다.
미래부는 재정 부담을 덜기 위해 출연연이 민간기업에서 일감을 획득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기업 과제 수행 실적 우수기관에는 별도 정원 및 인센티브를 지급할 계획이다. 미래부는 6개 기관에 대한 민간수탁 실적을 현 14.2%에서 오는 2018년 21%까지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출연연의 과당경쟁 원인인 PBS 비중을 축소하고, 고유임무 수행을 위해 출연금을 상향 조정하는 방안도 이번 혁신안에 포함됐다. 다만, 미래부는 이에 대한 구체적인 수치는 제시하지 않았다.
또 항우연·원자력연·건설연·철도연·핵융합연 등 대형·공공연구 중심기관은 정부수탁사업을 정책지정사업으로 전환해 안정적인 예산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국가 R&D '컬러'를 더 도전적으로 바꾸기 위해 연구과제 수행 완료시까지 지속적으로 연구 예산을 지원받을 수 있는 '일몰형 융합연구단'을 활성화할 계획이다.
아울러 '원천 연구'에선 기업 수요를 전제로 한 과제 기획 및 국내외 시장 분석을 의무화한다. '상용화 연구'는 기업 스스로 원하는 과제를 제시하는 ‘자유공모형’으로 전환하고, 일정 규모 이상 과제는 비즈니스 모델(BM) 제시토록 해 R&D 투자 성과 창출에 효율성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그밖에 신속한 추진이 필요한 주요 R&D사업에 대해선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한다. 출연연에 중소·중견기업 지원을 강화하기 위해 국과심에 '중소기업전문위원회'를 설치한다.
미래부는 이달중 관계부처와 함께 혁신방안에 대한 후속조치계획을 마련하고, ‘정부 R&D 추진 점검단’을 구성·운영해 R&D 혁신과제 현장 착근을 강화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