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체적인 디자인은 마음에 들지만 헤드라이트가 너무 길쭉한데? 조금 짧게 바꿔야겠다. 트렁크는 항상 짐을 넣고 다녀야하니 크기를 좀 더 크게. 무릎이 자주 핸들이 닿으니까 운전석 의자는 조금 낮게 만들도록 주문하고….”
이런 식으로 자동차 주문을 하면 가격과 제작기간은 얼마나 될까? VVIP 고객들만 가능한 일이 아닐까? 아니 애초에 생산이 가능하긴 할까?
다양한 제품과 서비스가 개인화되고 현대인의 개인화 니즈(needs)도 더 세분화되고 있다. 스마트 폰 케이스, 자동차 주변 제품들은 기능성보다 자신의 개성을 표현하기 위해 사용된다. 하지만 무엇보다 사용자 마음에 쏙 드는 제품은 결국 자신이 직접 개입해 만드는 제품일 것이다.
그러나 합리적인 가격으로 자신만의 제품을 구매하는 것은 쉽지 않다. 제품의 개인화와 비용은 시소를 타는 것처럼 좀처럼 함께 달성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최근 첨단 기술과 초연결 네트워크를 구비한 스마트 팩토리가 제품의 개인화와 비용,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IoT 페러다임의 선두주자
스마트 팩토리는 제조 단계서부터 기계나 부품이 모듈화돼 능동적으로 상황을 인지 및 판단하는 제조 방식을 말한다. 제조 공장에 사물인터넷(IoT)기술이 도입되는 현상은 인더스트리 4.0, 4차 산업혁명, 산업용 사물인터넷(IIoT) 등으로 불리며 독일, 일본, 미국 등에서 큰 관심을 갖고 있다.
스마트 팩토리 제조 기계나 로봇에는 센서와 통신기술이 사용된다. 가속도, 자이로미터, 적외선, 카메라 등 움직임을 위한 센서부터 블루투스,NFC, RFID 등 통신부품과 그 외 온도, 습도, 기압 등의 각종 센서가 공장을 이루는 부품에 사용된다. 또한 각 기계들 간 통신 기능으로 네트워크를 구성하고 공장 전체, 관리자, 사용자와 연결된다. 마지막으로 기술과 인프라를 포함할 수 있는 플랫폼이 스마트 팩토리의 완성을 이끈다.
기계들부터 관리자를 모두 포함하는 플랫폼이 형성되면 다방면에서 새로운 이점이 생겨난다. 먼저 온라인으로 연결돼 있는 공장 내의 다양한 데이터들을 실시간으로 습득할 수 있다. 습득한 데이터들을 활용해 에너지 절약, 공정상의 효율, 특정 구역의 위험도 등의 관리 시스템을 구현해 적용할 수 있다. 관리자가 물리적으로 체크하고 관리하는 것 보다 정확하고 효율적인 공장 운영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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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업의 축이 되는 가치사슬 구조인 개발-생산-마케팅-유통의 구조가 통합된 네트워크를 구성하는 장점도 생겨난다. 제품의 개발 시점부터 사용자의 품에 안기기까지 모든 과정을 실시간으로 연결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중간 개입의 가능성이 커져 마케팅 분야나 사용자가 직접 개발과 생산에 피드백을 주는 등 참여가 쉬워진다.

개인화를 만들어낼 스마트 팩토리의 요소
스마트 팩토리가 등장하기 전, 제품 개인화를 위해 대량 맞춤화(Mass customization)라 불리는 시도가 있었다. 대량 맞춤화는 획일화된 제품의 다양화를 달성하고 제품의 주기를 줄이는 효과를 만들어낸 게 사실이다. 그러나 진정한 개인화를 만들어 내는 데는 성공하지 못했다.
그 이유는 대량생산 방식에 기반한 제조 시스템에서 탈피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기존 제조방식에서는 제품의 개인화와 비용은 일반적으로 반비례 관계를 가졌다. 대량생산 방식은 생산 단가를 낮춰 소비자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제품을 공급할 수 있지만 제품의 표준화와 긴 개발주기가 한계였다. 개인화를 위해 제품의 종류를 늘리게 되면 되려 생산 단가가 높아질 수 있고 사용자들이 일부 제품군만 구매할 수 있어 리스크가 크다.
이 후 제품의 개인화를 위해 주문제작 방식이 생겨났다. 주문제작 방식은 개인의 적극적인 참여로 사용자의 만족도를 높일 수 있다. 하지만 생산 시 수작업을 하거나 주문에 따른 별도의 생산라인 구축이 불가피하다. 필연적으로 제품 가격이 높아지고 제작, 배송 기간도 함께 상승한다. 결국 보편적인 사용자들의 구매를 유도하기 힘들었다.
사용자들의 개인화 니즈가 나날이 커지고 구매 주기가 점차 짧아지는 상황에서 근본적인 제조 방식의 변화가 요구됐다. 소비 시장의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함과 동시에 개인화와 비용절감을 기술적으로 이뤄 내야 했다.
스마트 팩토리는 크게 두 가지 장점으로 제품의 개인화를 도울 수 있다. 먼저 사용자들이 제조 과정에 직접 개입하게 되면서 데이터의 추가와 변경이 가능해진다. 자신이 원하는 제품의 스펙, 외형, 옵션 등의 데이터를 제조 이전에 정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미 대다수의 사용자가 웹, 모바일에 익숙한 상황에서 스마트 팩토리와 연동된다면 접근도 쉽다.
두 번째로 하나의 생산라인에서 제품의 다양화를 추구할 수 있다는 점이다. 현재 제조 산업은 생산라인의 자동화 기계에 의존하고 있다. 하지만 각 기계들은 정해진 하나의 명령만을 수행하고 자체 컴퓨팅 기능이 없다는 한계를 지니고 있다. 반면 스마트 팩토리의 생산라인을 이루는 기계들은 컴퓨팅과 통신기능을 가지고 있다. 즉 관리자나 시스템에서 기계들의 상태를 체크함과 동시에 언제든 임무를 바꿔 줄 수 있다.

대량생산의 ‘효율’+주문제작의 ‘경험’ = 스마트 팩토리
이러한 스마트 팩토리는 기존 주문제작 방식과 대량생산 방식의 단점을 보완하고 장점을 살리는 솔루션이라고 할 수 있다. 하나의 생산라인으로 제품 다양화를 이룸으로써 대량생산과 비슷한 비용으로 개인화 제품을 생산할 수 있다. 또 주문제작 구매 방식과 동일하게 생산 이전에 직접 개인화에 참여할 수 있다. 대량 생산의 낮은 비용 효율과 주문제작의 만족스러운 경험을 모두 포용하게 되는 것이다.
스마트 팩토리가 적용된 맞춤 책상을 구입하는 시나리오를 생각해 보자. 사용자가 책상의 크기를 조정하고 싶다면, 웹이나 어플리케이션 상에 간단하게 수치를 입력하는 옵션으로 요구사항을 쉽게 전달할 수 있다. 사용자가 입력한 데이터는 스마트 팩토리를 통해 공장의 생산라인으로 직접 전달된다. 생산라인은 방대한 책상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고, 커팅기계는 알아서 책상을 찍어낸다. 그리고 사용자는 일반 책상을 구입할 때와 크게 다르지 않은 비용만 지불하게 된다.
스마트 팩토리로 만들어질 개인화된 제품은 다양한 제품군에서 변화를 일으킬 것이다. 상대적으로 고가 제품이 개인화 요소와 니즈가 많고 그에 따른 지불 의사가 높은 편이다. 따라서 자동차, 가전, 가구 등의 제품군부터 시작될 것으로 생각된다. 이 후 차츰 다양한 가격대의 맞춤화 제품으로 확대되어 나갈 것이다.
기업의 입장에서 스마트 팩토리는 내외적으로 효자 노릇을 할 수 있다. 내적인 요인으로 노동환경 개선, 생산성 향상, 에너지 절약 등 제조 환경이 더욱 발전함과 동시에 이익 또한 발생한다. 외적으로는 대량생산 수준의 비용으로 개인화된 제품을 제공함으로써 더 많은 고객 유치가 가능하다. 또한 기업은 사용자들의 개인화 참여를 쉽게 도와줄 수 있는 플랫폼과 인터페이스, 서비스를 제공하느냐가 중요해질 것이다. 사용자의 구매과정에도 큰 변화를 일으킬 것이다.
기업이 정해 놓은 제품들 중 하나를 선택하는 소비 패러다임에서 벗어날 수 있다. 현재 마케팅의 시작이 사용자의 구매의 시작 지점이라면, 앞으로는 제조 단계가 구매의 시작 지점이 될 수 있다. 더불어 지금과 비슷한 제품 가격으로 과거의 개인화보다 훨씬 세부적인 개인화 구현이 가능해진다.
연세대학교 UX 랩 인지공학스퀘어(전준우, 조광수)
[본 기사는 테크엠(테크M) 2015년 10월호 기사입니다. 더 자세한 내용은 매거진과테크M 웹사이트(www.techm.kr)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