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없는 '직구', 솟구치는 '커브'…수출입 허물며 '소비혁명'

국경없는 '직구', 솟구치는 '커브'…수출입 허물며 '소비혁명'

오승주 기자
2015.11.24 03:30

직구 연평균 54% 성장,2020년 24兆…'물가안정 vs 세수확보' 정부도 딜레마

해외직접구매(직구)가 경제 개념을 바꾸고 있다. 국경 없는 소비가 활성화되면서 전통적인 수출·수입 개념이 희박해졌다. 국내에서 수출한 TV 등 전자제품이 '직구'를 통해 역수입되고 유통업체 중개 없이 개인이 해외 쇼핑몰을 통해 직접 물품을 '수입'하면서 수출입 경계도 사라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직구가 전자상거래 확대와 맞물려 제조·유통업체 중심의 가격 결정권을 소비자가 주도하는 '유통혁명' 기폭제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했다. 나아가 물가 및 외환·통화관리 등 국가경제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했다.

◇직구 연평균 54% 성장…2020년 24兆=TV를 바꾸려는 김영진씨(43)는 미국 가전업체 베스트바이에서 블랙프라이데이 특가로 삼성전자 60인치 UHD TV가 799.99달러(약 93만원)에 나온 것을 확인했다. 관세(8%·9만4000원), 부가가치세(관세+10%·12만6000원), 배송비와 수수료 등(25만원)를 더해도 TV 가격은 140만원이면 충분하다. 같은 사양의 TV를 한국에서 구매하려면 최저가가 220만원인 점을 고려하면 80만원 가량 싸기 때문에 직구를 염두에 두고 있다.

이처럼 가격경쟁력을 무기로 직구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해외직구시장은 △2010년 3173억원 △2011년 5467억원 △2012년 8188억원 △2013년 1조2045억원 △2014년 1조7894억원으로 연평균 성장률 54.5%를 기록했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리는 면세업(연평균 30% 수준)보다 빠른 성장세다. 현대경제연구원은 해외직구 시장규모가 2020년까지 최대 207억 달러(24조원) 규모로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직구시장의 주역은 2030세대다. IT기술 발전이 낳은 온라인·모바일쇼핑을 두루 섭렵한 덕에 해외쇼핑몰도 익숙하다. 유통업체의 '호갱'이 되지 않겠다며 시작한 '스마트'세대의 가격 비교가 해외로 영역을 넓히면서 '직구'가 됐다.

최창복 한국은행 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해외직구를 이용하는 소비자는 가격과 품질에 대한 정보탐색 빈도가 높을 뿐 아니라 가격민감도도 높다"며 "해외직구 증가는 제조·유통업체에 가격과 서비스 개선 압력으로 작용해 유통구조의 자발적 변화를 끌어낼 것"이라고 말했다.

◇국가 경제에도 영향 미치는 직구, '물가안정 vs 세수확보'=직구 열풍은 단순히 소비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경제에도 영향을 미칠 정도로 영향력이 확대됐다.

직구 확대는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병행수입 활성화 조치로 독점 수입되는 아동복, 캠핑용품 등의 판매가격이 전년대비 평균 10∼20% 하락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내구재 소비재물가지수(CPI)는 해외직구 품목의 저렴한 가격 탓에 다른 품목군의 물가 상승에도 불구하고 낮은 수준을 유지했다.

반면 세수확보에는 부정적인 영향이 불가피하다. 미국 등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국가에서 직구를 할 경우 운송비 등을 포함해 개인당 200달러(22만원)를 넘지 않는 수준에서 무관세 통관이 적용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해외직구 1회당 지출액은 10만원대(36.5%), 20만원대(17.2%)가 53.7%를 차지했다.

지난해 해외직구 규모(1조7894억원)를 감안하면 9500억원 가량이 무관세 혜택을 본 것으로 추산된다. 2020년 해외직구가 24조원 규모로 확장된다면 13조원 가량이 관세 면세대상이 되는 만큼 세수 측면에서 부정적이다.

업계는 '해외 역직구'를 대안으로 지목했다. 외국인이 국내 온라인쇼핑몰 등을 통해 물품을 구매하는 '역직구'를 활성화로 직구 급증에 따른 문제를 보완하자는 것이다. 김광석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해외 직구를 즐기는 중국 하이타오족의 구매액이 오는 2018년 1600억 달러(185조원)까지 확대될 것"이라며 "맞춤형 결제시스템 등 역직구 산업을 키우기 위한 정부 차원의 인프라 구축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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