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vs 인공지능' 체스→퀴즈→바둑…이세돌 이길까?

'인간 vs 인공지능' 체스→퀴즈→바둑…이세돌 이길까?

이미영 기자
2016.03.03 16:32

[이슈더이슈]딥블루, 체스챔피언 꺾은 후 발전이어와…'인간 우세 vs 인간 능가' 의견 엇갈려

"컴퓨터 시대가 됐어도 사그라질 줄 모르고 바둑인구는 불어만 간다. 몇 천년 동안 헤아릴 수 없을만큼 많은 판수를 둬왔는데도 한 번도 똑같은 바둑을 두지 않은 컴퓨터로도 그 전법을 다 익힐 수 없다는 무궁무진한 수리 때문에 바둑의 생명력은 마르지 않는 샘물처럼 넘치는 것이다."

1987년 한 신문사 칼럼의 발췌본이다. 이 당시까지만 해도 컴퓨터는 인간보다 못한 존재로 평가됐다. 바둑을 읽는 수와 이를 바탕으로 하는 판단력은 인간 고유의 영역으로 본 것이다. 정형화된 패턴이 주입된 컴퓨터로는 역부족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2016년 컴퓨터는 바둑으로 다시 인간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구글의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AlphaGo)가 이달 9일 세계 정상의 프로 바둑기사 이세돌 9단에 도전한다. 승부에 걸린 금액은 11억원이다.

물론 구글이 이 세기의 대결을 개최한 이유가 이세돌 9단에게 승리하기 위함만은 아니라는 해석이 많다. IT업계에선 구글이 개발한 인공지능이 세계 최고 바둑기사와 대결하는 그 자체로 광고효과뿐 아니라 인공지능 학습에 의미를 두고 있다.

이세돌은 오는 3월9일 '구글 딥마인드 챌린치 매치'를 통해 알파고와 맞붙는다/사진=뉴스1
이세돌은 오는 3월9일 '구글 딥마인드 챌린치 매치'를 통해 알파고와 맞붙는다/사진=뉴스1

◇ 인공지능vs인간 대결은 계속 진화 중… 최종단계 '바둑'

인공지능이 가장 활발했던 분야는 게임이다. 게임이 수학적인 분석을 바탕으로 진행될 수 있다는 전제 때문이다. 게임의 알고리즘을 제대로 프로그래밍하면 인간과 충분히 대결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 것이다. 1950년대부터 학자들의 연구는 이어져 왔지만 그 도전은 순탄치 않았다.

첫 도전은 쉬눅크라고 불리는 인공지능 프로그램이었다. 쉬눅크는 조나단 쉐퍼 앨버타 대학교 교수가 마리온 틴슬리 당시 세계 체스 챔피언에 대항하기 위해 만든 프로그램이다.

1990년, 1992년, 1994년 등 총 세 차례에 걸쳐 진행됐다. 첫 번째와 두 번째 대결은 틴슬리가 이겼고 1994년 대결에선 쉬눅크가 승리했다. 다만 세 번째 대결 당시 틴슬리가 암 투병 중인 상황을 감안하면 '완전한' 승리로 보긴 어렵다는 평이다.

1997년에 인간을 꺾기 위해 나선 인공지능은 '딥블루'라는 프로그램이다. IBM이 제작한 딥블루는 당시 체스 챔피언이었던 개리 카스파로프를 3.5대 2.5로 꺾고 우승한다. 체스 챔피언을 꺾은 첫 사례다.

인공지능과 인간의 다음 승부는 '퀴즈' 대결이었다. 2011년 미국의 인기 퀴즈쇼 '제퍼디'에 IBM 수퍼컴퓨터 '왓슨'이 출연했다. 왓슨은 당시 7만7147달러를 획득했다.

퀴즈 챔피언 켄 제닝스와 브래드 루터보다 3배 이상 더 많은 상금이었다. 왓슨은 66개 문제를 맞혔지만 오답도 9개나 말해 정확도는 다소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다.

구글의 바둑 대결 프로그램인 '알파고'와 이세돌의 대결은 인공지능의 한계를 넘어선 승부다. 이미 알파고는 지난 1월 유럽 챔피언 출신 프로바둑 기사 판후이를 이겼다. 불과 수십년 전만 해도 인공지능이 수만가지 경우의 수와 상대의 전략을 알아내야 하는 바둑에서 이기긴 어려울 것이란 예측이 빗나간 것이다.

◇수만가지 경우의 수·전략도 축적 가능해…인공지능이 이기는 건 '시간 문제'?

알파고가 바둑에서 인간과 대결한다는 것은 컴퓨터의 발전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는 평가다. 알파고는 바둑에 필요한 규칙을 숙지함은 물론 사람이 대국을 치르면서 쌓이는 노하우를 데이터로 가지고 있다. 알파고는 대국에서 수를 둘 때마다 이 정보들을 바탕으로 이길 확률이 높은 수를 선택에 둔다.

기존엔 컴퓨터에 일정한 규칙을 집어넣어 규칙대로 움직이도록 했다면, 이제 컴퓨터를 인간처럼 공부를 시켜 인간의 경험까지 정보로 축적하게 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를 'Machine Learning(기계 학습)'이라고 한다.

신경식 이화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알파고는 수많은 기보(바둑이나 장기를 둔 내용의 기록)를 컴퓨터에 학습을 시키는 것과 같다"며 "똑같은 경우는 없겠지만 유사한 사례를 통해 유리한 수를 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알파고가 바둑에서 인간을 이기는 것은 '시간 문제'라고 본다. 컴퓨터의 용량과 정보처리 능력이 커졌고 그만큼 인간의 경험을 단기간에 학습할 수 있어서다. 다만 알파고가 세계챔피언을 이겼다고 해서 인공지능이 인간을 지배할 것이란 '확대해석'은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신 교수는 "수많은 경우의 수로 움직이는 바둑에서 인공지능이 앞선다는 것은 분명 위협적인 일"이라면서도 "사람의 인생은 바둑과 비교할 수 없는 경우의 수를 가지고 있고 경우의 수가 많다면 그만큼 알고리즘으로 풀기 어려운 부분이 있어서 당장 인공지능이 인간을 지배한다고 단정지을 순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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