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300]병역 이행안한 해외국적자, 40세까지 경제활동 제한…'재외동포 체류자격 제한법' 호평

국회가 오랜만에 국민들로부터 칭찬을 받았습니다. 지난달 2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재외동포의 출입국과 법적지위에 관한 법률' 개정안에 대해 '국회가 웬일로 일을 제대로 한다'는 반응이 쏟아졌습니다. 병역 의무를 기피할 목적으로 대한민국 국적을 버리고 외국 국적을 취득한 비양심적 '검은머리 외국인'들이 취업과 경제활동에서 대한민국 국적자에 필적하는 혜택을 받는 일이 없도록 법을 강화했기 때문입니다.
성실하게 병역을 의무한 우리나라 국민들이 이들에게 느껴온 상대적 박탈감을 줄여주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여 이번 개정안의 시행에 대한 기대감이 컸습니다. 동시에 법안 내용에 대한 궁금증을 표하는 분들도 많았습니다. '왜 혜택을 제한하는 나이가 만 40세냐', '아예 평생 동안 경제활동을 제한해야 한다'며 연령 제한의 의미나 '건강보험 적용도 받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며 혜택 제한의 범위가 주로 언급됐습니다. 또 이번 개정안을 발의한 국회의원에 대한 관심도 컸습니다.
국민의 4대 의무 중 하나인 국방의 의무가 모든 국민들에게 공평하게 적용돼야 한다는 평등의 원칙과 공동체 규칙을 깨트린 이들이 누리는 특혜를 막는 공정 사회의 화두가 고스란히 담겨있습니다.
◇군대 안가면 대한민국 국민 대우 안해준다=이번 개정안의 핵심 내용은 병역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외국국적자에게는 일괄적으로 재외동포 체류자격을 제한하는 것입니다. 이전까지는 병역 기피를 위한 국적 포기가 뚜렷한 경우로만 한정했습니다.
우선은 부모가 외국에 체류하는 동안 태어난 선천적 이중국적자가 병역 의무가 발생하는 만 18세 이전에 대한민국 국적을 포기한 경웁니다.(제5조 1항) 대한민국 국민으로 태어났으나 중간에 외국 국적으로 바꿀 경우에는 '병역을 기피할 목적으로 외국국적을 취득한 경우' 재외동포 체류자격을 주지 않을 수 있습니다.(제5조 2항)
문제는 '병역을 기피할 목적'을 객관적으로 입증하기 곤란하다는 것입니다. 군대에 가지 않으려고 외국인이 되려는 사람이 '군대에 안 가려고 외국 국적을 취득했다'고 실토할 리 만무하기 때문입니다. 현행법으로는 병역 기피 목적으로 외국 국적을 취득한 이들을 걸러내기 어렵다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습니다.
이에 따라 두 가지 단서 조항을 없애고 병역 기피 목적을 따지는 대신 병역을 이행했는지, 혹은 합당한 이유로 병역을 면제받았는지만 재외동포 체류자격 부여를 위한 판단 기준으로 삼기로 한 것입니다. 즉, 대한민국 국적이라면 마땅히 군대를 가야할 남성이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군대에 가지 않으면 재외동포가 아닌 그야말로 '외국인'으로 대우하겠다는 뜻입니다.
◇재외동포 체류자격 제한으로 바뀌는 것은=우리나라는 대한민국 국적자였거나 이들의 자녀들에게 대한민국 국민에 필적하는 지위를 부여하고 있고 이와 관련해 '재외동포' 관련 법을 만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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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외동포에겐 '재외동포 체류자격'이라는 특수 비자(F4비자)를 줍니다. 국내에 머무르면서 취업이나 경제활동을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보장합니다.(제10조 5항) 부동산이나 금융거래를 할 때도 대한민국 국민과 동등한 권리를 갖습니다.(제11조, 제12조) 또 건강보험 혜택도 동등하게 받을 수 있게 했습니다.(제14조)
병역을 마치거나 면제받지 않은 상태에서 대한민국 국적을 버리고 외국인이 된 사람에게 재외동포 체류자격을 주지 않으면 이 같은 혜택이 모두 사라집니다. 물론 아예 우리나라에서 취업이나 경제활동을 막는 것은 아닙니다. 단지 재외동포가 아닌 외국인 자격으로 하면 됩니다. 외국인은 국내에서 취업이나 경제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체류 목적에 맞는 비자를 발급받아야 하고 그에 따른 심사를 거쳐야 합니다.
재외동포 체류자격이 본질적으로 '동포인 외국인'에 대해 '동포가 아닌 외국인'보다 상대적으로 국내 체류의 편의를 보장해주는 특혜성 제도이기 때문에 이를 제한하는 것이 근본적으로 '외국인'의 권리를 뺏는 것으로 볼 수는 없습니다.

◇37세 vs 40세…강화된 제한 조건=병역 의무와 관련된 재외동포 체류자격 제한에는 연령에 대한 단서가 따라붙습니다. 병역 기피 목적의 외국 국적 취득을 차단하기 위한 법의 합목적성에 맞도록 하기 위해섭니다. 병역 의무에 해당하지 않은 이들에게까지 법 조항을 적용하면 '과잉금지의 원칙'에 어긋나는 모순이 생깁니다. 병역 의무가 없는 여성이 이 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 것처럼 병역 의무가 발생하는 시기를 지난 남성 역시 제한 대상에서 제외된 것입니다.
그런데 병역 의무를 이행하는 시기를 놓고서도 이번 개정안은 좀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댔습니다. 현행법은 37세를, 개정안은 40세를 기준으로 설정한 것입니다. 이 차이는 '입영 의무'와 '병역 의무'의 차이에서 비롯됩니다. 병역법에는 입영할 의무를 37세까지로 규정해놓고 있습니다. 그러나 입영에 따른 현역 근무가 아니더라도 전시근로역 등의 병역 의무가 존재하고 이 병역 의무는 40세에 종료됩니다.
이번 개정안의 취지가 병역 의무 이행에 따른 형평성 제고라는 점에서 제한 연령을 37세가 아닌 40세로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 지지를 얻었습니다. 병무청 역시 재외동포 체류자격 제한을 40세까지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 관철됐습니다.
◇보수야당 의원들의 개정 노력…법무부의 입장 변화=이번 개정안은 지난해 9월 김영우 바른정당 의원이 발의한 법안이 기폭제가 됐습니다. 김영우 의원은 병역 기피를 목적으로 대한민국 국적을 버리는 이들이 지금보다 훨씬 큰 불이익을 받아야 한다며 국적법을 비롯해 '병역 기피 목적 외국국적 취득 원천봉쇄 법' 5종 세트를 함께 제시했습니다. 재외동포 체류자격 제한 연령을 40세로 강화하는 내용도 김 의원이 처음 제안했습니다.
그러나 병역 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면 일괄적으로 재외동포 체류자격을 제한하도록 하는 개정안 핵심은 김성찬 자유한국당 의원이 지난 19대 때부터 추진해왔던 것이 결실을 맺은 것입니다. 김성찬 의원은 지난 2015년 11월 이 같은 개정안을 발의했으나 임기만료 폐기로 성과를 내지 못하자 20대 국회 들어 다시 지난해 9월 같은 내용으로 재발의에 나섰습니다.
법무부가 법 개정에 전향적으로 바뀐 것도 한몫했습니다. 지난해 말 김영우 의원과 김성찬 의원의 개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상정됐을 때 법무부는 "좀더 심도깊은 논의가 필요하다"며 사실상 반대 의견을 냈습니다. 그러나 문재인정부 출범 후 올해 9월 법사위에서 재논의될 때는 별다른 이의 없이 찬성 입장을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