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고질적 가뭄에, '제각각' 물관리로 몸살 앓는 보령댐

[르포]고질적 가뭄에, '제각각' 물관리로 몸살 앓는 보령댐

보령(충남)=정혜윤 기자
2017.11.24 08:17

['통합' 물관리체계, 선택 아닌 필수-<중>]"보령댐 '통합물관리'하면 10.5만톤 물 추가 확보 가능"

지난 17일 찾은 충남 보령댐 모습. 충남 서부권 8개 시군에 물을 공급하는 보령댐 저수율은 현재 32.7%로 평년(54%)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지난 17일 찾은 충남 보령댐 모습. 충남 서부권 8개 시군에 물을 공급하는 보령댐 저수율은 현재 32.7%로 평년(54%)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 가득 차 있어야 할 댐의 ‘물그릇’이 반도 차지 않았다. 지난 17일 찾은 충청남도 보령시의 보령댐 취수탑과 벽면에는 물이 가득 담겨 있었던 거뭇한 흔적만이 남아있었다. 1998년 완공된 보령댐은 보령, 서산, 당진, 서천, 청양, 홍성, 예산, 태안 등 충남 8개 시·군에 물 대는 역할을 한다. 약 50만명의 생활용수와 인근 5개 발전소에 5만5800㎥의 공업용수를 공급한다. 노천, 성동, 동오, 화평·삼곡지구 441헥타르(ha)의 농업용수도 책임진다.

하지만 2014년 이후 고질적인 ‘가뭄’으로 보령댐은 몸살을 앓고 있다. 령댐 저수율은 32.7%로 떨어져 있었다. 평년(54%)의 60.7% 수준이다. 보령댐은 3년 연속 강수량이 부족했고, 특히 지난해 강수량은 1087㎜로 전국 강수량(1290㎜)에 미치지 못했다. 현재 댐 유역 강수량은 927㎜로 평년(1312㎜)의 71% 수준이다. 지난 6월은 200년 만에 찾아온 극심한 가뭄으로, 저수율은 8.3%까지 낮아졌다. 물 그릇이 거의 텅 비었다는 얘기다.

지난 3월부터 정부는 댐 용수 부족으로 ‘경계 단계’ 대응을 하고 있다. 한국수자원공사는 ‘보령댐 가뭄극복 비상 대책반 현장 상황실’을 운영 중이다. 이용일 K-water(한국수자원공사) 보령권관리단장은 “다른 유역에 비해 강수량이 적은 게 보령댐 물 부족의 주된 원인”이라며 “또 충남 서부지역의 다목적댐은 보령댐이 유일해 다른 지역처럼 여러 개 댐을 연계해 운영할 수 없어 가뭄에 취약하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보령댐이 완공된 이후 각 지자체가 지방상수도를 없애고 보령댐 하나에 의존하다 보니 물이 부족해졌다. 충남 서부권 8개 시군이 생활·공업 용수의 90% 이상을 보령댐 등 광역상수도를 통해 공급받고 있다. 수자원공사에 따르면 전체 생공용수 사용량 하루 50만6000톤 중 광역상수도 공급량은 47만4000톤(93.7%)에 달한다. 반면 하천과 지하수 등을 통해서는 하루 4만4000톤(6.3%)만 공급된다.

전국 평균 27%인 광역상수도 의존율에 3배를 넘는다. 보령댐의 물이 부족할 경우 8개 시군이 전반적으로 타격을 받게 된다는 뜻이다. 보령댐 건설 이후 충남 서부 지자체들이 자체적으로 환경부와 협의를 거쳐 지방상수도를 폐쇄했기 때문이다. 물 대책이 분산돼 있다 보니 생긴 일이다.

지난 17일 찾은 충남 보령댐 모습. 충남 서부권 8개 시군에 물을 공급하는 보령댐 저수율은 현재 32.7%로 평년(54%)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지난 17일 찾은 충남 보령댐 모습. 충남 서부권 8개 시군에 물을 공급하는 보령댐 저수율은 현재 32.7%로 평년(54%)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현재 국가 상수도는 크게 광역 상수도와 지방상수도로 분리해 관리되고 있다. 다목적댐 등 광역상수도는 수자원공사와 국토교통부가, 하천·저수지 등 지방상수도는 지자체와 환경부가 담당한다. 지방상수도 수원 부족과 상수원보호구역 관리 어려움 등을 이유로 지자체가 지방상수도 문을 닫으면서, 보령댐 준공 전 26개였던 지방정수장은 준공 이후 6개로 줄었다.

제각각 따로 노는 물관리가 누적돼 가뭄 피해를 확산시켰다. 보령댐과 같이 예기치 못한 극심한 가뭄이 계속 되면, 보완책 마련이 필요한데 각 부처, 지자체 간 이견으로 제대로 관리가 되지 않았다. 더구나 물은 모자라는데, 새는 물 관리도 안 됐다. 보령댐 인근 평균 수돗물 누수율은 25%로 전국 평균 누수율인 11%의 2배 수준이다.

물의 용도 구분 없이 지표수와 지하수, 빗물 등 모든 물을 하나의 순환 체계로 보고, 수질과 수량을 함께 고려한 ‘통합물관리’가 절실한 이유다. 허재영 충남도립대 총장은 “보령댐의 경우 통합물관리로 수원을 광역상수도(68%), 지방상수도(14%), 누수저감(8%), 하수처리수 재이용(3%), 비상수원 활용(4%), 급수체계 조정(4%) 등으로 다양화해 약 10만5000톤의 물을 추가로 확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비단 보령댐만의 문제는 아니다. 2014년 10월 감사원 감사결과에 따르면 그간 광역 및 지방상수도를 이원화해 운영함에 따라 그간 약 4조398억원의 예산 낭비가 있었다. 앞으로도 약 7375억원의 과잉 투자가 우려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환경부와 국토부 등으로 흩어져있던 물 관리 체계를 통합하면 이 같은 과잉 투자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게 연구자들의 견해다. 한국정책학회는 “물관리 일원화로 광역상수도와 지방상수도를 통합해 운영할 경우 전력비, 약품비, 수선유지비 등의 예산을 절감해 수돗물 톤당 약 35.3원의 예산 절감 효과가 있다”고 분석했다. 연간 320억원, 향후 30년간 약 1조원의 예산을 아낄 수 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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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윤 기자

발로 뛰는 기자가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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