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컬러를 버리고 어두운 두 가지 색으로 과감한 승부수를 던졌다. 1일(현지시간) 개관한 ‘밀라노 엑스포’ 한국관의 첫 인상은 낯선 이질감속에 다가온 차가운 강렬함이었다. 회색과 검은색을 특징으로 한 미국의 작가 휘슬러의 작품처럼, 한국관은 회색과 검은색 두 가지 색만으로 ‘한식의 이미지’를 특화했다. 김종덕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한식의 세계화는 고급화와 스타일링에 있다고 강조했듯, 검은색은 ‘고급스러움’으로, 회색은 ‘스타일링’으로 각각 수렴됐다.
김치와 고추장 등 한식을 대표하는 강렬한 빨간색이 전시에서 ‘배제’된 것은 파격이었다. 한식 자체보다 한식이 가져올 미래 먹거리로서의 가능성에 힘이 실린 구성이었다고 할까. 이 전시의 총감독을 맡은 차은택 감독은 “우리의 과거가 세계의 미래가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한 구성과 표현”이라고 강조했다.
◇ 한국관, 천편일률적 ‘스크린 아트’에서 한발짝 물러서다
어두운 색감으로 전시관을 채운 한국관은 우주의 한복판에 잠시 머물러있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미래지향적이었다. 벽에 붙이는 패널 전시도 하나 없고, 화면안에서 각종 기술을 맛보는 ‘스크린 아트’도 거의 설치하지 않았다. 가장 큰 규모로 대부분 스크린 전시에 힘을 쏟은 이탈리아관을 비롯해 미국관, 스페인관, 일본관 등 주요 국가 전시관이 화면으로 방문객의 이목을 끈 것과 다른 행보였다.
한국관의 하이라이트는 로봇팔로 스크린을 움직이는 ‘행위’였다. 두 개의 스크린을 장착한 로봇팔 기기는 스크린을 상하좌우로 움직이며 역동적인 영상을 구현했다. 이날 한국관을 찾은 방문객 대부분이 탄성과 박수를 쏟아냈다. 이 장치에 쏟아부은 비용만 6억 원에 이른다.
발효와 저장 문화가 발달한 한식의 주요 재료가 대부분 옹기에서 출발했다는 점을 강조하기위해 설치한 작품들도 시선을 끌었다. 3m에 이르는 대형 옹기속엔 심장을 통해 생명을 표현하는 영상이 구현됐고, 발효 과정을 상세히 표현하기위해 사계절의 시간을 견디는 365개 옹기가 감각적인 미디어 아트로 묘사됐다. 칠레에서 온 로드리게스(33)는 “오늘 다녀본 여러 국가관 중 가장 인상적인 테마와 표현력을 지녔다”며 “로봇팔 스크린이나 대형 옹기 같은 단순하면서도 강렬하게 시선을 제압하는 장면들이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고 말했다.
◇ 6개월만에 급조된 부작용들…‘미래 먹거리’인가, ‘상품 진열대’인가
한국관 전시는 2층에서부터 1층으로 내려오는 역순서로 진행됐다. 미래지향적 콘셉트로 다른 국가관에선 보기 힘든 파격을 단행했지만, ‘한식이 어떤 먹을거리’인지에 대한 정확한 정보와 인지 효과가 부족하다는 점에선 생뚱맞은 관찰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았다. 한 관람객은 “영상과 정보가 수시로 오가면서 일본 음식이 어떤 것인지 상세하게 알려주는 일본관과 달리, 한국관은 첨단 장비로 기술에만 집착한 느낌이 든다”며 “이에 대한 보완책이 마련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차 감독은 이를 위해 오는 6월1일까지 LED 조명을 이용한 벼 이미지를 통해 우리의 씨앗을 알리고 로봇 허수아비를 만드는 등 1층에 전시물을 추가하겠다고 밝혔다.
1층에 마련된 CJ푸드빌의 비비고는 ‘조화’와 ‘치유’, ‘장수’라는 3가지 주제에 맞춘 ‘한상 차림’으로 6가지 특별 메뉴를 선보였다. 한식이 싼 음식의 대표주자가 아닌, 고급스러움과 스타일링으로 무장된 음식이라는 점을 강조하는 식단들이 미학적으로 차려져 관람객들의 호응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한식 레스토랑 옆에 ‘특산품 가게’처럼 배치된 ‘싼 티’가 나는 상품 판매대는 2층에서 보여준 미래지향적 한식과는 역행하는 처사여서 눈살을 찌푸리게했다.
◇ 해결해야할 과제…이목 끄는 ‘외관’, 한식에 대한 매력적인 ‘정보’ 보충 필요
엑스포 주무부처가 지난 10월 문체부로 바뀌면서 6개월만에 혁신적 아이디어로 타 국가관과 경쟁력을 갖추며 완성도 있는 작품을 내놓은 것은 긍정적 평가를 받을 만했다. 하지만 다른 국가관과 다른 독창적 콘텐츠를 가지고 있는 한국관이 더 많은 관람객을 끌어모으기 위해서는 콘텐츠 못지 않게 시선을 압도하는 특징적 외관을 구비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중국관은 꽃향기 가득한 화단을 앞세워 대나무로 지붕을 이어 엮었고, 이탈리아는 그물형 친환경 시멘트로 외관을 만들어 관람객의 발걸음을 멈춰 세우는 효과를 높였다. 브라질은 입구부터 놀거리 문화로, 네덜란드는 아예 푸드트럭을 동원하는 등 개방형으로 일관했다.
이와 함께 한식이 왜 미래 먹거리로서 가치를 부여받아야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기술이나 미학적 탐사들이 보충돼야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국관 참석 관계자는 “엑스포 공인 한국의 날인 6월 23일을 정점으로 좀 더 완성된 형태로 관람객의 이목을 끌 수 있도록 추가 정비에 나서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