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광임 시인이 읽어주는 디카시] 내년 봄의 시작

최광임 시인·대학강사
2015.10.05 08:40

<114> ‘기다림’ 강미정(시인)

[편집자주] <font color=green>디카시란 디지털 시대, SNS 소통환경에서 누구나 창작하고 향유할 수 있는 새로운 詩놀이이다. 언어예술을 넘어 멀티언어예술로서 시의 언어 카테고리를 확장한 것이다. 자연이나 사물에서 시적 감흥(정서적 반응)을 일으키는 형상을 디지털카메라로 포착하고 그것이 전하는 메시지를 다시 문자로 재현하면 된다. 즉 ‘영상+문자(5행 이내)’가 반반씩 어우러질 때, 완성된 한 편의 디카시가 된다. 이러한 디카시는, 오늘날 시가 난해하다는 이유로 대중으로부터 멀어진 현대시와 독자 간 교량 역할을 함으로써 대중의 문화 향유 욕구를 충족시키에 충분하다. </font>

사랑을 받는 일이 외려 슬픔일 때가 있다. 그 사랑 때문에 먹먹해지고 마음이 더 굴곡지는 때가 온다. 얼마간 나이를 먹고 나면 사랑을 주는 일보다 사랑받는 일이 얼마나 가슴 먹먹한 일인지를 안다는 말이다. 그것은 한 치의 변화도 없으며 움직임도 없이 고정화된 절대 시공간에서의 경험이며 정서로부터 촉발된다. 황금벌판을 바라보고 있자니 어느새 특정 시공간으로 회귀하는 나를 만난다. 하루가 다르게 익어가는 나락들에서 배고픔을 만나고 유일한 사랑을 만나 밥 짓는 저녁으로 내닫는다. 거기에 머물러 있는 배곯음의 허기와 그 허기가 키웠을 곡진한 사랑이 현현하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기다림. 기다림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가을 들판이 내년 봄의 시작이듯, “밥은 잘 먹고 댕기냐?” 변함없이 사랑 줄 그분이 강건해져서 저 들판의 순리처럼 다시 물어봐 주기를 기다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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