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기획재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의하면 내년도에만 최순실 사업 예산이 3570억원에 달한다. 뒤늦게야 국회에서 최순실 사업 예산 중 절반 정도 삭감했으나 이미 집행된 예산은 고스란히 국민의 부담이 됐다.
정부의 정책·예산 집행 권한은 막강해 자의적으로 집행여부를 결정해도 국민들이 그 사실을 알거나 막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문제는 나중에 정부정책이 불법이나 정책과오로 밝혀져도 누구도 원상회복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는 사이 불법 이권 개입자는 ‘공짜 점심’을 마음껏 즐기며 호사를 누릴 기회를 갖는다. 그러나 국정을 농단한 대가로 받은 돈이 절대 공짜 점심은 아니다. 국민을 위해 쓰여야 할 예산을 착복한 것이기 때문이다.
과거에 '공짜 점심'이 복지정책에서 논란이 됐던 적이 있다. 무상급식을 반대하던 사람들이 “공짜 점심은 없다”며 재정악화를 내세워 복지 포퓰리즘을 비난했다. 2011년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무상급식 찬반 주민투표에 182억의 예산이 든다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강행하기까지 했다.
'공짜 점심'(Free Lunch)이란 용어는 미국 서부 개척시대에 술집에서 점심을 무료로 제공한 데서 비롯됐다. 그러나 밥값은 공짜였지만 한 잔이라도 술값을 내야했기 때문에 비용을 지불해야 했다.
이에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밀턴 프리드먼은 ‘공짜 점심은 없다’고 했고 주류 경제학자들도 이에 동조한다. 공짜처럼 보이는 것도 비용을 지불한다는 말이다. 실제 우리가 공짜라고 여기는 것도 나의 시간이나 비용을 쓰고 있는 경우도 많다. 아니면 누군가 그 비용을 대신 내고 있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무상급식, 무상보육, 무임승차 등도 국민들의 세금으로 제공되기 때문에 공짜 점심이 아니다.
그러나 설령 복지정책이 '공짜 점심'이 아니어도 불법인 최순실 사업과는 완전히 다르다.
첫째, 합법성과 투명성에 차이가 있다. 무상급식 등의 복지사업은 명백하고 투명한 절차를 거치고 사용목적이 공개된다. 그러나 최순실 사업은 공무원의 권한남용과 특정인의 불법개입으로 권력성과 은밀성을 가진다.
둘째, 수혜대상의 범위가 다르다. 복지사업은 국민전체 또는 사회적 약자가 그 대상인 반면 최순실 사업은 특정개인이나 집단이 수혜대상이다. 국민의 세금이 공공부조를 위해 쓰일 때 우리는 그것을 복지라고 부른다. 그러나 최순실 사업은 공익보다는 개인의 사리사욕을 위해 시도된 사업이다.
셋째, 경제에 기여하는 바가 다르다. 복지예산은 국민에게 직접 혜택이 돌아가고 소비수요를 늘려 경제성장에도 기여한다. 그러나 최순실 사업은 일부 특정인을 위한 특혜가 우선이며 원래 목표로 했던 사업은 제대로 이뤄질 수 없어 국가경제에 마이너스로 작용한다.
하지만 이런 막대한 폐해를 가진 불법 사업은 쉽게 진행된 반면 복지정책은 이런저런 핑계로 제대로 지원조차 안되고 있다.
어린이집 누리과정은 박근혜 정부의 공약이자 국책사업이지만 시도교육청에 배정한 ‘지방교육재정교부금’만으로는 예산이 부족한 실정이다. 누리예산이란 우리나라 3~5세 어린이에게 공평한 교육을 제공하기 위한 지원금이다. 현재 시도교육청은 예산부족을 호소하지만 중앙정부는 추가 국고지원은 할 수 없다고 버티고 있다.
이처럼 정부는 재정부족을 내세워 국민전체에 혜택이 돌아가는 무상급식, 누리예산 같은 복지정책에는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일부 개인이나 집단에게만 특혜가 돌아가는 최순실 사업에는 예산을 낭비했다.
‘공짜 점심은 없다’는 관점에서 보면 복지정책은 무한정 늘릴 수 없고 국민의 이해를 바탕으로 국가재정에 따라 균형을 맞추어야 한다.
그러나 최순실 사업은 어떠한 견제 장치도 없이 불법 자금이 펑펑 지원되면서 정작 필요한 복지정책이 예산부족을 이유로 뒷전으로 밀리는 것은 도저히 납득할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