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는 국민들의 선택, 대신 객관적인 정보가 주어져야죠."

세종=최우영 기자
2017.10.20 11:52

[인터뷰]시민참여단에게 신고리 5·6호기 '건설재개' 호소한 임채영 원자력학회 박사

임채영 한국원자력학회 고급정책연구소 부소장. /사진=한국원자력학회

"기본적으로 어떤 에너지를 선택할 것인지는 그 사회의 선택입니다. 다만 그 구성원들이 합리적인 판단을 할 수 있는 객관적 정보가 있어야 한다는 거죠. 그런 차원에서 이번 숙의과정은 나름 의미가 있었습니다."

20일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가 '건설 재개' 권고안을 채택한 가운데, 숙의과정이 지속될수록 건설재개 의견 비중이 높아진 것으로 확인됐다. 이 과정에서 판단을 유보하던 시민참여단의 마음을 움직인 이는 지난 14일 '건설재개' 발표자로 나선 임채영 한국원자력학회 고급정책연구소 부소장이다.

임 부소장은 공론화위의 건설재개 결정에 대해 한번도 낙관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건설중단 측 여론이 더 많은 상황에서 공론화가 시작됐고, 1차조사 결과도 공개된 적이 없었다"며 "공론화 과정에서 건설재개 4, 중단 4, 부동층 2 수준의 구조를 유지하다가 마지막에 6대4가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 부소장은 "2박3일의 숙의과정이 이 같은 변화에 상당한 영향을 줬다"며 "시민참여단과 국민들이 원자력업계에 다시 한번 기회를 준 걸로 믿고 신고리 5·호기를 더 튼튼하고 꼼꼼하게 잘 지어서 수출과 국가경제에도 이바지할 수 있게 노력하는 게 원자력계의 숙제"라고 말했다.

임 부소장은 지난 14일 시민참여단을 대상으로 한 30여분의 발표에서 탈원전 추세와 신재생에너지 확대에 동의하는 유연한 자세를 유지했다. 그러면서 한국의 전력수급 현황과 신고리 5·6호기가 왜 필요한지에 대해 차분하게 설명해나갔다.

그는 "발표 전에 건설재개측 분들과 회의한 결과 우리 사회의 적정한 에너지 믹스가 어느 수준인지가 논의의 핵심이라는 데 의견이 모였다"며 "신재생 비중을 확대하는 건 맞지만 이 과정에서 탈원전이 마치 수단이 아닌 목표처럼 얘기되는 건 잘못됐다"고 강조했다.

지난 14일 오전 충남 천안 교보생명 연수원에서 열린 신고리 5·6호기 원전 시민참여 종합토론회에서 임채영 한국원자력학회 박사가 원전 재개 이유에 대해 강연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임 부소장은 "지속가능한 에너지체계 꾸려가는 과정에서 에너지전환도 하고, 신재생도 필요하면 늘리고 원전을 줄일 수도 있다"며 "다만 이런 논의가 다 빠진 상태에서 '탈원전'이라는 결론이 먼저 나왔기에 이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고 있었다"고 전했다.

이어 "여러 데이터나 통계들을 봐도, 신재생이 확대되어야 하니 원자력이 빠진다는 논리는 전혀 성립하지 않는다"며 "이런 식으로 논의의 방향이 틀어져있는 부분을 고쳐보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임 부소장은 공론화 기간에 앞서 정부에서 객관적인 데이터를 제공하지 못한 점에 대한 아쉬움도 토로했다.

그는 "건설 재개와 중단을 주장하는 측이 서로에게 유리한 데이터를 이용해 팩트체크하면서 소모적 논쟁을 벌인 점이 아쉽다"며 "정부의 담당기관들이 나서서 권위있는 데이터를 내놓고, 시민들에게 가치판단을 물어보는 게 훨씬 합리적이었을 것"이라고 돌아봤다.

임 부소장은 원전 전문가 영역에 대한 호소로도 이어졌다. 그는 "건설중단 측에서 후쿠시마 사고를 언급하며 사고가 나면 어떻게 대피하느냐고 문제를 제기했다"며 "이미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인허가를 내줄 때 심사했는데, 그걸로 사실관계 놓고 따지기 시작하면 답이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 부소장은 "우리나라 원전의 기술적 특성 등을 볼 때 후쿠시마 사태 같은 대규모 대피는 필요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라며 "전문가가 제공한 객관적 지식을 전제로 판단해야 하는데, 이게 호도된 게 아쉬웠다"고 말했다.

임 부소장은 "이번 공론화를 계기로 일상에서 에너지 문제에 대해 별로 고민해보지 않던 분들도 관심을 갖게 됐다"며 "우리나라 전체가 고민해볼 계기가 됐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앞으로의 원전 정책에 대한 결과는 축소 또는 유지가 80% 이상으로 나왔지만, 그게 반드시 100% 탈원전을 의미하는 것은 아닐 것"이라며 "우리나라 실정에 맞게 적정수준의 원전을 가져가자는 선택도 있을 수 있는 만큼, 원전 축소 비중을 다시금 논의할 때"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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