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노동자는 주민 아닌 근육덩어리"

세종=박경담 기자, 기성훈 기자
2020.03.11 16:59

[MT리포트-코로나19 무서워 짐싸는 불법체류자들]②

[편집자주] 외국인 노동자는 일선 산업현장에서 없어선 안 될 존재가 됐다. 일손이 부족한 농어촌과 건설업, 중소기업 등에선 외국인 노동자의 역할이 절대적이다. 우려도 존재한다. 불법체류자가 셀수 없을 정도로 많아진 것. 코로나19(COVID-19) 여파와 법무부의 재입국 허용 등 파격적 혜택으로 불법체류자들의 자진신고가 급증했다고 한다. 외국인 노동자와 불법체류자 현황 및 관리대책을 짚어봤다.
(서울=뉴스1) 신웅수 기자 = 20일 오후 서울 중구 파이낸스센터 앞에서 열린 전국이주노동자대회에서 참가자들이 이동의 자유와 노동허가제 쟁취 등의 구호를 담은 공을 굴리며 청와대 방향으로 행진하고 있다. 네팔과 방글라데시, 스리랑카, 베트남 등에서 온 이주노동자들은 위험한 현장에서 일하고 있지만 스스로 사업장을 옮길 수 없다며 일터를 옮길 수 있는 이동의 자유를 달라고 촉구했다. 2019.10.20/뉴스1

국내에서 일하고 싶은 외국인이 활용할 수 있는 취업 비자는 열 가지가 넘는다. 이 중 고용허가제 틀 내에 있는 E-9, H-2 비자는 구인 및 구직을 민간에 맡기지 않고 정부가 관리한다. 고용허가제 실시로 합법적으로 일하던 외국인노동자가 불법 체류자로 남는 사례는 많이 줄었다. 하지만 가족동반 금지 등 뒤처진 외국인노동자 인권 정책은 앞으로 개선할 과제로 지적된다.

11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고용허가제는 동남아시아 국가 국민이 주로 발급받는 E-9 비자, 중국·고려인 동포가 발급받는 H-2 비자로 나뉜다. E-9 비자 기준 올해 외국인력 도입한도는 5만6000명이다. 정부는 내국인 일자리 보호를 위해 외국인력 도입 한도를 두고 있다. 현재 고용허가제를 통해 국내에 취업한 외국인노동자는 27만명으로 추산된다.

고용허가제 16년, 중기-외국인 매칭

고용허가제는 2004년부터 시행됐다. 산업기술연수생제도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과거 산업기술연수생제도는 불법체류자 양산, 인권 침해 등으로 현대판 노예제라는 비판을 받았다.

고용허가제를 통해 국내로 들어오려는 외국인노동자는 우선 현지에서 한국산업인력공단 주관 하에 한국어 시험과 기능시험을 치른다. 시험 합격자 가운데 추천된 외국인노동자가 국내 기업과 계약을 맺는다.

외국인노동자는 기본 3년 근로계약을 맺는다. 3년 동안 한 사업장에서 근무하면 사업주는 근로계약을 1년 10개월까지 추가로 연장할 수 있다. 최대 고용기간이 4년 10개월인 셈이다. 사업주는 성실근로자 제도를 활용해 계약 종료 후 본국으로 돌아간 외국인노동자를 다시 4년 10개월 동안 재고용할 수 있다. 단 출국 후 3개월이 지나야 한다.

고용허가제는 안정적인 외국 인력 공급 제도로 정착하고 있다. 인건비 부담을 줄이려는 국내 중소기업계와 이해관계가 잘 맞아 떨어진 결과다. 특히 뿌리산업, 농축산업 등 국내 기피업종에서 활용도가 높다. 올해 E-9 비자 외국인력 도입 인력을 산업별로 보면 제조업 4만700명, 농축산업 6400명 순으로 많다. 외국인력 도입한도는 무분별한 저임금 외국인노동자 채용을 막는 역할을 하고 있다.

"외국인 노동자, 주민 아닌 근육덩어리로 지낸다"

하지만 고용허가제가 외국인노동자 인권은 지켜주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이주노동자 단체는 외국인노동자가 최장 9년 8개월 동안 국내에서 거주하지만 주민으로서의 권리는 거의 행사하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또 사업장을 옮기기 쉽지 않아 사업주를 잘못 만난 외국인노동자의 인권 피해도 종종 발생한다.

우삼열 아산이주노동자센터 소장은 "외국인노동자는 국내에서 오래 일해도 한국에서 살 수 있는 인간이 아닌 '근육덩어리'로 지내게 된다"며 "코로나19 상황만 봐도 외국인노동자가 당장 마스크를 제대로 살 수 있는지 의문인데 고용허가제를 사회안전망 제공 측면에서 보면 낙제점"이라고 말했다.

적어도 가족동반금지 규정은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고용허가제 성과와 과제' 보고서를 작성한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교 교수는 "정부는 외국인노동자의 국내 정주화를 방지하기 위해 고용허가제를 통한 저숙련 외국인노동자에게 가족 동반 사증을 발급하고 있지 않다"며 "사업주 친화적인 동시에 인권 친화적으로 외국인노동자 정책 기조를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최근 급증한 불법체류자를 모니터링 중인 고용부는 고용허가제로 한국에 들어온 E-9 비자 소지자는 적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불법체류자는 관광비자나 무비자입국으로 한국에 왔다 그대로 머무는 외국인이 대부분이다. 지난해 7월 기준 불법체류자는 37만889명으로 이 중 태국인이 14만명으로 가장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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