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COVID-19)가 기승을 부리지만 올해도 어김없이 12월25일이 찾아왔습니다. 우리나라의 전통 명절은 아니지만 신나는 캐럴과 반짝거리는 장식에 가슴이 두근거리는 날이죠. '크리스마스'는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기념일로 라틴어 그리스도(Christus)와 모임(Massa)을 뜻하는 단어의 합성어입니다. 전통적으로는 서구권에서 그리스도의 탄생을 기념하는 예배 의식을 뜻하는 말이었죠.
기독교는 현재 전 세계 인구의 4분의 1인 약 20억명이 믿는 세계 최대 종교입니다. 그런데 곧 기독교가 세계 최대 종교의 자리에서 밀려날 수 있다는 말이 나옵니다. 오늘 [데이:트]는 종교와 인구에 대해 알아봅니다.
만약 기독교 인구보다 다른 종교의 인구가 더 많아지면 어떨까요? 그래도 여전히 크리스마스가 전 세계에서 가장 인기있는 명절이고, 세계 어디서나 연말에 '메리 크리스마스'라고 인사말을 건네도 될까요?
미국 여론조사기관인 퓨리서치센터는 20년 내 전 세계에서 무슬림 부모에게서 태어날 아기 수가 기독교인 부모에게서 태어날 아기 수를 추월할 것이란 분석을 내놨습니다. 이슬람교도 여성 1인당 출산율은 2.9명으로, 종교 집단 중 가장 높아요.
무엇보다 무슬림 인구는 젊습니다. 무슬림 인구 중위연령은 24세로 세계 중위연령이자 기독교 인구 중위연령인 30세보다 훨씬 젊은 편에 속해요. 이렇듯 이슬람교는 앞으로 수십년간 세계에서 교인이 가장 빠르게 늘어나는 종교가 될 것으로 보여요.
퓨리서치센터가 2500개 이상의 인구조사, 설문조사 결과와 인구기록을 분석한 결과 2015~2010년 사이 무슬림 인구는 1억5200만 명 증가했습니다. 같은 기간 기독교 인구는 1억1600만 명 늘어나는 데 그쳤네요. 이렇게 증가폭이 차이나기 시작하면 종교 인구의 격차는 점점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퓨리서치는 2015년~2060년까지 무슬림 인구 증가율이 70%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어요. 같은 기간 기독교인과 힌두교인은 각각 34%, 27%에 그칠 것으로 보여요. 2060년엔 세계 인구가 96억 명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그때쯤이면 무슬림 인구가 30억 명까지 늘어나 기독교 인구 31억 명과 맞먹을 것이란 계산입니다.
그런데 이슬람과 힌두교, 유대교 문화권 달력엔 크리스마스가 공휴일로 표기돼있지 않아요. 이슬람에서도 예수는 중요한 인물이지만 신의 예언자 중 한 사람으로 볼 뿐 그의 신성은 부인해요. 예수의 탄생을 기념하는 크리스마스를 공식적인 이벤트로 치지 않는 거죠.
그래서 사우디아라비아나 최근의 터키, 브루나이 등 종교 색채가 강한 나라에선 크리스마스 기념을 금지해요. 사우디에선 크리스마스 트리 설치도 금지이고, 브루나이에선 무슬림이 캐롤을 부르면 최대 5년의 징역형에 처합니다. 크리스마스를 즐길 수 없는 인구가 많아질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중국도 크리스마스 장식 등 기념 행위를 금지하고 있는데요. 공원이나 광장 등 공공장소에서 종교활동을 할 수 없습니다. 재밌는 사실은 유엔의 무역 통계 데이터베이스인 유엔 컴트레이드(UN Comtrade) 데이터에 따르면 중국은 전 세계 크리스마스 트리 조명 세트 수출의 66%, 양초와 천연 나무를 제외한 기타 크리스마스 장식 수출의 86%를 차지한다는 겁니다. 지난해 총 수출액으로는 전 세계에서 1위로, 금액은 71억3000만 달러(약8조5000억원)였다고 하네요.
크리스마스 문화가 바뀌고 있습니다. 미국 일부 지역에선 '메리 크리스마스'(Merry Christmas)란 말을 자제하기 시작했어요. 왜냐고요? 특정 종교를 연상시키는 인사말이기 때문이죠.
기독교만의 공휴일을 강요하는 건 종교의 자유와 다양성이란 가치에 반한다는 점에서 부적절하다는 인식이 생긴 거죠. 이 때문에 성탄절 기간 회사나 쇼핑몰 등에선 '메리 크리스마스' 대신 '해피 할러데이즈(즐거운 연휴·Happy Holidays)' 등의 인사를 권해요. 특히 유대인이 많이 거주하는 뉴욕 등 동부 지역에서 말이죠.
미국에 이어 EU(유럽연합) 내 평등위원회에서도 최근 같은 사안이 문제가 됐습니다. 지난달 EU가 내놓은 32쪽 분량의 '포용적 소통을 위한 가이드라인'은 "모든 EU 직원이 기독교인은 아니고 모두가 기독교 휴일을 기념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미국과 같이 '홀리데이'라는 용어를 쓸 것을 권고했습니다.
당연히 기독권 문화가 중심인 유럽에선 논란이 벌어졌죠. 교황청은 즉각 반발했습니다. 미국에서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임 기간 중 일각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매해 크리스마스 때마다 '메리 크리스마스'라고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글을 올렸어요. 기독교 중심의 미국 내 보수파들의 지지를 끌어내기 위해서였죠.
평화와 인류애를 상징하는 아기 예수의 탄생일인데 대립과 갈등이 부각됐네요. 그래도 종교 인구의 변화로 지구 어딘가에서 '메리 크리스마스'라는 인사말이 사라지기 시작하더라도 사랑과 평화를 소망하는 의미는 퇴색되지 않길 바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