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이 AI로 숙제할때 AI회사 차린 초등생 형제…매출 1.5억[월드콘]

친구들이 AI로 숙제할때 AI회사 차린 초등생 형제…매출 1.5억[월드콘]

김종훈 기자
2026.05.23 06:11

아빠는 벤처투자자, 엄마는 사업가…"아이 자존감, 생각 근육 키워"

[편집자주] 전세계에서 활약 중인 '월드' 클래스 유니'콘', 혹은 예비 유니콘 기업들을 뽑아 알려드리겠습니다. 세상에 이런 게 있었나 싶은 기술, 이런 생각도 가능하구나 싶은 비전과 철학을 가진 해외 스타트업들이 많습니다. 이중에서도 독자 여러분들이 듣도보도 못했을 기업들을 발굴해 격주로 소개합니다.
AI를 이용한 판촉용 인형 제작 스타트업 스터퍼(Stuffer) 를 창업한 형 잭슨 풀러(왼쪽)와 동생 퀸시 풀러./사진=스터퍼 홈페이지 갈무
AI를 이용한 판촉용 인형 제작 스타트업 스터퍼(Stuffer) 를 창업한 형 잭슨 풀러(왼쪽)와 동생 퀸시 풀러./사진=스터퍼 홈페이지 갈무

"엄마, 아빠는 매일 회사 이름이 적힌 재미없는 공책, 펜, 충전기를 집에 가져와서 쓰레기통에 버려요. 그런데 인형은 버리지 않잖아요."

올해로 8살이 된 퀸시 풀러는 벌써 어엿한 스타트업 창업자다. 퀸시는 10살짜리 형 잭슨 풀러와 함께 기업 판촉용 봉제인형 제작 회사 '스터퍼(Stuffer)를 공동 창업했다. 지난달 포브스 인터뷰 기사에 따르면 스터퍼는 미국 소셜 서비스 기업 레딧을 고객으로 뒀으며, 첫해 매출은 10만달러(1억5000만원)를 기록했다.

인형 제작은 AI를 통해 이뤄진다. 고객이 행사 목적과 취지를 설명하면 형제가 색연필로 대략적인 인형 스케치를 그리고, 이를 챗GPT에 업로드해 시제품 제작을 위한 이미지를 뽑아낸다. 지난해 12월 포춘 인터뷰에서 포춘을 위한 봉제 인형을 만들어달라는 요청에 형제는 커다란 눈이 박힌 돈 주머니 모양 인형 디자인을 제안했다. 어린이들의 즉흥적이면서도 참신한 구상과 AI 작업 덕분에 빠르게 결과물을 낼 수 있다는 게 스터퍼의 강점이다.

뿐만 아니라 형제는 판촉물을 '뽑기'로 모을 수 있는 수집품으로 탈바꿈시켰다. 여러 종류의 인형에 '기본'부터 '초희귀'까지 등급을 매겨 포장지에 담아주자는 제안을 한 것. 판촉물에 희소성을 부여해 수집 욕구를 자극하는 방식이다. 레딧은 형제의 기획을 받아들여 직원들에게 증정할 인형 2000개를 주문했다.

물론 형제가 맨땅에서 시작한 건 아니다. 벤처캐피탈(VC) 파트너인 부친 코비 풀러가 AI를 통해 형제의 아이디어를 실현을 도왔고 고객도 유치해줬다. 인형 제조는 아동복 사업가인 모친 세넬 풀러 덕분에 가능했다. 형제가 레딧을 고객으로 받을 수 있었던 것 역시 부친 코비의 인맥 덕분이다. 아빠 코비는 창업, 경영에 부모 기여가 상당하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주도는 아이들이 한다. 아이디어는 전부 아이들 것"이라고 말했다.

형제도 매주 금요일 오후를 기업 유치를 위한 미팅에 할애하는 등 영업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형 잭슨은 "회사 광고를 제작하고 대형 광고판을 설치하고 싶다"며 "1년 안에 고객 50곳을 확보하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포브스는 "과거 어린이들의 창업활동은 신문 배달, 레모네이드 만들기, 잔디 깎기 등 신체 활동으로 국한됐다"며 "AI와 인터넷, 부모의 도움의 덕분에 어린이들의 아이디어를 제품으로 옮기기까지 거쳐야 하는 과정이 극적으로 줄어들었다"고 했다. 챗GPT 개발사 오픈AI는 링크드인 게시물에서 스터퍼를 AI 창업의 모범사례로 꼽기도 했다.

형제에게 스터퍼는 사업 이상의 의미가 있다. 어린이들과 협업을 통해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한 기술을 연구하는 워싱턴대학교 키즈팀 소속 미셀 뉴먼 연구원은 형제가 레딧 행사에서 거둔 성공이 '미니-c 모먼트'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자기 표현을 해낸 작은 순간들이 모여 자존감(Confidence)을 확립하는 지지대가 된다는 뜻이다. 뉴먼 연구원은 "어린이들은 자신의 아이디어가 (AI를 통해) 빠르게 결실을 맺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다"며 "이 과정에서 자신이 하고싶은 말이 무엇이었는지를 되짚으며 '생각 근육'을 키우게 될 것"이라고 했다.

다만 교육 정책 전문가인 레베카 윈스럽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은 풀러 형제가 AI로 성공을 거둔 것은 부모의 중재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어린이들이 AI를 오용하지 않도록 부모의 감독이 필요하다는 취지다. 윈스럽 연구원은 "두뇌 발달에 필요한 노력과 심층적 사고 과정이 사라질 것"이라며 어린이들이 부모의 감독 없이 AI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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