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자 상속세 최소공제액 5억원과 일괄공제액 5억원을 합한 상속재산가액 10억원까지는 상속세 부담이 없도록 하겠다"
상속세를 접할 때 마주하는 '규정'이다. 상속세를 낼 때 기본 공제처럼 활용되는 게 배우자공제(5억~30억원)와 일괄공제(5억원) 조합이다. 피상속인(사망자) 재산 중 채무 등을 빼고 물려 받은 재산이 이 둘을 합한 최소금액 10억원을 넘으면 통상 상속세 납부대상으로 본다.
그런데 이 발언이 나온 게 무려 28년 전이다. 1996년 11월 재정경제원(현 기획재정부) 차관이 국회에 나와 언급한 내용이다. 28년 동안 물가와 자산가치는 큰 폭으로 올랐지만 상속세의 대표 공제액은 변하지 않았다. 그 사이 '부자 세금'이었던 상속세는 '중산층 세금'이 됐다.
상속세 공제의 역사는 1950년으로 거슬러간다. 당시 상속세법을 제정하면서 직계비속 기준 100만원의 기초공제를 담았다. 상속세에 공제가 존재하는 건 상속인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서다. 채무를 빼고 물려 받을 재산이 공제액 이상일 경우 상속세를 납부하는 방식이다. 공제가 상속세의 문턱 역할을 한다.
현행 상속세 및 증여세법(이하 상속세법)은 다양한 공제제도를 담고 있다. 우선 2억원의 기초공제가 있다. 그 외에 △자녀공제(1인당 5000만원) △미성년자공제(1인당 1000만원×19세까지의 잔여연수) △연로자공제(1인당 5000만원) △장애인공제(1인당 1000만원×기대여명 연수) 등 총 4종류의 인적공제가 있다.
여기에 5억원으로 설정된 일괄공제가 있다. 상속세법은 기초·인적공제를 합한 금액과 일괄공제 중 큰 금액을 공제한다고 규정한다. 대부분 일괄공제가 적용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자녀공제만 해도 1인당 5000만원을 공제하기 때문에 자녀가 7명(3억5000만원)이어야 기초공제(2억원)를 합한 금액이 일괄공제(5억원)보다 많아진다.
따라서 일괄공제 5억원이 상속세 공제의 핵심이다. 일괄공제는 1996년 말 상속세법 전부개정 때 신설돼 1997년부터 적용됐다. 정부가 당시 발표한 설명자료를 보면 일괄공제 5억원의 기준은 기초공제(2억원)와 자녀공제(3000만원×2명), 미성년자공제(9살, 13살 인경우 9000만원), 장애인공제(30년간 생존시 1억5000만원) 등을 합한 금액이다.
이를 역으로 해석하면 일괄공제 5억원이 유지되고 있는 건 제도 도입 취지와 어긋난다. 그 사이 자녀공제는 1인당 3000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미성년자 공제는 1인당 500만원에서 1000만원으로, 장애인공제는 1인당 500만원에서 1000만원으로 올랐다. 재료값이 바뀌었는데 결과값을 유지하고 있는 셈이다.
물가와 자산가치의 증가만 따져도 일괄공제 5억원은 현실과 동떨어져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지난해 말 발표한 보고서에서 "1997년과 2021년 소비자물가지수를 비교해 일괄 공제금액 5억원을 현재 화폐가치 변화로 추정할 때 2023년 일괄공제 금액은 8억4050억원이 적정하다는 연구가 있다"고 지적했다.
급격한 자산가치 변화도 반영할 필요가 있다. 1996년 말 당시 고급주택의 기준은 50평형, 5억원이었다. 지금은 서울의 웬만한 아파트 한 채 값이 10억원을 넘는다. 집값 상승으로 자산가치는 최근 더 빠르게 상승 중이다.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가구의 평균 순자산(자산-부채)은 2012년 2억6875억원에서 2022년 4억5602만원으로 늘었다.
이같은 영향으로 2005년까지만 해도 0.80%에 머물렀던 상속세 과세비율은 2022년 4.53%까지 늘었다. 특히 집값이 폭등한 서울의 경우 상속세 과세비율이 2022년 기준 13.96%까지 상승했다. 서울만 놓고 봤을 때 7명 중 1명은 상속세를 낸다는 의미다.
배우자 공제를 두고서도 논란이 적잖다. 현행 배우자공제는 5억원에서 30억원까지다. 배우자공제 금액 역시 1997년부터 유지되고 있다. 특히 1주택자의 경우 양도차익을 실현하지 못한 채 세금을 떠안아야 하는 부담이 생긴다. 미국 등 주요 선진국은 배우자에게 한도 없이 상속세를 면제해준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현행)상속세가 도입됐을 당시는 자산가치가 지금의 10분의 1이 됐을까 싶은데, 지난 20여년 동안 자산규모가 훨씬 더 확대됐다"며 "슈퍼리치를 염두에 두고 만든 건데 지금은 중산층 과세가 됐고, 공제금액이 미국 등에 비해 너무 낮기 때문에 손을 봐야 한다"고 말했다.